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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번째 작은말하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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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review

열아홉번째 작은말하기를 기다리며

성문화운동팀 자주

작은말하기가 열린 까페 창밖 풍경

2008 작은말하기 마지막

저녁 5시 반. 한 시간 30분 전이다. 몇 분이나 올까? 어림잡아 김밥을 주문하고 계절과일을 사고 또 오늘은 특별히 케익까지 손에 들었다. 까페 ‘사이애’에 들어서니 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가 마치 위안 받는 기분이다.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고, 현수막으로 공간을 꾸미고, 다과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참! 경사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경사로까지 입구에 설치하고 나니 작은말하기 공간 완성. 올해부터 작은말하기 공간을 허락해주신 사장님과의 호흡도 척척이다. 작년 4월 처음 문을 열어서, 이제 열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작은말하기다.

“다들 왜 이렇게 멀쩡한 거예요?”

작은말하기에 처음 오는 여성들은 첫 말문을 이렇게 열곤 한다. 성폭력 경험을 나눈다는 작은말하기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와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궁금증과 과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이곳을 찾은 여성들은 그렇게 묻는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주제가 무거운 만큼, 다들 괴롭고 힘들 표정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게다. 그런데 웬걸? 자신이 예상했던 분위기도, 표정도 아니다. 그냥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작은말하기가 시작되면, 여성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감정과 속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는다. 격렬하게 또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용기가 있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할 진심이 있는 이 여성들이라면... 작은말하기 공간에 신뢰와 공감이 차오르면, 서서히 마음의 빗장도 풀어진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작은말하기는 계모임?

그렇게 참여자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면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작은말하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참여자들에게선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처음 온 사람에게 인사를 건넬 여유도 묻어났다. 이제는 이 ‘완소’ 여성들이 보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여성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챙기는 여성들. 경험은 그렇게 과거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새롭게 생성되고 흐른다. 그러한 ‘변화가능성’이 작은말하기의 존재이유임을, 이 여성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작은말하기에서 나누는 이야기 역시 그렇다. 과거의 경험은 끊임없이 자신의 현재 삶에 의문을 던진다. 성폭력이 일어난 전후 삶의 맥락으로, 그 경험을 해석하고 소통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삶으로, 더 나은 삶을 향한 치유에의 갈망으로 그것은 계속 변주된다. 작은말하기가 한바탕 과거사 속풀이를 넘어서는 것은 바로 작은말하기가 성찰과 변화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내 손을 잡아주는 여성들의 따스한 시선이 있기에 가능하다. 말하지 못했던,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경험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 그것을 믿고 온몸으로 말하기 시작한 그녀들의 말하기는 곧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을 위한 몸짓이다. 운동이다.

“내년에도 하는 거죠?”

참여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한지 3시간. 2008 작은말하기의 작별을 고하자 참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참여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 아쉬움을 달래느라 진행자 역시 몇 분간 진땀을 뺀다;; 11월 26일자로 작은말하기는 동면에 들어가지만 내년 봄이면 더 새로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켤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여성들 곁에 머물러, 여성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소리 없이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문을 열면서 물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다들 멀쩡한 거예요?”라고. 그러면 우리는 그녀에게 기꺼이 의자를 내어주면서 희미하게 웃을지도 모른다. 등을 토닥이고 휴지를 건네고 그러면서도 우리만의 통쾌한 웃음을 잃지 않는 작은말하기. 2009년. 매월 마지막 주면 합정동 어느 골목에서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열아홉 번째 작은말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