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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세상,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 닻별 | 회원홍보팀 활동가
종종 상담소에서 일하는 것이 '운이 좋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일상이 요즘같은 백래시 시대에는 쉽지 않으니까요.
회원님의 하루는 어떤가요?
상담소는 회원님에게도 그런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는 회원홍보팀이 여는 회원 행사가 많은 해였습니다.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후원의밤 〈페미본색〉, 새롭게 시도해본 5년차 이하 후원회원 커뮤니티데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입니다. 둘 다 오신 분도, 하나만 참석하신 분도 계실텐데요, 두 행사를 담당한 담당자로서의 소회를 전해드립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참 답답한 소식이 많습니다. 서울시성평등지원센터가 '성소수자'와 '여성단체 행사'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고, 여성가족부 예산 삭감 이외에도 가슴 아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뉴스에 올라옵니다. 백래시는 심해지고 어떤 정치적 메세지도 와닿지 않는 심란한 2023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상담소를 처음 후원할 때 보내주신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속의 불꽃이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으셨나요?

저야 답답한 세상에 대해 지치지 않고 이야기해줄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올해 진행된 두 회원행사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자! 기왕이면 그게 상담소면 좋겠다!

후원의밤 〈페미본색〉은 이름을 정할 때부터 수많은 토론을 거쳤습니다. 최종적으로 '페미본색'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안전하게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본색'을 드러내는 해방적 공간을 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드는 분들을 보니 준비팀의 목적은 초과달성한 것 같아요. 541분의 든든한 후원으로 목표 모금액수도 달성하였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성황리에 종료된 페미본색에 이어, 회원홍보팀의 야무진 계획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바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입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는 상담소의 5년차 이하 후원회원들을 초대해서 지난 시간들을 추억해보는 행사였어요. 이끔이 오지은님으로부터 'MBTI J 답게 무려 4부로 구성'되었다는 평을 들은 이번 행사는 사실 페미본색의 연장선에서 준비한 행사입니다. 후원의밤 〈페미본색〉이 모두가 잘 지내고 있는지 각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는 조금 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굵직한 사건들을 돌아보고, 그 시기의 '우리'가 어떤 생각과 경험을 했는지 나눠보는 구성으로 행사를 준비했어요.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내려면 노련한 이끔이들이 중요합니다. 상담소의 차분한 입담꾼, 여성주의상담팀 감이 활동가를 무사히 섭외하고 감이와 함께 알찬 2시간을 꾸려주실 분을 섭외했습니다. 준비팀 레이더에 정말 여러 사람이 올랐는데요, 심사숙고를 거친 끝에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님에게 제안을 드렸고 너무나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마침 답답한 현실에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저희의 목표를 정확히 찌르는 이유로 수락의 답신을 보내주셨다고 해요.

상담소에 자원활동과 상근활동 양쪽으로 오랜기간 활동해온 감이와, 아직 상담소를 후원하지 않지만 함께 해볼까?! 고민하는 중인 오지은 님의 케미도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소문난 입담러 오지은 님의 빵빵 터지는 직격 발언이 백미였습니다.

행사 당일, 모닥불 앞에 둘러앉은 평화로움이 생각나는 캠핑의자와 귀여운 가렌드, 감성 넘치는 조명이 배치된 이안젤라홀은 평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맛있는 비건 식사와 기분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섯 종류의 음료수와 함께 녹아내린 마음으로 시작한 본 행사는 상담소에 후원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노년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행사 현장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현장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은 가장 외로워집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볼 때마다 속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지만,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봐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상담소가 회원님의 고민을 모두 해결해드릴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을 나누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슬쩍 덜어주는 든든한 뒷배가 될 수는 있어요. 다사다난한 올해,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즐거운 한 해 보내셨나요? 상담소와 함께한 2023년이 즐겁고 평화로웠길 기원합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