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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를 만든 1991년부터 2021년까지
  • 란_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30주년 맞이 돌아보기, 나아가기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를 만든
1991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30주년을 앞두고 활동가들은 그동안 상담소의 반성폭력 운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기 위해 다양한 TF 활동을 해왔어요. 어떤 활동과 변화가 있었는지 사무국 란 활동가가 전합니다.

란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형법 제32장이 '정조에 관한 죄'였던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피해자 지원 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30년 동안 상담소는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원인과 구조를 분석, 해체하며 대항 담론을 만들고 관련 법 제도를 재정비해왔다. 개소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상담소 운동의 현재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했다. 상담소가 펼쳐온 반성폭력 운동의 색깔, 결, 지향, 정치성 등을 공유, 정리하여 상담소가 가진 역량과 자원, 위치를 점검하고, 그에 대한 역할 가능성과 구체적인 실천을 논의하기 위해, 2020년 비전, 스마트워크, 홍보, 규정 등으로 30주년 TF를 구성했고 모든 상근활동가가 참여했다. 2021년 현재 TF별 논의와 활동을 통해 2021년 30주년 기념 슬로건, 기념사업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상담소의 비전 - 원칙, 지향, 가치 만들기

지난 30년간 한국사회에서의 반성폭력 운동을 평가하고 그 가운데에서 상담소의 위치를 점검하는 작업은 비전TF에서 이뤄졌다. 상담소의 미션, 비전, 핵심 역할, 시대 및 사회적 변화에 따른 활동 방식, 내용의 변화 필요성, 여성주의 운동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이를 위한 기반 마련 등 다각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30주년 비전 선언문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가까운 이웃 단체 3곳을 방문해 각 조직의 전략과 비전, 평가 과정을 나누었고, 상담소가 만나는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와 온라인 기반 대중설문조사를 진행했다.

30주년을 먼저 맞이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민우회, 그리고 20주년을 3년 전 맞이했던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과 만남을 통해 변화하는 여성운동의 지형 속에서 조직별 비전 찾기 과정과 의미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자문위원 2회, 자원활동가 및 소모임 참여자 1회, 성폭력피해생존자 1회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상담소의 핵심 역할과 영향력, 시대 및 사회적 변화에 따른 상담소의 역할, 지속가능성, 거버넌스 및 협력, 재정 및 운영의 투명성 등 세부적인 주제에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설문조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어떻게 생각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졌고, 총 516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상담소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를 묻는 문항에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때'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68.4%로 가장 많았고, 상담소 활동에서 아쉬움을 느낄 때를 묻는 문항에는 '상담소 활동이 주변에 알려지지 않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63.6%로 가장 많았다. 지난 30년간 상담소가 해온 활동에 대한 평가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 상담 및 지원' 활동을 제일 잘해왔다고 평가한 응답이 90.1%로 가장 높았고, 앞으로 집중해야 할 활동영역으로는 '법 개정 및 판례 바꾸기' 활동이 67.1%로 가장 높았다. 개소 30주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한 슬로건에 대해서는 ① 침묵을 깨뜨리고 우리는 움직인다(31.6%) ②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34.7%) ③ 당신의 말하기를 환대하는 흔들림없는 연대(8.5%) ④ 함께 버티는 힘, 용기가 여는 가능성(25.2%) 중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가 가장 선호하는 슬로건으로 꼽혀, 30주년 슬로건으로 확정되었다.

활동하는 사람들 - 기록 아카이빙과 스마트워크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쌓일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활동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상담소의 활동을 응원하는 회원들과 상담소의 운영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이사, 감사 등 임원진, 상담소의 수많은 업무들을 기꺼이 함께 나눠주는 자원활동가들과 반성폭력 운동의 든든한 연대자인 자문위원들까지 상근활동가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30년을 함께 만들어왔다.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과 활동연혁, 발간자료 정리 및 공유는 상담소 활동의 의미 확산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를 원활하게 하고자 스마트워크 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 및 논의도 지속되었다.

우리가 만드는 온라인 소통의 규칙과 약속을 담은 탁상달력
'우리가 만드는 온라인 소통의 규칙과 약속'을 담은 탁상달력

스마트워크 TF는 모든 일정과 업무용 자료 등을 아카이빙하고 앞으로 사용 가능한 기능을 탐색하면서 온라인 소통을 활성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온라인 소통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병행되었다. 프로젝트 결과로 '우리가 만드는 온라인 소통의 규칙과 약속'을 정하고 이를 2020년 하반기에 제작한 굿즈(2021년 탁상달력)에 담았다.

상담소에 참여하기 - BI 리뉴얼과 홍보

새로운 후원회원 및 기존 후원회원들과 상담소의 멤버십을 강화하고, 상담소의 정체성을 가시화하고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제작하는 활동도 진행되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표현하는 로고 및 서체를 변경하고, 모든 어플리케이션(명함, 브로셔 등)을 통일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새로운 로고 및 서체, 어플리케이션은 7월 초에 완성되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로고는 기존의 로고에서 연대를 이루는 개인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형태를 담았다. 각기 다른 주체들이 여러 방식으로 운동의 영역에서 한데 얽혀 연결되고 있음을 형상화했고, 다양한 구성원이 연대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의미를 담았다. 상담소의 로고 및 서체와 통일성을 갖도록 부설 기관인 열림터와 울림의 로고 및 서체도 새롭게 변화했다.

상담소 활동이 더 많은 시민 동료들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안정성과 가독성을 높인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과 회원 관리 시스템의 체계화 논의 또한 이뤄지고 있다.

규정, 매뉴얼 정리하기 - 피해자 지원업무 윤리규정(안) 제정 및 사건지원 매뉴얼 제작

상담소 내부에 존재하는 주요원칙들을 재정비하고 상담 및 연구윤리를 강화하여 활동 역량을 높이기 위한 규정 TF 활동도 진행되었다. 상담소 내부 주요 규정 리스트를 정리하고, 상담 윤리 규정 마련 및 상담 사건지원 내부 매뉴얼 제작,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내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도 이뤄졌다. 상담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윤리적 의무와 권리, 이것이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구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상담활동가 윤리규정은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이사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 모든 상근활동가가 전화상담을 하는 현재 상황에서 상담 시 참고할 수 있도록, 그동안 흩어져있던 업무 매뉴얼들을 한데 묶어 한눈에 보기 편하게 편집하여 전화상담실 안에 비치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지속된 30주년 TF 활동은 2021년 3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30주년 비전 선포 및 기념식, 상담소의 지난 30년을 정리한 반성폭력 운동의 아카이브 도록 제작 사업, 홈페이지 리뉴얼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2021년, 새로운 30년의 시작을 마주한다. 성폭력을 둘러싼 여러 정치 지형의 변화, 반성폭력운동과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질수록 강해지는 백래시, 돌파하고자 하는 힘을 막아서는 폭력에 상담소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함을 잃지 않으며,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반성폭력 운동을 해나가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로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