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해봤더니…
유랑 |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주의상담팀(이하 '상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랑입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시기, 어떻게 견디며 지내고 계시는가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부리던 3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3월 2일부터 13일까지 약 2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했습니다. 상담소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하여 연대회의에 참여하는 외부 단위 활동가 등 많은 외부인이 방문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한 것이죠. 재택근무 방침에 따라 전화 상담은 운영하되 면접상담은 운영하지 않았고 상담소에는 당직자만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실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지만,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택근무를 방해하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무실에서보다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업무가 별로 없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었습니다.
상담팀의 주요 업무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과 지원입니다. 전화 상담을 받고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법률 및 의료 지원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피해자와 면접상담을 한 후, 변호사나 의료기관 및 심리상담센터에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여기에 상담 일지를 기록하고 다른 사람이 쓴 일지를 읽고 검토하는 것이 상담팀 활동가 모두가 하는 기본 업무입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모든 일상 업무를 제대로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상담팀은 내담자와 주로 상담팀 전용 핸드폰으로 소통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지원하는 내담자와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고 재택근무 기간에는 면접상담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피해자 지원 업무는 미뤄졌습니다. 또한, 상담소는 상담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외부로 상담일지를 반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일지를 검토하거나 일지를 참고하여 상담사실확인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피해자에 관한 정보와 지원 사건에 관한 내용은 사무실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서 재택근무 기간에는 한글 문서 작성 등 한정적인 업무밖에 할 수 없었지요. 간혹 지원 사건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때는 당직 근무를 하는 활동가에게 부탁해서 내용을 전달받고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팀 활동가들은 어땠을까요? 여성주의상담팀처럼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열림터 활동가 역시 재택근무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쉼터 활동가들은 피해자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생활 지원을 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재택근무 중에도 쉼터로 바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홍보 및 회원 관리 업무를 하는 한 사무국 활동가는 재택근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드뉴스, 홍보 웹자보 디자인 등의 업무를 집에서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재택근무에 대한 불편함의 정도는 업무와 팀에 따라 약간 차이를 보였지만, 당시 상담소는 상담, 교육, 소모임 등 평소처럼 사람들을 대면하는 주요 업무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사무실을 출근하고 있지만, 비대면 업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외부 회의를 화상 회의로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슈대응 집담회 <16세 미만의 '동의' : 가해자 처벌과 역량 보장 사이에서>를 온라인으로 중계하여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첫 온라인 중계 토론회는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가 되었고 상담소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잘 적응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볼 수 있는 대면 상담, 수강생의 끄덕거림을 알아차리는 강의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집회 현장 등 한 공간에 사람과 사람이 모일 때 만들어지는 라포(rapport)1, 연대감, 힘과 활력을 다시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상이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을, 집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고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1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