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사건 주요 흐름 파악하기
2022~2023년 주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경찰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로 정리하고 관련 통계 기록 시작
이상동기 좌담회
모든 강력범죄가 이상동기는 아니다!
산 이 모든 사건을 하나의 이름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건마다 얽혀있는 서사와 사회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요. 그런데 현 정부나 언론은 마치 이 사건들이 악마 같은 개인에 의한 것처럼 축소하고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요.
감이 최근 일어난 사건 중,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사건들은 새로운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흉기난동 사건이라고 하면 새롭게 들리지만,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나 신림동 공원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사건이라고 정확하게 이름 붙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오매 맞아요.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혐오범죄'라는 키워드가 쟁점이었잖아요. 하지만 최근 '여성혐오범죄란 없다'는 증거로 신림역, 서현역, 은평구 칼부림 사건이 제시되기도 하더라구요. 흉기난동 사건들이 구조적 성폭력을 면피하는 증거로 쓰이는 것이죠.
유랑 〈남성특권〉이라는 책에서 인셀1을 분석하는데요. 현대 사회에 남성 특권이 상실됨에 따라 인셀이 폭력을 행사한다는 해석이 와닿았어요. 사건들을 여성혐오와 성폭력의 관점에서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해요.
여성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넘어
오매 여성 피해자 비율이 높은지를 보는 것만이 젠더 관점은 아닌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인 고립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공권력으로 범죄를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젠더 관점의 해석일 수 있죠. 범죄자만 제압하면 성폭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폭력을 만들어낸 사회문화가 있다는 걸 우리는 오랫동안 깊이 있게 관찰했어요. 해석과 논쟁의 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엄벌주의가 메우는 요즘 분위기는 문제라고 봐요.
수수 모든 사건을 막연하게 흉기난동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공포를 자극하는 것도 문제예요.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불안했죠. 서울시에 경계경보 문자가 잘못 오고, 국군의날 행사 준비로 전투기도 날아다녔잖아요.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공포의 기류도 함께 감각되었던 거 같아요. 실제로 안전을 담보하는 것보다는 공권력의 힘을 강조하는 정책만 제시되니, 안전망과 관계망이 취약한 사람들은 그 때문에 더 공포에 휩싸이는 것 같아요. 고립의 악순환으로도 이어질 것 같구요.
란 얘기를 듣다보니, 공포가 젠더화된다는 표현이 떠올라요. 최근 흉기난동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인 탓에 여성들이 더욱 불안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호신용품을 마련하고, 밤길을 조심하는 등 개인적인 대응을 많이 하고 있구요. 공포가 젠더화되어 여성들이 움츠러들고 행동을 제약받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산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돼요. 젠더 폭력을 부정하고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는 반면, 곳곳에 장갑차와 무장 경찰을 배치하잖아요. 강한 권력을 이용해 문제 상황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당장에는 쉽고 빠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갈등과 폭력을 얼마나 심화할까요. 속이 답답할 뿐이에요.
공권력이 '위험'을 제거하면 안전해지는 걸까?
란 일본에서도 이미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이슈였다고 해요. 빈곤과 고립 상태의 청년들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범죄 형태로 발생한다고 해석하더라구요. 무차별 살상사건의 가해자 다수가 정신병력이 없는 낮은 학력의 고립된 청년 남성이었다고 하구요. 그래서 국가적으로 고립 대책 마련을 한대요. 범죄 환경을 막는 물리적인 조치도 취한다고 들었어요. 자동차가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처럼요. 반면 한국 정부는 자꾸 '제시카법'2 같은 엄벌주의를 해답처럼 제시하는 것 같아요.
유랑 사회적인 공분을 사는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 댓글창에는 '사형제도 부활시켜라', '무인도에 가둬라'라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가해자에 대한 분노에는 공감하지만,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이상성욕이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예요. 지금 논의 중인 제시카 법안도 성충동 약물치료에 동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거주지 제한 명령을 참작한다는 내용이 있더라구요. 이 씨. 강간죄 개정은 안 하고 이런 것만.
