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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대> 성폭력과 나의 거리는 0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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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대>

성폭력과 나의 거리는 0m였다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은 올해 상반기에 캠페인단 교육을 받고, 하반기에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듣는 '보통의 연대' 인터뷰어로 활동했습니다. 11월에는 한 해 활동을 마무리하며 참여자들과 서로 이야기 나누는 워크숍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캠페인단으로 활동하셨던 다희 님의 인터뷰입니다.

서다희 | 의심에서지지로 캠페인단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사회교육과에 재학 중인, 페미니스트 교사를 꿈꾸는 서다희라고 합니다.

캠페인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트위터에서 본 홍보 게시물 중 "의심에서 지지로"라는 슬로건에 마음을 빼앗겨서입니다. 그 당시 성폭력 피해생존자에 대한 저의 생각이 '의심에서 지지로' 변화하는 중에 있어서 그 슬로건이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또 캠페인단 교육 중에 여성주의 상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미래에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만날 때 여성주의 상담에 대해 알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을 것 같아서 참여했습니다.

인터뷰어로서의 경험을 나누어주시겠어요?

저는 총 3번의 인터뷰를 했고 그중 2개의 인터뷰가 공개되었습니다. 처음 친구와 인터뷰를 할 때는 긴장해서 많은 추가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성폭력과 관련된 경험이 친구로부터 술술 나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는 저의 할머니, 달빛노을 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놀랐던 부분은 직장 내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의 피해생존자가 처했을 상황에 대해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하고 계시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어렸을 때 "여자는 잘 익은 사과 같다."라는 말을 듣거나 만연한 직장 내 '성접대'에 대해 알고 계시는 등 달빛노을 님이 살아오신 시대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남성은 원래 나쁘고 성폭력은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전과 후에 성폭력과 자신의 거리를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달빛노을 님은 두 번 다 멀다고 답하셨습니다. 하지만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로 '피해를 경험한 여성을 이상하게 보지 말고 경청하고 위로, 격려해주고 앞으로의 세상은 여성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적어주신 부분에서 '의심에서 지지로' 한발 더 나아가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보통의 연대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듣지 못했을 경험들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성폭력과 관련된 경험과 생각들을 언어화하는 것이 인터뷰이 분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자각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폭력과 관련된 경험을 자주 이야기하고 함께 나눈다면 모든 성폭력 주변인들이 방관자가 아닌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보통의 연대 워크숍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
보통의 연대 워크숍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

보통의 연대 워크숍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 어땠어요?

캠페인단 활동의 마지막, 워크숍은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활동보고와 캠페인단 두 분의 소감, 인터뷰 참여자 두 분의 소감을 들었습니다. 2부에는 캠페인단이 함께 구성한 보드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성폭력 주변인과 관련된 여러 문장이 칸마다 적혀 있었고 주사위를 굴려서 해당하는 칸에 적힌 주제로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총 4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주제: 성폭력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참여자분 말씀에 정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지인에게 위치를 공유해주는 안심이 어플, 서울 지하철에서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어플 등 "꿀팁"이 많았습니다. 동시에 그런 "꿀팁"이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블로그에 업데이트되는 보통의 연대 인터뷰 이미지
매주 목요일마다 블로그에 업데이트되는 [보통의 연대] 인터뷰 이미지

두 번째 주제: 사람들은 성폭력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관심이 많은 사람, 아예 없는 사람으로 양분화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이 나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특정 가해자 개인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가 가능하고 수용되는 사회구조를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세 번째 주제: 성폭력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___ 이다.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분리 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래서 대신 주변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처벌을 받든)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은 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 맞서 피해생존자를 지지하는 의미로 나왔습니다. 또 "행복해도 된다."라는 말과 "오랫동안 힘들어해도 괜찮다."라는 말이 함께 나왔습니다. 행복해도 된다는 말이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위선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네 번째 주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들이 그렇진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어디까지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습니다. 또 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도 함께 이야기해봤습니다. 서명 운동을 하거나 시위에 참여하거나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후원(!)하는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조별 워크숍을 참여하면서 이런 공간에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인,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위 주제 말고도 워크시트에는 성폭력 주변인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할 다양한 주제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워크시트를 활용해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캠페인단 하시면서 느꼈던 점을 나눠주세요.

성폭력이라는 주제는 페미니스트로서도 쉽게 꺼내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연대 캠페인에 참여하고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주제로 주위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도 몰랐던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 경험들을 입 밖으로 꺼내보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 고쳐본 경험이 뜻깊고 좋았습니다.

보통의 연대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얻는 것은 성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곳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꺼내기 어려운 예민한 주제일 수 있지만, 모두와 관련 있고 꼭 함께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할 주제임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저에게 성폭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돕는 기폭제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인 것 같습니다. 이런 캠페인을 진행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캠페인단 분들과 앎 활동가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성폭력과 다희님의 거리는 몇M인가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에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인지한 저와 성폭력의 거리는 매우 멀었습니다. 성폭력은 기사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캠페인 활동을 통해 성폭력에 대해 듣고 말하고 생각해보면서 저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0m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초인종이 울리면 숨죽이는 모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치한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던 경험, 밤길에 갑자기 흠칫해서 달려서 집에 갔던 경험은 깨닫지 못했을 뿐, 지금까지 저의 삶이 성폭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항상 성폭력에 대해 인지하며 살지는 않지만,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성폭력과 무관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