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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타로 리더: 여성주의 상담가 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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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속 깊은 타로 리더

여성주의 상담가 라다

interviewer_유영 (본 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이번 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의 두 번째 손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자원활동가이자,
상담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욕망찾기: 여성주의 타로>의 강사인 라다님입니다.
라다님으로부터 여성주의와 상담, 그리고 타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전문상담원입니다. 벌써 햇수로 5년차가 되었더라고요. 그렇게 오래된지 몰랐어요. 서울불교대학원에서 자아초월 상담학 박사과정 중이고, 여성주의 타로 강의와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상담소에서 상담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A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다른 기관에서 받았어요. 그 교육은 당시 제가 4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다가 여성주의 상담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받았어요. ‘어떻게 공부를 할까’ 고민 하다가 일단 여성주의 상담을 표방하는 곳들을 찾아본 후, 교육을 받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디서 들은 적도 없는데 당연히 시작은 이곳이라고 생각해서 기다렸지요. ^^

Q 요즘 라다님의 여성주의 타로 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좋았어요. 여성주의 타로도 매력적이지만, 라다님을 만날수록 경험과 삶의 궤적, 내공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라다님의 삶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A 그래요. 지금의 내가 과거의 경험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저는 직장생활을 아주 일찍 시작했어요. 그 당시 저에게는 여성보다 노동운동이 중요한 삶의 가치였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지?’ 라는 고민을 하면서, 사회나 직장을 바꾸면 개개인들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고 그런 변화를 함께 만들고 싶어서 어린 나이에 노동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변하면서 노동운동 내에서 여성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던 거예요. 눈에 밟히는데 보이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그래서 여성주의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노동조합 내에서도 제가 여성주의자라는 것을 밝히게 되는 시기가 왔지요. 그러다 불편해지는 시기가 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나중엔 여성노조가 하고 싶었어요. 주류보다는 그 안에서 소외받은 사람들과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조직 내에 있으니 쉽진 않더라고요. 그러다 노동운동을 그만두기 전 1년 반 정도 비정규 투쟁을 했었는데 그때 노동조합 내에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걸 보고, ‘조직 구조만으로 사람들이 변하는 건 아닌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구조를 만들고 임금을 올리고 정규직을 만든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지거나 훨씬 더 성숙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면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니 개인의 심리, 이런 부분들이 치유되고 성장해야 될 것 같았어요. 그러다 ‘아 그럼 나는 상담을 해보고 싶다. 나는 여성주의자니까 여성주의 상담을 해야지’, 이렇게 생각이 이어졌죠.

그런데 묘하게, 성폭력상담으로 여성주의 상담을 시작했는데도 처음에는 성폭력 상담을 주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여성주의 상담이 상담에서는 소위 비주류인데 ‘비주류인 성폭력 상담을 안해야겠다’는 내 안의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제 욕심일 뿐이지 항상 ‘그거 안해야지’ 하는 건 꼭 하게 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무의식적으로 이걸 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아채고 방어한 것 같아요. 그 길로 가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았던 거죠.

제가 성폭력상담을 하게 된 이유를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저도 당연히 성폭력 피해를 많이 입었죠. 아동기 때부터 되게 많은데, 제 경험들을 사소화 했던 측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담자들을 만나고 성폭력 상담을 공부하면서 제 경험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아, 내가 이 길을 안 가려 해도 오게 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터뷰 중인 라다님

Q 여성주의 타로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여성주의 타로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A 일다 일일호프에서 여성주의 타로를 하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처음으로 봐주셨어요. 그 때 제가 마음이 푹 놓이고 안심이 되고 인정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 이후 제가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하고 있었는데, 우리들 내에서 관계가 어려워졌었어요. 그래서 ‘내가 타로를 배워서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배우게 된 거예요. 그리고 타로를 읽으면서 이 도구가 그냥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처음엔 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해 본 것이지만, 결국 타로를 배우러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타로를 하다 보니, 타로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들이고 타로 리더도 여성들이더라고요. 여성들과 다른 데에서 나누지 못하는 고민과 경험을 타로를 통해서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샨티구루쿨 타로학과 졸업논문 주제를 고민하면서도 당연히 저는 여성주의자니까 여성주의 타로로 쓰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때 무슨 타로를 할 건지 찾아봤었는데, 그렇게 찾은 타로가 세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마더피스(motherpeace) 타로예요.

