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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의 강화, 성폭력 문제의 올바른 해법인가
  • 본 상담소 정책 자문위원 이경환
기획특집 _ 아동성폭력 관련 정부대책의 맹점들

감시와 처벌의 강화,
성폭력 문제의 올바른 해법인가

⊙ 변호사 / 법정책 자문위원 이경환

1. 성폭력 사건의 이슈화와 정부의 대책

최근 성폭력 관련 정책의 변화는 먼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의 형태로 일어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현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이슈화되었던 사건들만 보더라도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2008. 4.), 청주 지적장애아동 성폭력 사건(2008. 11.), 조두순 아동성폭력 사건(2009. 9.) 등이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성폭력 관련 정책들을 쏟아 내었다.

정부 및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들을 살펴보면, 처벌형량의 상향 조정, 유기징역 상한 폐지, 사회적 격리, 가석방 금지,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강화, 신상공개의 확대, 흉악범 얼굴공개, DNA 정보수집 등 대체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의 강화”라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정부로서는 이슈화된 사건에 대한 폭발적인 여론의 반응 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나 언론의 관심도에 있어 위와 같은 강력 대책들이 위주로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감시 및 처벌을 강화하는 강력 대책들이 실제로 성폭력을 근절하고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위와 같은 정책들은 원래 의도했던 효과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요구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할 것인지의 단순한 대립구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건에 대한 동정 또는 분노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신중한 검토과정을 생략하고 위 정책들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이 있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토론회 현장 피켓을 들고 선 참가자들 거리 행동의 날 현수막

2. 성폭력 관련 정책 수립시 고려해야 할 성폭력의 특성

1) 성폭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엄벌주의와 온정주의가 공존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사건들과 같이 피해자가 아동과 같은 취약한 피해자이거나, 제3자가 보기에 성폭력 가해사실이 명백하고 의심할만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극도의 엄벌주의가 적용된다. 최근 조두순 아동성폭력 사건에서와 같이, 사형, 사회로부터의 영원한 격리, 화학적 거세 등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쉽게 언급하지도 못할 강력한 대응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에, 피해자가 성인이고 가해자와 밤늦게 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성폭력을 당한 경우, 피해자가 청소년이지만 가출을 했고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을 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게 되자 고소를 한 경우, 피해자가 장애인이지만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고 목격자가 없는 경우 등과 같이 피해자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의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가 나타나게 된다.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것이라거나,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거나, 이런 일로 가해자의 인생을 망쳐야 하겠냐는 등의 가해자 옹호논리는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똑같은 법률이 적용되는 동일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위와 같이 양 극단의 반응이 모두 나타나는 점은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성폭력 관련 정책 수립시에는 이러한 이중적 인식을 고려하고, 통념을 강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특정 사건들로 인해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과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이 변화하게 되면, 위와 같은 이중적 태도는 더욱 고착화되고 강화될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피해자를 의심하고, 가해자를 동정하는 성폭력 사건들이 존재하는데, 더욱 강화된 처벌을 염두에 두면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는데 더욱 주저하게 되고 가해자를 더욱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강간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2~3 주 정도의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데, 강간치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즉, 최저 법정형이 징역 5년인데(작량감경하면 징역 2년 6월), 상당수의 법관들은 이 경우 행위에 비해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강간을 시도한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술을 마셨다면 이를 이용하여 음주감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강간죄에 있어 최협의설이 유지되는 근거 중에도 협의의 폭행, 협박에 의한 강간에 대해 징역 3년 이상은 너무 과중하다는 인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은 강경 일변도의 강력한 성폭력 대책이 다른 성격의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수준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은 처벌의 수준을 논의하기에 앞서 피해사실 자체를 인정받기 위해서 수많은 편견과 통념에 맞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아동성폭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강력 대책들보다 진술녹화제의 보완,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 지원체계 구축, 전문가 진술 제도, 형사사법관계자들의 인식 개선 등과 같은 개선책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 낮은 신고율, 낮은 형량, 친고죄

