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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인권 운동 단체 카노스를 만나다
  • 카노스 석주, 성문화운동팀 키라
만나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카노스(KANOS) 로고

⊙ interviewee_ 카노스 석주
⊙ interviewer_ 성문화운동팀 키라

에이즈 혐오와 동성애 혐오를 등에 업은 신자유주의와의 한 판 승부,
에이즈 인권 운동!
그 한복판의 카노스를 만나다

카노스는 어떤 곳인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기원을 밝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고민하기 위해 2002년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처음에는 에이즈라는 병이 꾸준히 관리되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한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단체를 만들게 되었지요. 지금은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에이즈 예방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의미에서’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에이즈 운동의 역사를 개괄한다면?

한국에서 에이즈 운동이 시작된지는 10여년이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 에이즈 운동을 열심히 했던 곳은 동성애자인권단체였지요. 그 이유는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로 인해 너무 많은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인권단체에서는 에이즈가 자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활동을 계기로 에이즈 문제가 처음으로 조금씩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자조 모임이 시작되었어요. 커뮤니티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감염인들 사이의 네트워크도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카노스는 그런 가운데 2002년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그러다가 2004년에 나누리 플러스라는 단체가 생깁니다. 그 단체는, 백혈병 의약품 투쟁하던 친구들이 에이즈 의약품 투쟁을 접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만든 단체입니다. 나누리 플러스가 생기면서 카노스에서는 직접적인 연대 단체가 생긴 셈입니다.

카노스에서 해왔던 활동들을 좀 더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에이즈예방법 대응운동이었어요. 감염인이 감염인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데, 이때 거의 처음으로 그런 기회를 낸 거죠. 그리고 법 관련 운동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인권 증언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상담소의 생존자 말하기 대회와 비슷한 걸까요? 피해를 증언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네요. 피해나 차별의 낙인에 반대한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우리 행사의 이름은 ‘말할게 있수다’였어요. 말 그래도 대회까지는 아니고 수다 형식으로 말을 터뜨리자는 거였죠. 네 명 정도 증언을 했고 관객은 60명 정도? 처음으로 하는 행사니까 언론사 기자도 많이 오고 관심을 많이 받았죠.

그 행사와 관련해서 아쉬운 점도 있었나요? 더 나누고 싶은 점이라든지?

증언한다는 것, 피해를 드러낸다는 것의 안 좋은 점은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았다’ 이런 이야기를 쏟아내 놓고 그냥 끝나버리기 쉽다는 거예요. 인권 증언을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운동이나 액션, 변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반드시 찾아야하죠. 이건 나의 경험과 사회적 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다, 라는 식의 기획이 필요해요. ‘그래, 너 참 불쌍해’ 이런 식으로 끝나는 증언은 오히려 운동에 해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의약품 접근권 투쟁이 올 상반기에도 뜨거웠던 걸로 아는데 소개부탁해요

의약품은 공공재에요. 약이 필요한 사람이 약을 복용하고, 사회적으로 그것을 보장하는 게 당연하죠. 기본권이고 생명권입니다. 옷이나 비싼 음식처럼 나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그렇지만 여기에 제약회사에게 이윤을 주는 ‘특허’라는 제도가 버티고 있습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고, 약은 하나의 물건, 즉 상품이에요. 돈이 많은 사람은 약을 살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약을 살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죽음에까지 내몰려요. 특허라는 제도 안에서 인간의 생명은 돈을 기준으로 서열화됩니다. 전 세계 에이즈 환자가 4천만 명인데, 그 중 약을 먹는 환자는 6백만 명뿐인 현실이 그렇게 생기는 거죠. ‘푸지온’이라는 약이 한국에 수입되었지만, 제약회사가 싼 값에 팔수는 없다고 하며 현재까지 시중에 판매를 하지 않고 있어요.

의약품 투쟁에 있어 카노스에서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바는요?

‘푸지온’을 만든 곳이 미국의 제약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무역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수입한 제약회사에게 강제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는 제약회사의 특허와 상관없이 약을 제조하는 권리를 양도받는 ‘강제실시’라는 조치를 할 수 있어요. 기존 특허비의 3%만 제약회사에 지급하고 특허권을 무효화하는 거죠. 우리가 지금 강제실시를 주장하는 ‘푸지온’이라는 약은 미국 사회보험 펀드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도 제약회사에서 특허권을 채어 간 상태에요. 공공재여야 하는 약을 고가로 팔고 있는 거죠. 이런 면에서 보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은 사실 거대 제약회사 자본의 횡포와 떼어놓을 수 없는 거죠. (아, 정말 무시무시하군요-_-;;)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하길 바라는 활동이 있다면요?

성에 대한 사회적 터부에 반대한다는 면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이 은밀하고 더럽거나 내밀한 사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은 에이즈가 ‘성’과 관련해서 가장 공격받는 부분을 만들어내죠. 성폭력도 암울하고 더럽고 무서운 어떤 종류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성폭력을 이야기하고 운동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정도 고민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 한 것 같고요 ^^;;

카노스의 에이즈 인권운동의 슬로건, 미래의 전망을 간단히 밝혀주신다면?

에이즈 운동은 감염인 인권 증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슬로건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에이즈 운동을 할수록, ‘에이즈를 보면 이 사회의 모든 구조적 문제가 다 보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부의 감염인 통제와 관리, 빈곤 문제, 성에 대한 터부, 신자유주의와 거대 자본의 횡포, 동성애 혐오, 질병에 대한 터부 등... 감염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에이즈 예방과 에이즈 문제 해결 수준이 우리 사회에서 인권을 바라보는 척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큰 허상 중 하나가 에이즈에 대한 혐오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거대한 싸움을 생각하면 암울하기도 하지만, 지금 여기서 싸우는 것 자체가 이 거대한 싸움의 구심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힘도 나고요.

‘ 카노스 홈페이지 www.kanos.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