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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없는2021년 “낙태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 앎_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낙태죄없는2021년

"낙태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21년 1월 1일로 '낙태죄' 효력이 소멸되었습니다. 함께 열망하고 애써왔던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눕니다. 낙태죄를 존치시키려는 시도에 맞서느라 숨가쁘게 활동했던 2020년 하반기 소식을 앎 활동가가 전합니다.

앎 |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낙태죄 없는 2021년을 환영하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연대 활동가들
'낙태죄' 없는 2021년을 환영하고 있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연대 활동가들(가운데는 앎 활동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월 1일, '낙태죄' 없는 2021년을 맞이하는 첫 날입니다.

마침내 한국에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정확히 말하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더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시한까지 입법부가 법 개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조항은 아직 남아 있지만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된 것이죠. 이로써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두번째로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이룬 국가가 되었습니다.

'낙태죄' 없는 2021년을 만든 것은 수많은 여성과 시민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었습니다. 그동안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양한 단체 및 개인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왔습니다. 그 모든 활동을 다 담을 수 없어 이 글은 제가 참여했던 모낙폐 활동을 중심으로 쓰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든 모두를 영웅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2020년 하반기는 '낙태죄'를 존치하고자 하는 정부 개정안에 대응하고, 국회에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활동으로 치열하게 투쟁하는 나날이었습니다.

10월 8일, 정부는 형법상 '낙태죄'를 그대로 두고 상담의무, 숙려기간, 의사의 진료거부 인정 등을 통해 처벌 범위를 구체화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모낙폐는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 개정안을 규탄하며 긴급 기자회견, 릴레이 의견서 제출,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9월과 10월 각각 '낙태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두 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부당한 경찰조사를 받는 동안,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은 낙태죄 폐지 투쟁이 있었던 상징적인 장소 4곳(보신각, 헌법재판소, 세종문화회관, 청와대)과 경찰서 앞에서 동시다발로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동료들의 든든한 연대가 있어 위축되지 않고 모낙폐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참고로 현재는 경찰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황입니다).

최종적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은 국회이기 때문에 모낙폐는 국회 모니터링과 대응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각 의원실과의 간담회, 국회 앞 기자회견과 1인 시위, 성명 및 논평 발표, 온라인 액션, 4시간 이어말하기·국회 밖 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임신중지 비범죄화의 필요성과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를 알렸습니다. 캐나다, 영국, 맨섬, 아일랜드,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정책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는데요, 궁금한 분은 닷페이스 유튜브에서 모낙폐가 함께한 라이브쇼와 요약본 영상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안, 박주민 의원안,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등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이 발의되었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10만 명의 동의로 성립되어 소관위에 회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가 시한 내로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2021년에는 정부와 국회가 이미 효력을 상실한 두 조항을 비롯한 형법 제27장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출생·양육·입양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등 밀린 과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다행히 2020년 12월 31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유산유도제 신속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드디어 처벌의 시대가 끝난 것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려면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오늘은 축배를 들고 싶습니다.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