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처럼 연습하면, 연습처럼 대응할 수 있다
⊙ 나눔터 편집팀
요즘 응봉역 근처의 박사경희대체육관은, 매주 일요일마다 여자들의 기합 소리와 땀 냄새가 가득합니다. 바로 8월 23일부터 시작된 <성폭력 공포 타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성폭력에 대한 공포로 일상의 안전이 박탈되는 것을 거부하는 여자들, 든든한 남자 친구가 여자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얄팍한 거짓말에 싫증난 여자들은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발차기를 하고, 숨이 턱까지 차도록 힘껏 달려보고, 뱃속부터 끓어오르는 기합을 질러보면서 성폭력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감은 이미 예전의 기억이 되어버리는 신세계의 경험을 하고 있지요.
이 프로그램은 성폭력에 대한 공포가 ‘여자는 원래 신체적으로 약하고 수동적이다’라는 여성 몸에 대한 편견과 결합하여 많은 여성들에게 거대한 무기력감을 강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기사화될 때마다, 성폭력은 ‘여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처럼 회자되고, 따라서 무차별적인 공포가 확산되었지요. 생각해보면 성폭력이 그토록 만연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가장 필요한 해결책은 여자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는 ‘여자는 남자보다 몸이 약하기 때문에 성폭력 가해자에게 대항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사실 몸은 훈련에 의해서 늘 변화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싸움의 상황에서 ‘강함/약함’은 늘 공격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데 말이지요.
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는, 많은 여성들이 실제 ‘피/공격 상황’에 대처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싸움은 여자답지 못한 것이라고 배우고, 축구나 농구와 같은 경쟁적인 스포츠는 남성들에게 적당한 운동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여자들은 고작해야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농담의 소재로 다루어질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외부 공격에 대한 대응력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성폭력 공포타파 프로젝트> 프로그램에서는 여자들의 탄탄한 근육, 쏘아보는 눈빛,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이 그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10월 말까지 계속될 이 프로그램에서는 내 몸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 파악, 위험 반응 속도 향상, 몸 근육 키우기 등의 흥미진진한 훈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로는, 실제 자신을 공격하는 가해자에게 대응해보는 실전 훈련이 기다리고 있지요(가해자 역할을 해주실 분은 현직 경찰관이십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요?
‘실전처럼 연습하면, 연습처럼 대응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을 바로 자신들의 몸으로 실현하고 있는 용기백배 여성들에게,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2009 성폭력 공포 타파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몸 훈련 발표회와 수료식이 11/1(일) 오후 2시, 박사경희대 체육관에서 열립니다. 용감한 그녀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실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중앙선 응봉역 출구 직진 후 오른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