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서울 수송 초등학교 교사
홍의표
⊙ interviewer_ 성문화운동팀 두나
Q 먼저 <인권감수성교실> 시범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인권감수성교실>은 (성)폭력, (성)차별 등에 대한 감수성과 성평등 인식을 높이기 위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런 성/인권교육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인권교육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문제의 정답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스스로 그 상황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힘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성(性)에 대한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인권감수성교실>과 같은 프로그램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이라는 것이 칼과 같아서 잘 쓰면 유용한 도구지만 잘 못쓰면 흉기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칼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위험하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결국 그 칼이 본인과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지도 몰라요.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고 통제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성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죠.
Q <인권감수성교실>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생각나는데요. 특히 적나라한 신체 사진을 보여주셨던 때가 기억납니다. 사실 그때 저도 약간 당황했거든요. 아이들도 많이 놀랐던 것 같고요. 아이들이 사진을 똑바로 보지 못했던 것 기억나시죠? 아마 친구들과 몸을 보는 것이 어색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거나 궁금해 한다는 것이 드러나면 친구들이 자기를 ‘변태’로 생각할까봐 일부러 관심 없는 척 하는 것이기도 해요. 아이들은 성에 무지하거나 순수해야 한다는 규범이 이미 아이들에게도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인권교육에 대한 이러한 관심과 고민들을 <인권교육센터 들(이하 <들>)>에서 활동하며 나누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들>은 어떤 곳인가요?
A <들>은 인권교육 활동가들이 인권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들>은 ‘교육개발팀’, ‘이론연구팀’, ‘워크숍지원팀’, ‘활동지원팀’ 체계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저는 교육개발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 교육개발팀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 대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인권’이라는 것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직접 인권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우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려고 해요.(<인권교육센터 들> http://www.dlhre.org/)
Q 인권교육에 대한 이러한 고민과 활동을 제도권 교육으로 가지고 왔을 때, 다른 교사들이나 학부모, 아이들의 관심과 반응은 어떤가요? 어려움은 없는지요?
A 예전에 비해 인권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 학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인권교육에 대한 활동이나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 안타깝습니다. 학기 안에 마쳐야 하는 교과진도가 있으니 교사들이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아이들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도 교사인 저의 입장이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인권의 화두 중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를 다룰 때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전에 아이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군대보다 감옥 가는 기간이 짧다며 군대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러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아이들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진 개인적·사회적 의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럴 때는 당장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실천하기 어렵더라도 앞으로 지향해 가야 할 것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권교육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언하지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인권교육을 하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살다가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삶의 지향이나 사고방식이 변하기도 하잖아요. 인권교육이 아이들에게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는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일까요?
시범교육에서 만난 선생님 반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신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삶의 소중한 시간을 멋진 선생님과
함께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