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과 관련된 뉴스 제목들이 어마어마하다. '정부 보조금도 받는데 비영리 민간단체 3곳 중 1곳은 유령', '보조금 빼돌려 손녀 말 까지?', '시위 참가 땐 일당 3.7만, 000단체 일자리 보조금 전용', '민간단체에 새는 혈세, 부패 이권 카르텔 부숴야'. 뉴스 제목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정권에 빌붙어 빨대를 꽂는 흡혈기생 집단"은 심판받아야 한다며 "진짜 시민단체를 모욕하는 가짜 시민단체를 몰아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범죄단체", "국민 세금으로 양성된 홍위병"이라는 옮기기도 부끄러운 원색적인 말들도 국민의힘에서 흘러나왔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각종 부정·비리 온상 확인'이라고 못 박았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의 혈세 도둑질, 범죄단체 등 각종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는 정말 도둑에 가짜에 유령단체에, 횡령과 사적 이용으로 점철된 부정과 비리의 온상일까.
윤석열 정부의 시민단체 길들이기, 그래서 말이 되는 거야?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이라며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했다.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 8천억 원에 대한 감사로 이중 총 1조 1천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 및 비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확인된 부정사용금액은 314억이라고 밝혔다. 이중 보조금 유용과 횡령, 리베이트, 허위내용 기재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의 300여 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다. 첫째,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민간단체에게 지급된 6조 8천억 원 중 문제가 된 부정사용금액은 314억. 전체 지급액의 약 0.46%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조금의 부정사용금액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듯이 비영리민간단체 모두를 싸잡아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그 금액 정도가 너무나 적고 터무니없다. 이를 두고 '이권 카르텔'이라며 전 정부와 시민단체 간 모종의 협력관계가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던 윤석열 정부의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없다.
둘째, 부정사용금액이 314억원인데 내년도 보조금 예산 5천억 원을 삭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도 근거가 충분치는 않다. 삭감하겠다는 예산 5천억 원은 2022년도 보조금 총액 5조 4,446억원의 약 9.2% 정도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보조금 1조 7천억 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보조금 부정사용에 대한 적발이 지속되어 왔지만 단 한 차례도 보조금을 삭감한 적은 없다. 보조금 지원 사업은 국가 또는 시·도 단위에서 이뤄져야하는 공익목적 사업으로 한정되어 있고,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에 대하여 보완·상승 효과를 가지는 사업으로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창의적이고도 전문성이 발휘되는 사업영역이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3조에 비영리민간단체의 고유한 활동 영역을 존중하여야 하며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셋째, 이러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한 비영리민간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익목적 사업에 지원하여 재정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데, 선정 또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같은 법 제7조 3항), 위원은 국회의장 또는 시·도의회 의장이 추천한 3인, 그리고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추천하고 행안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위촉한 3인 등으로 되어있어 선정 과정에서 부정이나 비리가 있기 어렵다. 사업의 집행과정 또한 관련 부처 또는 지자체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진행한다. 사업종료 후에는 사업 추진 실적보고서와 사업비 집행 영수증과 통장 입출금 거래내역 사본, 각종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한다. 만약 부정과 비리가 문제라면 선정부터 집행까지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행안부 또는 관련 부처, 지자체가 절차와 근거에 맞게 그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비영리민간단체를 적대하고 호도하며 돌파하려는 것이 바로 핵심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용 현황에 대해 발표하면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과 괴담 유포, 폭력 조장을 3대 민폐로 규정하며 이를 근절하겠다고 선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에 발맞추어 6월 1일 공공개정환수와 보조금 등 부정수급 신고를 처리하는 공공재정환수관리과를 출범했고, 보조금 부정사용 신고 포상을 2억에서 5억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6월 15일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1만 1195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벌인 등록요건 전수조사 결과, 이 중 3,771개 단체(33.7%)는 등록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단체로 이 중 2,809곳은 등록을 말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를 하면서 행안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당시에는 유령단체가 아닌 실체가 분명히 있었다.", "범 정부 차원의 감사는 민간단체 전반을 대상으로 온갖 유형을 총망라하다 보니 여러 부정 지급 사례가 나왔지만, 비영리민간단체의 경우 관련법상 심사위원회의 평가와 체계가 있어 보조금 부정이나 누락 사례는 별로 없다." 물론 이런 행안부의 설명은 뉴스 헤드라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008년 촛불 정국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배후를 시민단체로 보고 대표적인 특정단체를 표적 삼아 압수수색을 하고, 단순한 회계상의 실수를 커다란 범죄인 양 부풀려 전체 시민사회단체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보복성 수사를 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상담소는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사업에서 4년 만에 제외되었고,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보조금 신청을 보이콧했다. 정부의 정책의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둘러싼 통제 의도는 해당 정부의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2년이 넘도록 지속된 촛불시위에 돌파구가 필요했던 이명박 정부가 그랬다. 2022년 10월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한 책임, 건설노동자들을 겨냥하며 이뤄지는 전방위적인 노동 탄압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시한 지독한 백래시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거센 '퇴진' 요구를 넘어설 돌파구는 윤석열 정부도 절실해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제36주년 6.10 민주항쟁기념식을 주관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정권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2007년 6.10 민주항쟁이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기념식에 불참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1년을 지나며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을 겪고 있다. 정말 비영리민간단체는 시민혈세 도둑이고 흡혈집단이며 유령단체인가? 시민들이 만들어 온 성과들을 뒤엎을 만큼 대단히 심각하고 문제적인가. 비영리민간단체를 적대하고 호도하며 윤석열 정부가 돌파하고자 하는 핵심을 제대로 보자. 그리고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우리가 겪게 될 수많은 퇴행에 정신 바짝 차리고 두 눈 부릅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