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태권도연맹’전무이사 임신자
⊙ interviewee_ 한국여성태권도연맹 전무이사 임신자
⊙ interviewer_ 활동가 오매
Q 부족한 예산을 쪼개서‘으랏차차 청소녀를 위한 호신가이드북(2004, 한국성폭력상담소 초판 발간)’재발행을 후원해 주셨더라구요 ^^
A 우리 연맹이 여성을 대변하고 여성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데,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여성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죠? 같은 여성으로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살아가고 있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소는 특별히 피해생존자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여자들이 사회 속에서 살면서 자신감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능글능글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어렵지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데요, 사실 하나만 알고 그 속에 빠져 살기가 쉬워요. 운동은 갖혀 있던 자아를 끄집어내는 과정입니다. 운동을 하다보면 숨이 차올라 까딱까딱 넘어갈 때까지 뛰는데, 그런 힘든 훈련을 경험하다보면 웬만한 것에는 대범해지는 게 몸에 배죠. 사람들 앞에서도 적극적인 몸이 되고요.
Q 최초의 세계선수권 2연패, 실업팀 최초 여자감독. 경력에서도 보여지지만 여자 선수, 사범들이 꼽는 진짜 존경하는 지도자라는 점이 특별해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버럭한 사건들은 정말 유명한데요.
A 저도 몰랐는데 제가 최초인 게 많았더라고요. 책임감이 굉장히 무겁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고 더 소신을 가져야 할 것 같고……. 더 많은 훌륭한 여성 지도자들이 나오도록 돕는 것도 제 숙제예요. 훌륭한 여자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남자 감독들과는 다르게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심리적으로 섬세하게 지지하기 때문에 심한 부담이 있는 선수생활에서 힘을 많이 얻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대한태권도협회 최초 여자이사, 국가대표 출신 최초 여성 태권도학과 교수이기도 한데, 남성중심적인 조직에서 활동하시는 느낌은 어떠세요?
A 가령 직장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게 되어도, 자신이 하는 게 성폭력일 수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 교육에 의해서 묵시적으로, 몸에 배어있는 습관에 의해서 행동하죠. 그게 무슨 성폭력이냐? 이쁘면 좋은 거고, 친절하게 대해준 것이지, 그렇게 살벌하게 살아야겠어? 라는 게 대부분의 인식입니다.
최근에 스포츠 선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상설 신고센터가 만들어졌을 거예요. 그러나 항상 관건은 실질적으로 시행되느냐 여부예요. 제도만 만들면 뭐합니까. 16개 시도 체육회 산하 전 종목들이 모이는 기회에 지도자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전국체전, 소년체전 등 모두가 모이는 기회에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체육계 차원에서 후속 체크하고, 실시하지 않으면 예산편성에서 불이익 주기 등을 해서 강제해야죠. 드러나야 할 문제는 드러나야 성과인 건데 그런 생각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쉽습니다.
Q 말씀하신 선수인권 문제는 성폭력 뿐 아니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이셨을 뿐 아니라 선수와 교감하는 지도자로서, 운동선수가 꿈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A 간단하게 단편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문제에요. 운동선수들과 지도자 관계는 강압적인 면이 필요한 게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책이 엘리트를 양성하는 스포츠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처럼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그 속에서 엘리트 선수도 배출되고 그런 여건이 아닙니다. 순수 엘리트만 집중 육성하다보니 단기간에 선수를 만들고 대학을 보내기 위해 코치 감독들이 욕심을 내지요. 성적인 모욕감도 감수해야 할 만큼 강압적이게 되고. 프로팀에서도 그 정도인데 중고등학교 선수들은 불이익 자체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구조적인 변화도 중요하고, 선수들도 문제의식을 갖게 되기를 바라요. 자기 사고력을 가지고 반성하고 찾고 대안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의 교육은 학생이자 선수인 사람들에게 비판의식을 키워주는 교육이 거의 없죠. 운동을 방과 후 수업으로 전환하는 시도도 매우 좋다고 봅니다. 공부는 자아를 계발하고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스스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잖아요. 현실 속에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말이지요.
Q 여성태권도연맹에서 여는 대회는 심판에서 기록까지 모든 것을 여성들의 힘으로 만드는 대회라는 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마지막으로 여성태권도연맹,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A 여성들만의 조직, 연맹이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성태권도연맹은 만들어진지 8년이 되었고, 기틀이 잡혀있지만 앞으로 도약을 해야겠지요. 사회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포츠 선수 성폭력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도 여성연맹이 상세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별로 요청은 안 오더라구요. 성폭력 문제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좋은 생각을 사회와 연관시켜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여성 스포츠인 선배와 후배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조직들과도 네트워킹하는 과제도 있구요. 무엇보다 여성들의 연맹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조직도 성장하게 할 차세대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여성태권도연맹의 힘찬 기운이 전국 방방곡곡의 태권도장에서 여성들을 위한 멋진 프로그램으로, 상담소와 연계한 자기방어훈련의 다양한 변용으로 펼쳐지길 바랍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임신자 전무이사님, 감사합니다!
▶ 한국여성태권도연맹이 궁금하시다면?
http://163.180.107.204/kwtf/main.asp
▶ 으랏차차 청소녀를 위한 호신가이드북 재발행을 위한 온라인 모금은?
http://happylog.naver.com/ksvr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