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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인터뷰 “혼자 삭히는 게 아니라, 그거 잘못된 거 맞습니다. 라고 말하게 해야죠”
  • 오매, 앎, 지민
성문화읽기 ② · 비동의 강간죄 형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낸 국회의원, 류호정

"혼자 삭히는 게 아니라, 그거 잘못된 거 맞습니다. 라고 말하게 돼야죠"

"강간죄 구성요건,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을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담소 활동가들이 만나 보았습니다.

인터뷰 : 오매, 앎, 지민

정의당 류호정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12월 3일 상담소 국회의원회관 513호를 찾았다. 류호정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의견을 반영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게임회사 노동자였다가 정의당 비례의원 후보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류 의원의 키워드는 청년/여성/노동.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이 그 안에 있다.

류호정 의원 _ 회사 안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말도 잘 못하고 피곤하고 귀찮잖아요. 저도 회사 다닐 때 너무 현타 오는 거예요. 들이받고 나가버릴까? 하다가 지금 당장 월세도 내야 하고, 학자금 대출도 해결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안돼, 참고 다녀야 돼 회사를' 생각하게 되죠. 한편으로는 말하지 못한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화가 쌓이는 거죠. 여성청년노동자들이 다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어떤 분들이 국회에서 "그렇게 해줘서 고맙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저도 회사에서는 퇴사를 각오하며 말을 하지 못했었거든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생각했던 걸 해야죠.

의원실 입구에 붙은 비동의 강간죄 법안 소개 대자보
의원실 입구에 붙은 선명한 노란색 포스터. 바로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소개하는 대자보다

이 법안을 맡았을 때, 운명인가 했어요. 저도 회사에서 겪었던 일이 있잖아요. 성희롱이나 성추행당하는 동료를 보고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결국에는 피해자가 떠나고 가해자는 남는 상황들을 보며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고, 형법을 개정하는 거잖아요. 비동의 강간죄 발의 기자회견 날, 그 때 그 회사분들이 보고 있을까? 생각했어요.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의 부재'가 성폭력이라는 명제는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국회에서는 어떨까? 대표발의자 류호정 의원은 어떤 말로 국회의 논의를 열고 있을까?

류호정 의원 _ 이 법은 한마디로 말하면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예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쉽잖아요. 동의 있는 성관계는 강간이 아니다. 동의 없다면 강간이죠. 굉장히 당연한 말을 사회에 적용한다는 것이 참 어렵구나 싶습니다.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

설명할 때 주로 지금 현실을, 그러니까 현재 어떤 지를 설명해요. 폭행과 협박만이 구속 요건인 현재 상황에서 얼마나 큰 처벌 공백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러니까 동의 여부가 구성요건으로 들어가야 한다고요. 그러면 의문점을 표현하시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이런 저런 반응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그럼 계약서를 써야 하나? 어쨌든 존재하는 반응들이니까요. '동의 없이'가 법적으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수집해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어떠한 심정적인 주장만으로 누군가를 처벌하게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쭉 드리는 거죠.

지역구 의원님들은 "지역구 반발이 심하다" "종교계 반발이 심하다", 당적이 있는 분들은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을 주로 해요. 그러나 당론이 되기 위해 힘 쓸 수도 있잖아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선뜻 발의해주신 분들도 계세요. 권인숙 의원, 윤재갑 의원도 그랬고요.

여당과 여론을 움직이려면 대자보나 퍼포먼스나... '쇼'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뭐든지 해야 해요. 법안이 묻히기보다는 '지금 현재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알리는 게 중요하거든요. 모든 걸 다 동원해서 해야 해요.

류호정 의원이 보기에 젠더폭력은 이제까지의 정치가 마주한 장벽이다. 동시에 여성/청년/노동이 일상으로 겪는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쉬운 참여'가 꼭 필요하다. 뭐부터 해야 할까?

류호정 의원 _ 형법개정안이 민주당에서도 많이 나와 있잖아요. 그런데 많은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들어 있거든요. '공수처'나 다른 이슈로 강간죄를 외면하고 있는데,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거대 양당들이 나아갈 수 없어요. 민주당이 성폭력 관련 법 개정보다 자기 당헌을 먼저 바꾸는 것이 놀라웠어요. 책임정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강간죄 개정부터 검토하지 않고, 후보부터 내겠다고 한 거거든요. 집권하는 건 좋은데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냐를 묻고 싶은 거죠.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똑같잖아요.

여성청년지지자들은 드러내서 응원하시기보다 메시지나 DM을 보내주세요. "작지만 응원을 보냅니다." "지치지 마시라고 보냅니다." 이런 것들이요. 제가 지칠까봐 너무 많이 걱정들을 하세요. 걱정을 하시다가 메시지를 보내시고, 마음에 안 드는 댓글에 '나빠요', '싫어요' 이런 거 누르시고요. 제가 다 보고 있습니다 (웃음)

류호정 의원의 비동의강간죄가 필요한 4가지 이유 영상
의원실 홍보팀에서 직접 제작한 <류호정 의원의 '비동의강간죄'가 필요한 4가지 이유> (유튜브 '류호정의 RYUTUBE')

저는 강간죄 개정안이랑 포괄임금제 폐지 두 개를 대표발의했어요. 이제 2차피해방지법, 데이트폭력방지법 처럼 여성/청년/노동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법안을 준비해요. 코로나19에서 어려운 일을 겪고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현실이 '잘못된 게 맞다'고, 혼자 삭히지 않게 하는 거죠. '이게 다 사회생활이구나. 사는 게 그런 거지.' 하고 혼자 참아서 넘기는 게 아니라 '이게 잘못된 게 맞습니다'. '고쳐야 됩니다'라고 메시지를 주고 싶고요.

뭘 해야 할지 답답하고 무기력한 분 많지요? 내가 더 이상 침묵하면 안되겠다, 싶은데 나는 심상정도 아니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기사 공유하는 것조차 회사 사람들과 시비 붙을까봐 못 했어요. 그러다가 이거라도 못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해나가는 과정 중 하나로 제 영상을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