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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나눔이 있는 공간 ‘재미난카페’
  • 봄(이선영) | 재미난카페 매니저 겸 운영위원장
기획특집 : 더불어 살기의 조건

사람과 나눔이 있는 공간 ‘재미난카페’

봄(이선영) | 재미난카페 매니저 겸 운영위원장

강북구 수유동, 삼각산 밑에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는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앎과 삶이 하나 되는, 배움과 나눔이 함께하는 재미난 사람들이 모인 마을공동체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시작해서 재미난학교로 이어졌고, 배움터, 재미난카페, 목공소 등 여러 공간들이 모여 지금의 재미난마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재미난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강북구에 살지 않는다. 내 기억에는 살면서 강북구에 온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재미난마을을 알게 된 건 재미난카페에서 진행된 타로수업을 통해서였다. 타로수업을 듣기위해 재미난카페의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카페의 매니저로까지 이어졌다.

3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여행이라 즐기며 1년이나 할 수 있었던 건 재미난카페가, 재미난마을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그 매력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재미난카페가 된 이야기

2009년 봄, 마을주민을 위한 친환경 밥상 ‘재미난 밥상’이 세워졌다. 2011년, 밥상은 재미난마을법인에 인수되었고 밥상이 있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던 주민들이 삼삼오오 힘을 모아 밥상공간을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인 ‘재미난카페’로 재탄생시켰다. 주민들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카페의 구석구석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재미난카페 내부
<책이 있는 공간 재미난카페> 간판

마을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재미난카페에는 사장이 없다. 재미난카페는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총1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카페를 지키고, 주문을 받고 카페를 관리한다. 또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현재 총6명으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카페의 대외활동, 홍보, 유지보수등 전반적인 카페 업무를 함께 해나가고 있다.

카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 또한 카페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다른 주민들과 나누기 위해 집에 있는 자신의 책꽂이에서 꺼내온 것이다. 한 칸에 한 명씩 각자 책꽂이마다 주인들이 있고, 각자 책장은 그 주인이 관리한다.

매니저가 없는 시간대에는 자원봉사자가 카페를 관리하고 손님을 받기 때문에 여느 카페처럼 만들기 어려운 에스프레소머신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원가는 좀 비싸지만 만들기 쉬운 캡슐커피를 이용해 커피를 만든다. 손님으로 온 사람들도 직접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끔 되어있다. 직접 만들어 먹고 직접 계산을 하고 직접 뒷정리까지 해놓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곳의 수익분배는 어떻게 하냐고 종종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나는 수익들은 모두 다시 카페로, 마을로 돌아간다. 애초에 수익도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만 나온다. 조금의 여유의 돈이 생기면 그 돈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하도록 카페의 시설을 보수하고 확충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 카페에 처음 오는 손님들이 항상 “여기가 뭐하는 곳이에요?”하고 묻는다. 카페라고 쓰인 큰 간판이 있는데도 가정집 같은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카페에서는 차도 마실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으며, 술도 마실 수 있고, 아이들이 와서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책을 같이 읽을 수도 있고, 바느질을 할 수도 있고, 꿈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카페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카페에서 무엇을 하는가?’를 찾기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는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카페의 공간은 누구를 위해서든 열려있고,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곳이 재미난카페가 아닐까 싶다.

이곳의 이름이 ‘재미난’카페여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서는 재미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누군가 주도해서 재미난 일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 또 그것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함께해서 커지는 식이다. 그리고 그 재미난 일을 하는 공간으로 재미난카페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문화 사랑방

재미난카페는 마을의 문화 사랑방이다. 타로, 꿈집단, 북아트 등 여러 강의가 진행되는 공간이고, 아이들이 다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으로 그려서 영상으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강의나 모임들이 커져서 카페에서 독립해 나가거나, 수강생들 끼리 모여 카페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재미난카페가 일종의 아지트가 되고 집결지가 된다.

또한 매년 4번 주민들끼리 카페에 모여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카페 자체에서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카페데이’라고 한다. 주민들끼리 카페에 모여 영화 관람,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 관람, 혹은 그때 그 시절의 문화를 회상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네 번의 카페데이는 항상 다른 콘셉트로 진행된다.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

아이들과 함께 가기 힘든 다른 카페들과 달리 재미난카페는 아이들을 환영한다. 카페 한 쪽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동화책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매일 다른 메뉴로 간식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미리 구입해 놓은 쿠폰으로 간식을 사먹고 다 먹으면 부모님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집으로 간다. 그 시간동안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책을 읽으며 보낸다.

또한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와서 아이들은 작은방에, 부모님들은 또 다른 공간에서 모임을 진행한다. 온돌방으로 되어있는 카페에서는 신발을 벗고 누워서 놀 수도 있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놀기도 한다. 굳이 모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아이와 함께 카페에 놀러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사람이 된지 1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강북구로 이사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주민이다. 사는 지역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 들여 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이곳에는 주거지역을 뛰어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것에 카페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마을 공동체에 대해 하나도 몰랐던 내가 마을 주민이 될 수 있던 것은 바로 이 재미난카페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카페를 통해 마을을 접하고는 한다.

카페가 마을에 존재함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간’이 주는 위안을 얻는다. 일단 나부터 많은 위안을 얻는다. 어딘가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이, 그 곳에 가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마을 주민들은 카페에 들러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기도 한다. 만약 카페가 없었더라면 이들은 어느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정말 서울을 동경했었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 까지 다 아는 시골과는 다르게 그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서울이란 곳은 정말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서울에서 살다보니 나눔이 없는 것의 무서움을 알 수 있었다. 당장 옆집에서 누군가 죽어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도시. 하지만 재미난카페에는 적당한 프라이버시와 적당한 나눔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 봄/이선영 긴 동면을 끝낼 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만나 지금의 봄이 된 ‘봄’이에요.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봄’을 나누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고, 내 안에 사랑을 키우는 중이에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