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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김지은이 전하는 편지
  • 김지은

안녕하세요, 상담소 회원 김지은입니다. 2020년 '한해를 보내며 연말 편지'와 2022년 '차별금지법 글'로 인사드리고, 다시 2년여 만에 소식지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보통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기술을 배우고,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지만 오늘도 또다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미투를 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 만연한 폭력과 차별 속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도움을 구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정치권 조직에서, 저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처음으로 "도와줄게"라고 응답해준 선배가 있었고 이후 더 용기내 말할 수 있었습니다. 미투 이후 이제 더는 제 눈앞에 가해자의 범죄는 없습니다.

저의 두 번째 말하기는 〈김지은입니다〉 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던 그때의 마음을 다른 피해자들께 연대하고,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었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수단이 바로 말하기였습니다.

이후 책이 대만에서 번역되어 발간됐을 때 대만의 많은 시민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미투,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 그리고 〈김지은입니다〉 책을 구매하여 정치권에 보내 각성을 촉구하는 등의 우리나라 연대자들의 모습에 감명받아 했습니다. 그들은 한국 미투의 강렬한 힘에 영감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겨운 기억이지만, 한국의 미투운동은 여성인권승리의 역사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직장, 학교 등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독일 등의 성폭력 생존자들과 만나 제가 경험한 시간들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많은 분들께 받은 도움만큼은 안 되더라도 어딘가에서 나누며 도움 드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견고한 힘을 가진 정치권의 힘은 여전히 소수의 말하기를 억압하고, 자신들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입니다.

고발 이후 저는 충남도청에서 면직 통보를 받고, 저의 조력자는 국회에서 내쫓겼으며, 〈김지은입니다〉 책은 공공도서관에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정치권의 불평등한 노동환경과 여성인권 등 정치 현실에 대해 〈몰락의 시간〉 이라는 책을 쓴 조력자 선배는 권고사직을 당하였습니다. 반면 2차가해에 가담하고, 방조한 사람들은 정치권 카르텔의 비호를 받아 이제는 출마와 방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간절히 믿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목소리 낸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더 나은 한 걸음을 내딛으리라 믿습니다.

2019년 가해자의 대법원 유죄 확정 이후 현재 6년째 민사 소송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민사 1심 판결에서는 가해자가 정부 기관장이었고, 공무 중 일어났던 일로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으며, 가해자 가족에 의한 피해자 개인정보와 재판기록 유출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 방조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다만 일부 아직 인정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하여 지난해 11월 2심 첫 공판이 열렸고, 현재 재판 중에 있습니다. 너무 힘겹긴 하지만, 다른 분들께도 좋은 선례를 만들어 희망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해자와 충남도청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조금 더 힘을 내고 끝까지 싸워 정치권의 첫 번째 미투를 제대로 종결짓고 싶습니다. 함께해주세요.

힘겨웠지만 제가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회원님들의 한결같은 연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대의 힘으로 살아낸 제가 다시 연대를 통해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음 다해 나누고 싶습니다. 상담소 회원님들과 생존자분들과 연대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지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