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열림터에서 원고 작성을 의뢰받아, 글을 쓰게 된 또우리* 선하라고 합니다 +ㅁ+ 글 쓰는 것이 익숙지 않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주제를 정해주셔서 처음 풀어가는 이야기를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음.. 사실 완벽하게 일상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들진 않아요! 다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노력해 온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저는 우선 친족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먼저 이야기하려 해요!
흔적 지우기
퇴소 후 친족성폭력 피해자인 저에게 가장 고민이었던 일은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점이었어요. 가족이라서 저의 신상과 실 주소지를 주민센터에 가면 쉽게 알아낼 수 있을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주민등록열람제한을 신청하고, 가해자가 물려준 성과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가족과의 인연은 천륜이라고 하던데. 저에겐 끔찍한 소리입니다. (잡담 컷!-) 이전부터 제 이름을 부모님이 멋대로 지어버린 것에 작은 불만을 품고 살아간 저는,,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 채우게 되었답니다. ^_^
사실 재판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는 형사재판 하나로도 벅차서 재판 후에 개명을 신청했어요! 저의 훌륭하신 서포터, 변호사님을 만나게 된 것은 민사재판을 하면서였는데요! 추가로 개명신청과 성본변경을 같이 진행하게 되었어요! ㅎㅎ 하지만 과정이 복잡하여 힘들었어요ㅜ 개명 후 성본변경으로 민증을 3번이나 바꾼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하..
아! 알고 가야 될 것은 개명과 성본변경을 다릅니다! 개명은 성씨 제외하고 남은 '이름'을 바꾸는 것이고 한자도 동시에 바꿀 수 있어요! 성본변경은 '부, 모 둘 중 하나의 성'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필요한 서류로는 신용에 문제가 없는지와 자신이 바꿀 성을 가지고 있는 부 또는 모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네요! 만약 성본변경을 한 후 형제자매와 성이 달라진다면 형제자매의 의견서도 받아야 하는데요. 저는 동생과 연락이 닿아서 의견서를 동생에게 받았답니다. 재판 후에 민증을 발급받고 난 후 끝난 게 아니라 휴대폰, 은행, 체크카드, 각종 어플 및 사이트의 개명도 같이 해야 해요. 6개월에 걸쳐 완성된 새 이름은 마음에 꼭 드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
꿈들의 묘지로 가는 길
개명 관련 재판이 바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저는 미래를 그리며 먹고 살 궁리를 했는데요! 어릴 적 저는 음식이라는 것이 너무 좋고, 맛을 느끼고 찾는 것이 좋아서 조리 전공 특성화고에 진학을 했었어요. 그러나 조기 취업 후에 다시 만나게 된 가족이 가해자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전공에 쏟아부은 고등학교 생활 3년은 없던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열림터에서 화장하는 것이 너무 좋던 저는 메이크업을 전공으로 배워보고 싶었고, 열림터에서 직업훈련을 다니게 되었지만 얼마 안돼서 자해로 인해 직업훈련을 그만두게 되었었어요! 그리고 퇴소 후 자립하게 되면서 직업훈련을 다시 이어가며 국비 지원으로 국가 자격증을 획득했답니다! 자격증 취득 후 돈을 더 보태서 메이크업 관련 자격증도 2개 더 따게 되었어요! 자격증을 따고, 학원에서 소개해 주신 메이크업 실장님께서 어린이 뮤지컬에서 급하게 사람을 구한다 해서 가게 된 것이 첫 메이크업 경험이었어요.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지만.. LH 임대주택에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사 후에 집 근처에서 일하려고, 면접에 치이고 살았었어요.. 강남에 샵들이 촘촘한 거리를 거닐며 면접을 다니고, 방송국 본사에서는 테스트 시험까지 도전해 보았으나 결과는 처참..하여 현재는 메이크업은 잠시 접어두고 주민센터에서 연결해 주는 자활 활동을 하려고 생각 중에 있어요! 지금 시기에 돈을 바짝 모아 임대주택 계약 후에 넉넉히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 연락이 온 곳들은 '수습기간 동안은 월 100도 안 되는 페이'(2023년 맞나?;; 싶을 정도)와 '3개월 수습기간 후 직장(강남) 바로 근처로 이사한다'는 이상한 전제 조건들로 상황과 맞지 않게 굴러갔어요. 미래를 그리면서 실현하려면 실력과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지금 기회가 너무 아깝고,, 지하철 1시간 출퇴근 거리에다, 생각과는 다른 업무환경, 퇴근 후 자유를 갈망하며 허덕일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어요. (이렇게 제 꿈들은 묘지로 가서 묻어졌지만) 사실 더 재밌는 일이 세상에 많고, 여러 경험과 자활 활동을 하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결정이었어요!
