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집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 저자 인터뷰
  • 유랑, 신아
성문화읽기 ① ·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집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

저자와의 인터뷰

2020년 12월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집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가 텀블벅 펀딩을 683% 초과 달성하여 발행되었습니다. 생존자 열두 분이 기획, 원고 작성, 편집, 펀딩과 발송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셨는데요. 수기집 저자들을 나눔터 기획팀이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저자 : 푸른나비, 민지 | 인터뷰·정리 : 유랑, 신아

텀블벅 후원이 성황리에, 683% 초과 달성하며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예상하던 대로인가요?

푸른나비 : 저는 1,000명 기대했습니다.

민지 : 저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어요. 저는 100명도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냥 주변 사람들만 알음알음 살 줄 알았죠. 가족이나 친구들 이렇게만.

푸른나비 : 2달 동안 매일 홍보했어요. 집에서 못하니까 회사 끝나고 카페에 가서 앉아서 홍보글을 매일 썼던 것 같아요. ㅇㅇㅇ 강사님께 개인 메일까지 보내서 사시라고 하고, ㅇㅇㅇ 박사님한테도 우리 책을 알리자며 보내고요. 그렇게 해서 ㅇㅇ 신문과 인터뷰도 하고요. 처음엔 연락이 안 왔는데 다른 분이 보내니까 오더라고요. '아, 여러 명이 하면 해주는구나' 하면서 '계속 들쑤셔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1년 정도 기간 준비와 제작을 하셨잖아요. 푸른나비 님이 다른 생존자들에게 제안하셨다고 들었는데, 수기집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푸른나비 : 2017년 작은말하기 공간에 오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7-80% 정도로 늘었어요. 미투운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족 성폭력 생존자 비율이 가장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생존자들이 말을 하려면 작은말하기 같은 데가 굉장히 많아져야 하고 쉼터1도 네 군데 밖에 없으니까 더 많아져야 하고, 공소시효법도 개정되어야 하고요. 그러려면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다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이 걸려있기 때문에 나오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혼자서는 힘든 일이니까 저는 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을 모았고, 파급력이 있으려면 책이라는 것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있을 때가 더 반갑죠. 슬프지만 반가워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이 보여줄 수 있는 창작물을 통해서 생존자들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인터뷰 중인 유랑 활동가와 민지 님과 푸른나비 님
인터뷰 중인 유랑 활동가와 민지 님과 푸른나비 님

책을 제작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어요?

민지 : 머릿 속에서 계속 떠오르던 일이었지만 어렸을 때의 일을 세세하게 정리해본 적이 없었어요. 말로도 그렇고, 글로도 그렇고요. 그런데 10분도 안 되는 시간을 쫘르륵 정리해 보니까 뭔가 정리된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도 억울함과 분노는 남아있지만요. 제가 겪은 피해와 어렸을 때의 나에 대해서 이제는 확실하게 '20대 후반이 된 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대로 이 일을 묻고 갈 수는 없다, 이걸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렇게 글로 쓰는 것만이 아니라 어렸을 때의 나를 위해서 뭔가 내가 액션을 취해야만 되겠다' 그런 생각에 고소를 알아보고 있어요. 공소시효 때문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하신 분이 계셔서 그 분께도 여쭤보고요.

친족 성폭력을 비롯해 모든 성폭력에 공소시효가 없어졌으면 좋겠거든요. 폭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폭력의 피해자가 있는 이상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어야 해요. 저처럼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폭력 피해 경험만 남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프로젝트 하기를 잘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나요?

민지 : 많은 사람들이 사 주신 것. 책 이름이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 잖아요. 그런데 알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렇게 숫자로도 보고 돈으로도 보고 하니까 신기하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푸른나비 보며) 하자는 거 따라가야지. (웃음)

푸른나비 : 어쨌건 말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해요. 말해서 내가 좋아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살 수 있고 돈이 없어도 행복한 방법이라고요. 제가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때때로 '너희들이 나를 막 대해? 그런데 나 생존자야.' 이렇게 버티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더 간절히 말을 하자고 해야겠다는 확신이 찼어요. 그런데 그게 그냥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옆에서 민지님처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요.

아까 민지님이 얘기한 것처럼 제 안에도 어린 아이가 있잖아요. 저도 8살 때부터 말 못했고,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 대한 기억을 잃었던 사람이잖아요. 그게 기억이 날 때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들거든요. 그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그걸 무시하고도 잘 살 수 있는 법을 알고 내가 성장해가는 것 같아요. 고통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곤 해요. '그래, 이야기하자, 말하자 분명히 언젠가 물꼬가 트일 거야, 언젠가 광장에서 만나리. 요단강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광장에서 만나리'. 그렇게 바꿔 생각하면서 맨날 생존자의 언어를 궁리하면서 와요. '어떻게 잘 설득해서 여기 오게 할까, 생존자 전도사가 될까' 하면서요. 페미니즘에서 쓰는 '발화', '담론' 이런 어려운 말을 저는 못 쓰지만 그냥 생존자 언어를 찾자고 생각해요. 지금은 계속 주위 사람들에게 숙제를 주고 있어요. 아무런 압력도 없이 스스로 책을 냈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해요. 친족 성폭력을 말하고 우리끼리 기획, 편집, 펀딩, 글, 그림 다 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수기집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나요?

민지 : 2차 가해를 하기보다는 그저 아팠고 힘들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곁에 계시면서 경청한다는 느낌으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무 말 없이 경청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아요.

푸른나비 :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곳에도 폭력이 아니라 '말하기 세포'가 자라나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게 다 폭력이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몸의 세포가 반응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말하기 세포가 된 것 같아요. 점점이 모여서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생존자들이 다 자기 책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저는 그런 꿈을 꾸면서 한 거예요. 그래서 2탄, 3탄도 나왔으면 좋겠고요.

푸른나비 님의 광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에요? 민지 님도 그 광장에 가고 싶으신가요?

푸른나비 : 2019년에 '페미시국광장'을 하셨잖아요. 열 번 중에 하루만 빼고 제가 아홉 번 다 참여했거든요. 광장을 다 살펴봤죠. 마이크는 얼마나 있고 몇 명이 필요한가 저건 돈이 얼마 들까 이러면서. "우리도 언젠가 이렇게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과 나와야 된다"고 작은말하기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랬죠.

민지 : 저도 광장에서 만나는 걸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있어요. 페미시국광장처럼 장소 하나 빌려서 집회 신고도 하고요. 친족 성폭력 생존자든 어떤 폭력 피해 생존자든 모두 모여서 자신이 겪었던 폭력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우선 친족 성폭력부터요. 내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차차 넓혀가는 거죠. 일단 구체적인 것부터 하나씩.

푸른나비 :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정치가 되는구나. 그 말처럼 우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표어를 만들자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우리가 역사다', '우리가 산증인이다' 이럴까? 주변 생존자들을 달달 볶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하려고 애를 써요. 제 평생 50년 동안 기도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데 이것만 이루어져요. 생존자 일은 다 이루어졌고요, 그 전에 기도했던 모든 일은 다 안 이루어졌어요. 그러니까 신나서 하는 거겠죠. 다들 저처럼 했으면 좋겠어요. 재밌는데.

푸른나비 님과 민지 님은 서로 행복하냐고 묻고, 행복하다고 답하면서 인터뷰를 마쳤어요. 서로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고요. 두 분의 깊은 연대와 우정에 저희도 행복해졌던 인터뷰였습니다. 두 분과 함께 생존자의 광장, 해방의 광장으로 나갈 날을 고대할게요!

1 19세 미만의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은 현재 전국에 네 군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