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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나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다
  • 이유나
〈생존자의 목소리〉는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에세이, 시, 그림 등의 형식으로 싣는 코너입니다. 본 코너는 생존자의 고유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이며, 교정 교열 외의 편집은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담소의 다른 글과 관점도 논점도 조금 다를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중3 기말고사를 마치고 집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큰삼촌이었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갑자기 난폭해졌습니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저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성폭력 앞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살아남기 위해서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야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따라와 목숨을 위협받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살기 위해 소리쳐 봤지만, 계속되는 살해협박에 완전히 얼었습니다. 그 후 제 인생은 송두리째 부서졌고 두려움에 지내는 날뿐이었습니다. 내게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의 활발한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스스로가 나약하고 쓸모없게 느껴졌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미래도 꿈도 전부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쳤지만, 옆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마주칠까 봐 늘 뛰며 등하교했고 거실을 보기 싫어서 문을 잠그고 충격과 우울감이 밀려오면서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분노, 무력감,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19층 베란다 난간에 서 있기도 했습니다. 그 고통은 지금도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당시 피해사실을 즉각 알렸지만, 성인 남성인 삼촌이 여중생 조카를 사람으로서 존중이 아닌 욕구를 해소하려 괴롭히는 폭력으로 봐야 하는데 가족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압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후 다시 알렸을 때는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은 저에게 "얼마나 힘들었니?"가 아니라 오히려 왜 먼저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어 제 고통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친척의 힘을 빌려서 제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말하였으나 사과하지 않아, 가해자를 신고하니 공소시효 10년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어렵게 서울 대교회에 목사 면직을 요청했습니다. 즉각 중징계 될 줄 알았던 일을 5년 반 동안 홀로 싸웠고 목사 면직되었습니다.

곧바로 이 사건에 대해 수많은 신문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힘내시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때서야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나쁜 거지. 왜 내 잘못이 아닌데 중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을 박탈당한 건데 내가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었다고 계속 힘들어해야만 할까?' 하며 잊으려거나 극복하려고 무리한 노력은 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아주 천천히 회복했습니다.

평범했던 중학생의 일상이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이 되어 이 자리에 못 서 있을 뻔한 제가 어떻게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가해자를 목사 면직을 시켜서가 아니라, 성폭력생존자로서 사회가 변화될 때까지 저의 미투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언제든지 #metoo운동, 공폐단단(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운동 그룹)에 동참하여 함께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성폭행이 만연한 사회인 것을 이슈화해야만 사회가 변합니다. 여성가족부 상담이 1년간 3만여 건인데 재판까지 간 가해자 실형은 1,600건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나설 때 실형받는 가해자도 늘어날 겁니다. 침묵할수록 신고되지 않은 성폭력 범죄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부당한 성폭력을 마주하고 성폭력에 대해 용감하고 솔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이해, 구조, 정책, 교육, 제도, 재판까지 싹 다 바꿀 수 있습니다. 난 이미 당했고 고통스럽지만, 더 나은 생존을 위해서 이미 깨져버린 삶의 조각들을 모아 말하면 변화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고 치유될 수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성폭력생존자 미투운동에 나선 모든 분의 그 용기를 지지합니다. 함께 고민할거고, 함께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