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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단 경진의 합정동 생태관찰기
  • 경진 |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안녕하세요. 동물사랑단 단장, 활동가 경진입니다(아무도 단장이라고 불러준 적은 없는데 글을 작성하는 김에 한 번 써보았습니다). '동물사랑단'은 상담소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활동가들을 부르는 비공식 용어입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활동가이지만, 모두 동물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죠. 동물사랑단 활동가들은 하루에 한 번은 꼭 일상에서 만난 동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스몰토크가 되기도, 동물권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토론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상담소의 일상을 채워주는 동물사랑단의 활동(?)과 고민을 회원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글을 실어봅니다.

상담소 길고양이 밥자리에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비둘기들
_ 상담소 길고양이 밥자리에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비둘기들

합정역 7번 출구부터 상담소까지 약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출근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강아지, 고양이, 비둘기, 까마귀, 쥐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납니다. 특히 이 시간엔 상담소 맞은편 성산중학교 화단 나무에 모여 앉아 짹짹거리는 참새들이 눈에 띕니다. 이 모습을 본 활동가들은 '참새가 아침나눔1 중이다'라는 귀여운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아침나눔 중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새는 생존을 위해 인간 거주지에서 서식합니다. 인간이 있는 곳엔 천적이 거의 없고, 먹이가 풍부하며 둥지 틀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참새들의 전략인 셈이죠. 실제로 인간이 마을을 떠나면 참새도 떠난다고 합니다. 아마 아침에 만나는 참새들도 '합정동 인간들 속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하는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닌지 상상하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참새들을 보며 출근길 힘을 내봅니다.

산책 중 발견한 제비. 새끼에게 먹이를 나르고 있습니다.
_ 산책 중 발견한 제비. 새끼에게 먹이를 나르고 있습니다.

참새와 함께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 어느 날, 신나는 점심시간 후 활동가들은 산책을 나섰습니다. 어디선가 낯선 새소리가 들립니다. 홀린 듯이 동물사랑단 활동가들이 소리를 따라간 곳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던 대표적인 환경지표종 제비가 있었습니다. 필로티 건물 1층 주차장에 제비 가족이 야무지게 둥지를 튼 것이죠. 그 작은 입으로 진흙과 나뭇가지를 모아다가 견고하게 집을 지었을 생각하니 뭔가 감동적입니다. 옆에는 두 개의 제비집이 더 있습니다. 아마 과거에 지었던 집 같습니다. 건물바닥과 주차된 차량에 제비 똥 흔적들이 많은 걸 보니 건물주인께서 매년 돌아오는 제비를 내쫓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철새 제비가 안전감을 느끼고 다시 돌아와 가족을 꾸린 모양입니다. 제비와의 공존을 택한 건물주인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동물과의 공존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활동가가 퇴근길에 차에 치여 죽은 비둘기를 목격하여 구청에 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체가 길가에 있어 더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자가 올 때까지 활동가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몇몇 행인들이 비둘기를 향한 혐오 발언을 하여 속상했다고 합니다. 도심 속에서 서식밀도가 높아진 비둘기는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동물은 혐오해도 되는 것일까요. 돌이켜보면 야생동물의 문제는 환경파괴, 무분별한 개발 등 인간들의 욕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활동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경제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고민해 봅니다.

어려운 고민이지만 동물사랑단 활동가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비건, 제로웨이스트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을 하며 동물권, 환경권 등과 같은 다른 영역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것들이 별개의 권리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그리고 일상에서 접하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활동가들의 습관(?)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반성폭력 운동과 함께 동물사랑단 활동도 함께 이어나가겠습니다.

1 (편집자 주) 매일 아침 11시, 전날 일정 소회와 당일 일정을 공유하는 상담소의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