기존 타로 그림들을 보면 대부분 백인 성인 남성의 그림이에요. 그래서 성역할 등 가부장적인 것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그런 그림 말고 모든 피부 색, 모든 계층, 모든 나이, 다양한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여성주의적인 타로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1970년대, 80년대에 세계적으로 문화여성주의를 하던 그룹들이 그런 타로를 만들기 시작했대요. 저도 그 타로를 배우고 연구해서 여성들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논문으로도 쓰게 된 거예요. 이 타로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제가 신화를 공부하고 그림을 공부하고 거기에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를 계속 나누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체험들을 했어요.

Q 질문을 약간 옮겨볼게요. 상담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여쭐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변화는 여성주의 상담의 경험에서 중요하잖아요. 라다님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변화가 있었나요?

A 아주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죠.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 덕분에 저도 많이 성장했어요. 면접상담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났던 내담자가 처음에 만났던 모습에서 많이 변화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내담자뿐 아니라 저도 많이 성장했는데, 그 때는 그걸 몰랐어요. 그러다 나중에 그 내담자 사례로 여성주의 상담을 어떻게 했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돌아볼 기회를 가지면서 제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어느 날 꿈을 꿨어요. 그 꿈에서 길고 어두운 동굴에서 제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제 내담자가 저를 안내해서 빠져나오게 해줬어요. 그렇게 동굴을 빠져나왔는데 제가 막 날아다녔어요. 그 꿈이 제가 그 내담자를 통해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제가 내담자의 안내를 받아서 여성주의 상담을 해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과 상담을 통한 성장은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내담자와 함께 하는 거고, 내담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거죠.

Q 만약 여성주의 상담이나 성폭력 상담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거나, 혹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여성주의 상담 영역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상담은 상담 심리 이론과 적절한 수련을 거치면 상담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상담가라고해도 여성주의 마인드가 없으면 여성주의 상담을 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상담이 반드시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의 기본적인 원리나 내담자를 이해하는 방식, 치유과정이나 방법을 모르면 상담자가 여성주의 관점을 갖고 있더라도 상담이 아니라 교육에 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우리 상담소에서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받고 처음에 전화상담을 받잖아요.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전화상담 과정이 없이 바로 면접상담을 했으면 내담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새로이 면접상담을 하시려는 분들에게는 상담에 대해 수퍼비전을 받던지, 지속적으로 상담소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상담가로서의 전문성을 같이 배양해서 갈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제공되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면접상담을 앞두고 많이 두려울 것 같고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지?” 라며 많이 꺼려하시잖아요. 면접상담은 성폭력전문상담원 기본교육을 받은 것만 갖고는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퍼비전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상담의 기법과 관련한 스터디를 진행하거나, 멘토를 붙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노력한다면 상담원들이 더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자연스럽게 상담소에 제언을 해주셨는데요(웃음)

A 그러게요. 난 맨날 제언해!(웃음)

Q 저는 라다님이 쭉 이야기를 하시면서 한국성폭력상담소라고도 지칭을 하시지만 우리 상담소, “우리”라고 말씀하시는 게 참 따뜻하고 좋아요. 마지막으로 상담소나 나눔터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활동가 분들이 오래 일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열정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스트레스나 노동 강도, 노동 시간이 다른 곳보다 많은 것 같아요. 활동가들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상담소가 되기 위한 어떤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는 늦은 시간에 진행되어 밤 11시가 되어 끝났습니다.
언제나 우리 상담소에 뜻 깊은 조언을 해주시는 활동가이자,
따뜻한 타로리더 라다님께 감사드립니다.

■ 라다의 여성주의 타로 상담: cafe.daum.net/motherpeacetar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