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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희망’, 무엇을 위한 ‘이음’인가?
  • 오매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시작하자마자 시스템 먹통으로 비판받았던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 희망이음. 한 사람의 지원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명목 아래 정보의 과집적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성폭력피해자 지원단체가 바라본 '희망이음', 문제점을 짚어보았습니다.

'희망이음'을 알게 된 것은 2022년 6월이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 운동단체들은 2009년 행정안전부가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문제점과 대안검토를 요구하며 수년간 활동한 바 있다. 여성폭력 쉼터 입소자의 경우 입소해있는 동안 생계비 등이 사회보장급여로 지원되는데, '국가전산망'을 거쳐 신청하고 지급받는다는 것은 고유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승인받는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 운동단체들은 '전자정부화대응모임'을 꾸리고 의무사용에 반대해왔다. 그러던 2012년 3월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 사용을 의무화했고,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쉼터 생활인 개인정보는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고 시군구와 다른 경로로 소통하는 방식을 이끌어내 현실화해 왔다.

그런데 희망이음은 무엇인가? 2012년부터 사용이 의무화된, 여성폭력피해자쉼터는 내담자 고유정보 직접 입력을 하지 않아왔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을 더 큰 시스템으로 확대개편한다는 것이었다. 희망이음은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에 보건복지부가 부여한 이름이다.

2022년 4월에 발행된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희망이음) 설명자료〉에 따르면 희망이음은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전자바우처시스템, 입양정보시스템, 국가아동학대, 가정위탁지원, 아동자립지원, 디딤씨앗통장, 노인학대, 노인맞춤돌봄, 응급안전안심, 발달장애인지원정보,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건강보건관리,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 자활정보시스템 등 기존 30개가 넘는 정보시스템들의 통합망이다. 엘지씨엔에스 컨소시엄이 사업자이고, 2020년 4월부터 구축사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윈도우 서비스 종료에 따라 이전개편하는 것이라는 손쉬운 설명이 있었지만, 사복시와 희망이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매머드급 '전산망 통합'이며, 그의 명분이자 목표는 대상자 개인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알지 못했고 의견수렴 한번이 없었는데, 당장 3개월 후 2022년 9월 1일부터 기존 시스템 '사복시'를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 '희망이음'으로 업무를 하라는 통보가 6월 경 사복시 공지에 올라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정책대응팀,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등 회의에서 이 소식을 공유하며, 시스템 설명자료를 상세히 살펴보고 시범운영 기간 모니터링을 하며 검토를 시작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검토 결과의 우려점들을 담아 6월 23일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주요 우려 사항

① 인적사항 기재 문제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가 필수 입력으로 되어 있다. 희망이음 구축배경을 보면 사회서비스 대상자(수요자)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고, 서비스 이력 등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따라서 '이용자 정보관리'가 핵심이며 고유한 사람을 식별하기 위해 이용자 개인정보 기재를 필수로 하고 있다.

② 과도한 정보집적

30개가 넘는 사회서비스 망을 통합하고 '개인맞춤형'이라고 삼다보니 한 개인에 대한 과도한 정보를 집적하는 시스템이 된다. '기본인적사항' 인터페이스를 보면 가족유무, 의료급여전산번호, 실명확인여부, 이메일, 종합장애정도, 건강상태, 주장애유형, 건강상태 상세, 세대유형, 가족현황, 은행명, 계좌번호, 학교명, 학년, 반, 담임연락처, 주민등록주소, 실거주지주소를 기재해야 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자격 및 이용정보, 가구혈연, 장애및건강정보, 특이사항 작성 메뉴가 이어져 있다.

③ 이전 이력 조회시스템

희망이음 주력 새 기능으로 '원스크린'을 내세우고 있는데,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이전에 이용했던 복지서비스의 상담이력이 원치 않게 성폭력상담소, 보호시설에 도달할 수 있고, 성폭력보호시설의 이용 사실이 전혀 무관한 다른 복지서비스 제공 기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 통합적 지원에 필요한 필수 사항은 기관 간 연계할 경우 다뤄지고 있는데, 그러한 것과 무관한 이력까지 다 제공된다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④ 현장기관 협의 없음

시스템을 개발해온 보건복지부는 30개가 넘는 전산망을 통합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만큼의 각 시스템의 특성, 유의할 사항, 역사 등을 세심히 알고 점검했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폭력 분야만 해도 현장기관 의견수렴 한번도 없었고, 심지어 여성가족부와도 희망이음 구축 과정에서 협의가 있지 않았다.

위와 같은 본 상담소 의견서를 발제삼아, 여러 여성폭력피해자지원 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공동의 의견을 여성가족부에 제기했다. 여성가족부가 이를 전달하여 보건복지부는 2022년 7월 19일, '기존 사복시에서 사용하던 대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여성폭력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희망이음 시스템대로의 개인정보, 인적사항을 기입하지 않고 기존처럼 별도의 과정을 통해 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은 후부터 이용하도록 협의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되었다. '원스크린'이라는 사회서비스 기존 이용내역 조회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인지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영역별로 외부로부터 지원 연계를 받을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조사했는데 외부와 성폭력피해자 지원 '연계'를 하는 것과 원스크린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할 것인지의 질문이 혼용되어 있음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 연대는 여성가족부를 통해 보건복지부 면담을 요청했고,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에 직접 면담을 요청하라'고 회신하자 보건복지부 차세대정보시스템 추진단과 2022년 8월 29일 면담을 진행했다.

결과는? 원스크린에서도 여성폭력 피해자지원 '수혜이력'은 타 기관에서 조회되지 않도록 했고,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정보사이트인 '복지로'에서 쉼터는 아예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피해상담소 및 긴급전화센터는 공개하되, 성매매 자활지원센터는 전화번호 공개, 개별센터명과 주소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9월 1일 희망이음 개통 직전의 면담이었고, 최소한의 상황을 '막는' 방식이었지만 아주 답답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율은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이미 애초부터 꼼꼼히 협업하여 실행되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앞 의견서에서 언급한 첫 번째 인적사항 기재 문제와 세 번째 수혜이력 타기관 온라인상 제공 문제는 긴급한 상황을 일단 막았지만, 가장 깊은 문제의식인 과도한 정보집적은 이제 시작이다. 국가와 정부는 30개가 넘는 사회보장의 상황을 노인학대, 돌봄, 응급안전, 아동학대 등 영역별로 두고 전문성과 특성을 살리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한데 모아서 사회보장 '수혜자'라고 이름붙이는 쉬운 길을 열었다.

중복을 방지한다고 하지만, 이제까지도 법에 의해 행복이음 시스템에서 '자격조회'를 해왔다. 사각지대를 방지한다고 하지만 하나의 온라인 시스템에 수십만 수백만명의 종교와 형제자매 같은 상세 개인정보를 다 집적해놓는다고 사회보장의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것인가? 질문한다. 도리어 사회보장 참여 시민들의 '양적 정보'는 또 다른 국가와 정부의 이익을 위해 '시스템상' 사용되고 응용되는 것은 아닌가?

이제부터 모여갈 정보는 어떠한가? 제대로 보호하고, 제때 파기하고,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는가? 보건복지 영역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생명과 삶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과연 맞춤형 사회보장의 장을 열지, 선별하고 또 선별하는 새로운 위험한 기술을 탄생시킬지 함께 살펴봐 주시기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