<성폭력양형기준에서 '음주'는 '고려되어서는 안되는 사유'로 명시되어야 합니다!> 피켓

강력 대책들은 기본적으로 중형을 선고받는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들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흉악범, 재범, 연쇄성폭행범, 잔혹한 범행수법의 범인이거나 피해자가 사망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경우 등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강력 대책들이 적용되는 성폭력 범죄가 전체 성폭력 범죄 중에서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통계적 정확성을 약간 포기하고 검토해보면, 성폭력 범죄의 신고율은 정확한 통계조사 결과가 어렵지만, 대체로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기소율은 약 50%, 이 중 5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약 20%이다(친고죄에서의 합의로 인해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통계를 적용하여 보면, 전체 성폭력 사건의 1% 정도만이 강력 대책들의 적용대상임을 알 수 있다. 아동성폭력의 경우에도 2007년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아동성폭력 범죄 1,839건 가운데 무기징역은 0.4%에 불과하였으며, 42%는 벌금형, 30%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중형 선고를 기준으로 한 강력 대책의 한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 강화하라!> 피켓을 든 참가자

친고죄를 고려하면 적용대상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13세 미만의 아동이나 장애인이 피해자이거나 강간상해, 특수강간 등은 친고죄가 아니지만 성인 또는 청소년에 대한 일반 강간은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므로 수사·재판단계에서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강력·흉악범죄는 기본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강력·흉악범죄에 대한 대책들이 전체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으로 호도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위 통계치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신고율인데, 신고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DNA자료가 수집되어 있지 않아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도 아니고, 범인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받게 할 수 없기 때문도 아니다. 상당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을 신고할 경우 그로 인해 더 큰 상처와 고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시스템 및 형사사법 관계자들의 인식개선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은 강력 대책들처럼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3) 아는 사이에서의 성폭력

성폭력에 대한 통념에 의하면 성폭력은 평소에 전혀 만난 적도 없는 가해자가 으슥한 밤에 피해자를 인적이 없는 곳에 끌고 가 범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대한 통계에 의하면 성폭력의 83%(2006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가 아는 관계에서 발생한다. 통계 집계의 주체 및 시기에 따라 통계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는 관계에서의 성폭력이 모르는 관계에서의 성폭력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기존의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앞서 살펴본 피해자를 의심하고 가해자를 동정하게 하는 요소들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판례 분석에 의하면 친인척 관계를 제외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실형 비율과 형량 모두 낮아지는 점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은 모두 가해자가 피해자를 처음 만난 관계에서 발생한 범행이거나, 일반적으로 가중처벌되는 친족 간 성폭력의 경우였다. 아는 관계에서의 성폭력은 그동안 많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슈화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임을 의심받거나 가해자가 동정받는 ‘가벼운’ 사건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이슈화 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언론과 여론에 의해 선별적으로 이슈화 되는 사건들을 성폭력의 전형적인 모델로 상정하여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실제 성폭력의 발생 실태 및 현실과 부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DNA정보 수집과 신상정보 공개와 같은 정책들은 통념에 부합하는 으슥한 밤 골목에서의 괴한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성폭력 사건의 80%를 차지하는 아는 관계에서의 성폭력 사건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이다.

3.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한 검토

1) 흉악범 얼굴공개와 신상공개 제도의 확대

흉악범 얼굴공개 논의는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연쇄살인사건인 일명 ‘강호순 사건’을 통해 시작되었으며 조두순 아동성폭력 사건을 통해 성폭력 사건에까지 논의가 확대되었다. 흉악범 얼굴공개는 ‘흉악범’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다른 범죄자들과의 형평성, 가해자 개인의 인권 등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 많음에도 ‘가해자의 인권 v. 피해자의 인권’이라는 단순 대립구도 속에서 반대의견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분노의 감정은 존중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책결정의 근거가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헌법상의 원칙들과 인권의 원칙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존재하며, 정책입안자로서는 여론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흉악범 얼굴공개의 경우 정부와 언론이 여론에 지나치게 편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상공개제도의 경우 이미 제도도입 단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헌법재판소를 통한 판단까지 받은 제도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신상정보 공개 논의 역시, 신상공개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기보다는 보복감정에 기초한 처벌적 효과만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점이 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성폭력을 예방하려는 신상공개제도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하여는 지역 단위에서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하며, 공개된 신상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고민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이 있었던 안양시의 경우 이러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어린이 이용시설에 대한 CCTV 설치, 놀이터 안전지킴이 제도, 귀가도우미 제도, 어머니 자율방범대 제도 등과 같은 노력들이 그러하다. 인터넷 신상공개 역시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개인정보가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성폭력 예방에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것이다.

