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폭력 사태는 한 방에 들어간 이용자 수가 "22만 명"이라는 점, 피의자의 80% 이상이 10대라는 점, 이들이 주변 친구, 가족, 교사를 상대로 가해했다는 점이 여러모로 충격을 준 사건이다. 사람들은 성폭력이 멀리 동떨어진 일이 아닌 나와 내 주변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움, 놀라움, 분노, 불안함 등 여러 감정으로 감각했다. 정치권은 부랴부랴 범죄 대응 TF를 만들고 법을 개정하고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자는 패가망신하도록 만들겠다"1며 가해자 엄벌을 약속했다. 그럼, 이제 딥페이크 성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2020년, N번방 사건이 크게 공론화되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폭력은 이미 '지인 능욕'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 N번방에도 만연했다. 그러면 왜 여전히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반복될까? 디지털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딥페이크 성폭력의 원인을 SNS와 AI 기술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것에서 찾았다. 그러나 디지털 성폭력은 SNS와 AI 기술이 발달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몰래카메라'는 1997년에도 있었다. 신촌 백화점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된 이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만들어졌다. 인터넷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2000년대 초반에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돈이 된다'는 것을 학습한 기업들이 무수히 많은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했다. 사이트에는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불법 촬영물이 난무했다. 그중 하나인 소라넷 사이트에는 불법 촬영물뿐 아니라 강간 모의까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이후 밝혀진 웹하드 카르텔, N번방 사건은 모두 여성의 몸과 신체 이미지를 착취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일종의 디지털 성폭력 산업이었다. 지금의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발생했다. 물론 기술의 발달은 클릭 하나로 누구나 손쉽게 '포르노'를 제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만을 디지털 성폭력의 원인으로 삼을 때 감춰지는 것은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와 남성중심적인 사회문화에 있다는 사실이다.
딥페이크 성폭력은 합성 기술이 너무 감쪽같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의 얼굴과 신체를 사물 다루듯이 조각내어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폭력이다. 그렇기에 딥페이크 기술이 조악해서 누구나 합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더라도 성폭력이 된다. 심지어 성적 이미지나 영상 속 인물이 실제 내가 아니더라도 제목에 나의 이름과 신상정보가 붙어 온라인상에서 돌아다니는 것 또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과 다르게 의미화된다. 여성의 벗은 몸은 성적 대상이 되고, 성적인 실천을 하거나 성과 결부되는 여성은 너무도 쉽게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되어 비하되고 무시당한다. SNS에서 몸 사진을 찍어 올리던 '일탈계' 여성들이 N번방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도 쉽게 신고하거나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사회적 낙인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 속에서 여성의 벗은 몸은 여성을 협박하고 '능욕'하는 수단이 된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기술과 온라인 공간만 따로 떨어져 진공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 앞으로 점점 더 발달할 기술은 여전히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사용될 것이다. 딥페이크 성폭력을 이야기할 때 가해자를 엄벌하거나 기술 발달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성혐오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남성문화 속에서 남자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멸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서로 간의 연대를 다진다. 학창 시절에 교실에서 남학생끼리 성관계 자세를 따라 하며 낄낄대거나 여학생을 희롱하며 놀리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단톡방 성희롱과 N번방, 딥페이크 성폭력 방은 이러한 문화가 온라인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자 서로의 남성성을 과시하며 '진짜 남자'가 되어가는 '남자들의 방'2이라고 할 수 있다. 딥페이크 성폭력 방에는 같은 지역이나 학교 중심으로 모인 후, 서로 알고 있는 지인을 대조해서 확인하고 함께 여성을 가해하는 겹지인방이 있었다. '남자들의 방'에서는 신체 노출이 없는 일상 사진과 신상 정보만 가지고도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단톡방 성희롱이 발생한다. 남성성은 이처럼 여성과 소수자를 타자화하고 혐오함으로써 구성된다. 이미 '일베' 등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여성과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혐오하며 폭력 자체를 남성성의 자원으로 삼는 남성들이 등장한 지 오래다.3 폭력적인 온라인 남성문화 속의 남성들은 은어와 밈, 짤을 통해 놀이처럼 소수자와 약자를 배척하고 혐오하며 큰 소속감을 느낀다. 이러한 온라인 여성혐오는 성폭력, 성착취, 온라인 성희롱,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불링, 신상 털기와 같은 실질적인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성폭력과 성착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남성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를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시민성을 기를 수 있는 사회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 성교육, 성평등교육은 필수적이다. 성폭력예방교육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성적 동의는 상대의 성적 제안에 "yes or no"를 답하는 것만으로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다. 동의는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조건 속에서 실천하는 행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4 즉, 적극적 합의를 위해서는 관계 내 권력을 끊임없이 살피고 성찰할 힘이 길러져야 한다. 벨 훅스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사랑을 배우지 못하는 대신 감정적 금욕을 배우며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억압된 존재다. 성평등교육을 통해 상대와 소통하며 적극적 합의를 관계 속에서 실천하기를 배우는 것은 성폭력 예방뿐만 아니라 가부장제가 만들어내는 남성성에 균열을 내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성평등교육은 반차별·반폭력의 원칙에 따라 학교·교육기관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고 성평등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성평등 추진체계 확립, 교육 환경 및 자원 확보, 성평등한 노동권, 재생산권 보장 등 전반적인 정책과 제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5 이를 위해 정치의 책임과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지자체는 공공도서관의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열람 제한하고 폐기하라는 혐오 세력의 민원에 응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디지털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성인권교육 예산도 삭감했다. 성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인 청소년성문화센터에 대한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N번방 사건 이후 또다시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디지털 성범죄 대응 관련 예산을 뒤늦게 증액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성평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기조 아래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정부 통계, 국가 교육 과정, 지자체 명칭 등에서 '여성'과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9개월째6 여성가족부 장관을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성/교육 정책과 딥페이크 성폭력 해결이 얼핏 보면 큰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성폭력의 원인이 여성혐오와 남성문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성차별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정말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할 때다.
1 노컷뉴스, 與 "딥페이크 범죄자 패가망신 시켜야…범죄수익 몰수 추진", 24.11.06, https://www.nocutnews.co.kr/news/6240056
2 황유나는 〈남자들의 방: 남자-되기, 유흥업소, 아가씨노동〉(2022)에서 클럽 버닝썬 사건과 유흥업소 공간을 분석하며 '남자들의 방' 개념을 제시했다. 남자들의 방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남성보다 못한 인간으로 위치시키는 여성혐오"를 통해 남성 연대를 다지고 남자가 되어가는 가부장 사회의 장치다. 단톡방, N번방 등은 이러한 공간이 온라인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손희정은 갈수록 청년들이 취약해지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남성성 상실에 대한 공포와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폭력을 가치 확인의 수단과 자원으로 삼는 남성성을 '고어 남성성'이라고 표현했다. 고어 남성성은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 개념을 참고한 것으로 (1)디지털 거점으로 (2)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시민권과 자본 축적의 자원으로 삼고 (3)전 지구적 가부장체제의 남성성의 위계 안에서 '알파 메일'에 다다르지 못하는 '베타 메일'로서 주변화된 남성성을 극복 혹은 전유하기 위해 (4)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함으로써 수단으로 삼는 것 (5)이런 양상이 산업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4 한국성폭력상담소, 〈동의를 질문하며 위험 너머 나아가기〉 토론회 자료집, 2023, p.51
5 정혜경 의원실, 진보당 정책위원회,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학교 성교육의 변화에서부터!〉 토론회 자료집, 2024, p.13
6 [편집자주] 저자가 글을 작성한 24년 11월 기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