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과 함께 달린 10km 완주의 기록
⊙ 김프로 (열림터 큰언니 ^^)
2008년 9월 그녀들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그녀들은 월.마.클(월드컵마라톤클럽) 동호회의 도움을 받아 마라톤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라톤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러닝신발과 옷을 장만하였다. 매주 목요일 토요일을 정기모임일로 하고, 다들 열심히 하기로 각오를 단단히 했다. 9월의 날씨란 한 낮엔 무더운 여름처럼 땀이 나게 했지만, 약간 해가 지면 선선한 바람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다들 처음에는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면서, 숨을 헐떡이면서 2km를 뛰었다. 우리를 전격지도해 주시는 “노량진 선생님”께서 첫날 우리들의 달리기를 지켜보시고, 몰래 한숨을 쉬시며 손수 연습 일정표와 팀을 짜 주셨다. 팀 이름은 토끼팀과 거북팀이었다.
거북팀에 편성된 김프로, 보리는 이 이름을 듣는 순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왜 팀이름이 느린 동물이냐’고 불만을 호소했지만, 거북(열림터 활동가) 쌤은 거북이는 비록 느리지만 장기적으로 천천히 열심히 노력하면서 실력을 쌓아 가면 더 유리해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토끼팀이 된 세아 쌤, 어진 쌤, 이리는 정말 가뿐하게 2km를 뛰었다. 세아 쌤은 일주일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하셔서 가볍게 스타트를 끊으셨다. 어진 쌤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셔서 다들 신기해했다. 그렇게 첫날의 달리기를 뿌듯하게 해낸 우리들!! 다들 마음이 약간씩 들뜬 듯하다.
다음날, 이리는 무릎이 아파서 처음엔 잘 걷지 못했다. 그렇게 이리는 연습에 잘 참여할 수 없게 되어서 무척 안타까웠다. 우리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한 마디씩 건네며 이리를 위로했을 때, 이리는 ‘뛸 당시에는 아프지 않았고, 좋은 느낌 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리 몫까지 열심히 연습에 임하였다. 노량진 선생님은 달릴 때 ‘마치 계란 위를 걷거나 얼음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고 뛰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게 어떤 느낌일까? 다들 아직은 아마추어라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매주 연습에 나갔고, 정기모임 날은 아니었지만 화요일에도 따로 한강에 나가 연습을 하였다.
어느 날은 하늘공원으로 연습을 하러갔는데, 보리가 월.마.클에 있는 한 분께 10바퀴를 돌면 ‘고드름’을 사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셨다. 실제로 보리는 고드름에 힘입어 10바퀴를 돌...려고 했다. 결국 8바퀴를 돌았는데, 어쨌든 보리는 정말 대단했다. 덕분에 우리는 그날 연습이 끝나고 고드름을 먹게 되었다. 열심히 달린 후에 먹는 고드름이란, 달고도 시원하다! 그렇게 일상과 마라톤을 오가면서 다들 바쁜 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 열림터에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왔다. 핑체와 진이는 늦게나마 마라톤을 시작하고 싶다며 연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진이는 생각보다 너무 잘 뛰어서 월.마.클 분들이 유망주라며 선수를 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5km를 뛸 수 있게 되었고, 한 주 뒤에는 7km을 뛰었다.
그녀들을 보니, 처음에는 자세도 불균형하고 몸도 무거웠지만, 이제는 아마추어티를 약간은 벗은 듯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면서 그녀들의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대회까지 일주일이 남았을 때, 우리는 5분 뛰고 1분 걷기를 30분 동안 병행하며, 대회 날이 다가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10월 12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핑크리본마라톤대회> 날이 다가왔다. 대회장은 몇 백 여명의 사람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카메라 담당 순심이는 한명씩 한명씩 인터뷰하고 촬영하면서 즐거워했다. 순심이의 카메라를 향해 다들 10km를 꼭 완주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출발 전 마지막으로 긴장된 웃음을 띤 채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 어쩌면 다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을 것이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생각들... 달리기를 통해 얻고 싶은 것들, 끈기와 인내, 자신감, 탄탄한 몸매,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 등을 원했기에, 그녀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나이는 다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같은 웃음을 짓고, 같이 긴장하며, 비장한 각오 속에 출발선에 섰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달리고 있고, 우리들도 그곳에서 당당하게 달리고 있었다. 마라톤을 가르쳐주신 월.마.클 동호회 분들이 옆에서 같이 뛰어주셔서 긴장감이 약간 줄어서인지, 연습할 때처럼 숨이 벅차도록 힘들지는 않았다. 앞서가는 보리, 그 뒤로 진이, 어진 쌤, 세아 쌤, 김프로, 핑체, 거북 쌤까지... 다들 페이스조절을 잘하면서 10km 완주 푯말을 향해서 힘차게 뛰어갔다.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완주였다!! 중간에 우리가 3km지점 쯤 지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이미 반환점을 돌아서 도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달려서 10km를 완주했다. 월.마.클 동호회 분들도 우리가 이렇게 잘 뛰어줄 줄은 몰랐다면서 대단하다고 하셨다. 무릎부상이었던 이리도 5km를 완주하였다. 다들 달리고난 후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정말 아름다웠다. 응원을 나와주신 사자 쌤, 혜옥 쌤이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녀들은 도전했고, 그것을 이뤘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녀들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P.S. 월.마.클 동호회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_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