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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감수성교실 시범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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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review

인권감수성교실, 활짝 열다~

성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인권감수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의 성교육 현실은 ‘성’을 특화시킴으로서 결과적으로 ‘성’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문화운동팀 자주

관계들 속에서 중요한 "나"! 인권감수성교실 교육자료 그림
“초등학교 5학년 특활시간이었던가. 남자아이들은 단체로 축구하러 내보내고 여자아이들은 강당에 모이라고 했다. 그때까지 아무 것도 몰랐던 나는 강당에는 양호선생님이 보여주는 슬라이드 속 낯선 그림들과 아이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왠지 겁이 덜컥 났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렇게 낯선 그림과 정보들을 단체로(!) 그러나 남몰래(?) 은밀히 전수받았다. 그게 성교육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문학동네의 지원을 받아 아동 대상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인권’과 만나는 ‘성’이었다. 생물학적 생식기 중심의 ‘지식’이 아닌, 아동에게 성은 위험하다는 ‘공포’가 아닌, ‘인권과 관계’를 중심으로 풀고자 했다. 십대의 성 관련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수위 또한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요즈음,

‘성’은 관계이다. 성은 나와 나, 나와 타인, 그리고 나와 사회가 만나는 중요한 고리이다. 내 몸의 변화, 불편함, 두려움, 즐거움에서 나아가 나의 정체성, 성적 지향을 탐색하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가 어떻게 다른 역할을 하는가를 아는 것 못지않게 남성성, 여성성의 이름으로 우리를 옭아매는 성별규범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성)차별/폭력의 문제 역시 ‘폭력과 차별은 나쁘다’식의 허약한 구호가 아닌, 구조의 지형을 읽을 줄 아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현실적 한계-아동이 가진 열악한 사회적 지위: 훈육의 대상-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11~13세 연령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 <인권감수성교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평화, 청소년,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운동하고 있는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성교육강사, 여성주의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기획단은 4월부터 진행된 수십 차례의 기획회의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교육 안을 마련하고, 정밀하게 다듬어 갔다. 그 노력의 결과로 2시간씩 5회기 프로그램이 완성되었고, 드디어 두리하나공부방과 무지개학교에서 <인권감수성교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던 아이들의 대답들, “재미없어요” 투명하고도 가차 없던 반응에 강사들은 당황했지만, 또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두리하나와 무지개학교에서 진행되었던 시범교육에서, 우리는 계획대로 5회기의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인권감수성교실>의 가능성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범교육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훗날 이 교육을 어떻게 기억할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악착을 떨던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본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의 삶도 조금은 더 복잡해졌을 때, 우리의 이야기를 단 한 줄이라도 떠올려준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 아니, 성에 대한 느낌(!)이 어둡고 은밀한 강당의 그것이 아닌, 우리가 교육했던 9월의 화창한 햇살로 남기만 해도 좋다고 한다면 악착같던 욕심이 갑자기 너무 소박해지는 것인가.

메시지, 교육방식, 어휘 구사 등 모든 게 물음표였던 상황에서 강의 대본까지 만들며 수고한 기획단. 그리고 어리숙한 강사들을 빛나는 호기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준 두리하나 공부방과 무지개학교 친구들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