란 범죄자들을 격리하면 사회가 안전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사실 배제와 격리의 정책이 시행될수록 강력범죄 재범률이 상승한다는 해외 보고도 있어요3. 국가가 나서서 엄벌하거나 장갑차가 등장하면 안전해질 거라는 기대는 전쟁과 군사주의에 기반한 남성적인 관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공권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란 공권력의 개입을 요청하는 분위기도 이해해요. 그동안 국가가 가정·성폭력의 공포에 대해서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면 될 문제'라고 여기고 개입하지 않았던 역사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승인된 사람들만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각들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공권력 개입의 한계이자 공백이겠죠. 공권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를 위해 개입하고 조력하는 문화가 강조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아주 강력한 국가가 처벌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시민성의 강화가 중요하다고 봐요.
수수 최근 어떤 생존자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친 후 사회에 '흡수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어요. 폭력 피해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을 때, 본인이 사회에서 돌출된 존재로 여겨졌다는 맥락에서요. 축하할 일이지만, 사실 돌출된 게 문제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어떤 돌출된 존재를 관용할 수 있는 사회 감각이 필요한 거죠. 우리 사회가 점점 '이상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돼요.
오매 맞아요. 지금 공권력은 범죄자와 함께 '비정상성'을 격리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잖아요. 이런 지점에서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이 참조점이 될 수 있을까요?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도 불안하고 민감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되었잖아요. '나는 무력하고, 위협당할 수밖에 없다'는 감각보다는 나와 우리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대응 방안을 같이 생각해 보는 문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2023년 이후, 반성폭력 운동의 과제
오매 예전에 우리 상담소에서 했던 성폭력 가해자 교육이 가끔 생각나요. 가해자의 여성차별적인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점검하고, 다시 새로운 시민이 될 수 있게 교육한 거예요. 공권력 대신에 우리가 시민으로서 문화와 인식을 바꾸어왔던 과정이었던 거죠. 지금도 때때로 가해자들의 전화를 받아요. '가해자로 신고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보통은 피해자 전화를 받아야 하니까 빨리 끊는데요. 진지하게 시간을 들여서 답하고 싶기도 해요. 피해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듣고,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태도로 임하시라고요. 역고소 하지 말고.
유랑 저도 더 많은 남성과 접점을 만드는 성문화운동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많은 여성은 자기 경험과 부딪히며 사유와 행동을 연마하는 반면, 페미니즘을 만나지 못한 남성들은 잘못된 인식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란 강력범죄 문제가 어떤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피고, 엄벌주의 정책에 찬동하지 않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이 정책들이 구조적인 불평등을 어떻게 가속하는지 알아야 해요. 모든 범죄자를 한데 묶어 격리하는 제도가 소수자 혐오와 배제를 더 손쉽게 만든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산 성별에 국한하지 않은 운동을 고민하자는 말에 공감해요. 반성폭력운동의 최종 목적지는 성폭력 피해생존자 지원을 넘은 성폭력 근절이니까요. 여성 간의 연대에만 머물지 않고 여성 인권을 위한 연대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상담소에서도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수수 최근 '은둔고립청년' 정책4이 많이 만들어졌잖아요. 기댈 사람과 공동체가 없어 궁지에 몰린 청년들이 점차 조명되고, 그에 대한 정책적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흉기난동 사건이 고립된 남성 청년들의 자기 표출 방식이라면, 고립된 여성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기 표출을 하고 있을까요? 20대 여성들의 정신과 입원과 자살시도 증가 통계가 마음이 쓰여요. 우울한 10대 여성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고, 2030 남성들이 이들을 착취하는 현상으로도 드러나는 거 같구요. 이것도 반성폭력 운동의 과제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인셀은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과의 연애와 성관계에 실패한 남성을 일컫는다. 인셀은 젊은 남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방식으로 쓰이기도 하며, 소위 정상적인(연애에 성공한) 남성과 선을 그으며 비하하는 말로서 쓰이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인셀의 자기혐오, 좌절, 분노에 의한 강력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률로, 2005년 아동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제정한 법안이다. 한국형 제시카 법의 경우 고위험 성범죄자를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거주지를 지정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 허경미(2019), "미국의 성범죄자 등록·공개·취업제한 제도에 대한 비판적 쟁점", 한국공안행정학회보, vol.28, no.1, 통권 74호.
4 서울시 고립은둔청년지원사업 자가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중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 '급한 일이 있을 때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경우',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속마음을 풀어놓을 사람이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할 때 고립 상태에 있다고 판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