자료집을 전국으로, 성공적!
닻별 | 텀블벅 마스터
상담소에서 새로운 굿즈 제작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마도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후원회원 담당으로서 매달 상담소 정기후원을 시작하는 분께 후원 감사 편지와 상담소 소식지, 상담소에서 만든 다양한 굿즈들을 챙기면서 호시탐탐 새로운 굿즈 제작에 눈독 들이고 있었습니다.
원래도 페미굿즈가 나왔다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제버튼부터 누르는 제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첫 번째 텀블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텀블벅이라는 뉴-플랫폼과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사건의 전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은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2018년 성문화운동팀에서 <의심에서 지지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아주 야심차게 만든 자료집이 있습니다. 바로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Q&A> 자료집입니다. 미투운동이 한창이었던 2018년, 거리 캠페인을 통해 모은 스무 개의 질문을 통념과 해결 파트로 나누고, 각각의 질문에 상담소 활동가들이 답을 하였습니다. 거기에 성폭력 개념과 기준에 대한 질문 두 개를 추가해 총 22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담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내용이 정말 좋으니까 꼭 한번 읽어보세요! 성폭력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입니다.)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Q&A> 텀블벅 프로젝트는 바로 이 자료집을 더욱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배포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선례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첫 시도인 만큼 예쁘고 많이 쓰이는 굿즈, 상담소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많은 텀블벅 진행 후기를 찾아다니고,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애용하는 후원자 입장에서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고민을 더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주문제작하는 사이트도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심지어는 아이돌 팬덤 내에서 유행하는 주문제작 물품이 무엇인지까지 눈이 빠지게 찾아보았답니다.
그렇게 정한 굿즈가 스티커와 엽서, 금속 키링과 후드티였습니다. '키링'이라는 말을 듣고 투박한 열쇠고리를 떠올렸던 활동가들의 의구심 섞인 표정이 기억납니다. "그게 요즘 트렌드냐", "대체 어떻게 생긴 거냐" 등 참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 붐이 불면서 이어폰 케이스에 달 수 있는 장식이 유행 중이라는 만고의 설득 끝에, 결국에는 저의 감각을 믿는다며 통과되었습니다. 지금은 상담소 로고를 사랑하는 활동가들이 가장 만족하는 굿즈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목표 금액만 간신히 채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50만 원이라는 목표치가 엄청 멀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텀블벅 오픈 당일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오픈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의 40%를 넘기고, 12일 만에 100%를 달성했습니다. 500만 원을 돌파했을 때에는 너무 놀라서 사무실에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기대도 하지 못했던 목표를 이루게 해 주신 274분의 후원자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보통의 연대> 주변인 인터뷰 캠페인에서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성폭력 주변인 체크리스트>를 리워드로 제작하여 함께 발송하였습니다. 자료집을 읽어보기 전에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보면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맡아본 경험은 처음이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도 많았고, 무언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기도 했던 시간을 지나 벌써 텀블벅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헤매고 있을 때마다 많은 동료 활동가들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어서 무사히 텀블벅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산처럼 쌓인 리워드를 포장할 때에도, 우체국에 리워드를 부치러 갈 때에도 혼자였다면 참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도 이 자료집에 관심 가져 주시고 널리 홍보해주신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자료집 배포 대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밀어주신 소중한 후원금으로, 이 자료집을 꼭 읽어야 하는 대상인 검찰/경찰/법원/교육청의 성폭력 관련 부서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리스트 공개 및 발송 작업은 곧 공지될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피해자가 바라는 정의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상담소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