행복으로 집 꾸미기 1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살짝 이어지는 내용인데, 지금 LH 임대주택에 들어와서 살고 있어요! "가장 안정적인 최고의 집!"까지는 아니지만 전세로 있고 퇴소 후부터 순서대로.. 타인과 같이 있는 셰어하우스 >> 반지하 >> 원룸 >> 투룸(?)으로 진화했어서 너무 기뻤어요! 이사 후에 갑자기 전세사기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안심할 수 있었어요. (=v=)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안정적인 집인 것 같아요! 벽지도 새로 된 벽지였고! 화장실 타일이나 천장, 벽들에 필요에 의해서 하는 구멍뚫기, 못질은 괜찮다고 해서 마음 편하게 레이스 커튼도 달았답니다.ㅎㅎ 원래 있던 하자나 보수는 처리도 해줘서 너무 편해요! 가구를 구입하는데 큰돈을 썼지만, 이제는 미어터지는 화장품 친구들을 정리할 수 있는 화장대랑 폭신하고 마음에 드는 침구와 침대, 그리고 꿈의 간식선반까지!! 만족하며 지내는 중이에요!@@ 나중에 행복으로 집 꾸미기 2편에서는 침실 한켠에 러그와 커피테이블, 조명, 소파까지 놓아두려고 해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서 좋아요♥
퇴소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노력하며 달려왔어요.. 물론 노력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려 하는 자신을 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전에는 끈적하고 무거웠던 속마음을 떨쳐내지 못해 잠식당하고, 그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이 너무 싫었지만 여러 과정을 겪으며 생각을 바꾸고 있어요. 어떨 때는 과자비닐 뜯는 기분으로, 아니면 나른한 날 창밖 구경을 하는 기분으로 바꿔버리는 방법을 더 연습하고 있어요.
지금도 가끔 자기혐오에 빠질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둔하게 있지 않고 이제는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 해요. "그런 생각 시작하면 밑도 끝이 없고, 본인은 힘들고 곁에 있는 사람은 화만 늘어간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먹은 후였는데요. 그 맵고 따끔한 말 한마디가 정신을 차리게 된 큰 계기였죠. 마음이 힘든데 남한테 욕까지 먹는 거는 너무너무 싫어서 그 후부터 나쁜 감정의 끝을 빨리 만들기로 했어요.
슬픈 기분이 들어서 속으로 욕하고, 회피하고, 정신적 자해를 하던 것이 이제는 슬프면 실컷 욕하고 할 말이 없어질 때까지 울고, 다 울고 나면 "정신 차려야지.. 저녁 뭐 먹지?"라며 좋아하는 플리를 틀고 다시 차분한 기분으로 바꿔주면 되는 것이었어요. 적어도 저한테는 더 편한 방식이었어요. 사실 거울을 보면서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이제부터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고.." 혼잣말도 했어요. "나는 ○○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약간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 소중한 과정들이었어요.
열림터에서 좋은 기회로 제 이야기를 풀 수 있어서 기뻤어요! 소식지가 나오는 것도 몰랐었는데 소중한 소식지에 글 올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무렇게나 써버렸지만 제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 상담소와 열림터에서는 쉼터에 머물렀던 전 생활인을 '또우리'라고 부르고 있어요. '또 만나요 우리'라는 의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