2) 전자발찌 강화와 DNA 정보수집

위치추적 전자장치 제도는 2007. 4. 성폭력 범죄자에 대하여 도입되었다가 2009. 5. 성폭력 범죄자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까지 범위를 넓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특정 이슈의 사건으로 인해 채택된 제도가 얼마나 쉽게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따라서 제도도입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을 인식하게 한다. 전자발찌는 성폭력 범죄의 재범율이 높다는 주된 근거 아래 채택되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고율 및 실형 선고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한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의 사회복귀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전자발찌를 도입하기 이전에, 가해자 교육이나 보호관찰과 같은 기존 제도를 통해 가해자의 권리를 더 적게 제한하면서도 가해자를 교화하여 성폭력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발찌 제도와 같이 감시제도는 한 번 도입되면 더욱 더 확대되거나 감시의 수준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돌이켜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DNA 정보수집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DNA 정보를 수집하면 분명 특정 사건들에는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겠지만, 정보의 유출이나 남용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그 편의성으로 인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점점 무시되고 다른 영역으로 쉽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이 제도가 특정 유형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 또는 악용될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3) 화학적 거세

화학적 거세는 2008년에 이미 의원입법안으로 발의되었으나 논의되지 않고 있던 중에, 최근 조두순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 제도는 그 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이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화학적 거세는 일시적인 효과만을 가지며 결국 가해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치료 목적의 보조적 수단일 뿐인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흉악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단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는 점도 위와 같은 사정에 기인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한나라당의 법률안에 의하면 화학적 거세를 할 경우 조기에 가석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중대한 성폭력의 경우 가석방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대책과 당장 모순되는 내용으로, 아직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많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여 준다.

또한 2008년 치료감호법의 개정으로 인해 이미 정신성적장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하여 치료감호를 받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도입된 치료감호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와 유사한, 그러나 가해자의 권리 침해 정도는 더욱 큰 화학적 거세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치료감호 제도를 먼저 시도해보고, 화학적 거세에 대하여는 외국 사례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그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4) 사회적 격리와 가석방 금지

이명박 대통령이 조두순 사건에 대해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이후 조두순은 곧바로 청송교도소로 이감되어 독방에 수용되었고,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에서 ‘사회적 격리’를 언급할 정도로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양형이 지나치게 낮다는 여론의 비판에 따라 어느 정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양형이 갑자기 큰 폭으로 상향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폭력 양형기준에서 '음주'는 '고려되어서는 안 되는 사유'로 명시되어야 합니다> 현수막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

양형에 있어 현실적으로 더 의미 있는 지점은 실형과 집행유예의 판단기준이다. 상당수의 사건이 3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 실형 여부는 피해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특히 아는 관계에서의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집행유예를 받으면 피해자들은 이사를 가거나 다니던 학교 또는 직장을 옮겨야 하는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따라서 ‘사회적 격리’와 같은 자극적인 주문보다는 대부분의 사건에서 문제될 수 있는 집행유예 기준을 좀 더 보완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현재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는 집행유예 기준도 함께 제시하고 있으나 그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여전히 재판부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지속적인 사건 분석을 통해 이러한 기준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가석방의 문제는 피해자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그동안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접근 역시 무조건적인 가석방 금지와 같이 일방적인 방법이 아니라,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거나, 가석방 또는 형기 만료 시 피해자에게 통지하고(이에 대한 지침은 이미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가해자의 출소 이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좀 더 현실적이고 섬세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4. 보다 근본적인 성폭력 대책을 기대하며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롭고 강력한 대책만이 해결책인 것처럼 제시하고, 여론에 편승하여 문제점이 충분히 검토되지도 않은 정책을 채택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올바른 접근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성폭력과 관련한 제도적 문제점과 대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하여 지적되고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정책들은 외면하고, 여론의 입맛에 맞는 강력한 정책들만 선호하고 있다. 정부는 성폭력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기 이전에, 현행 제도만이라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그동안 지적되었던 문제들을 얼마나 수용하고 개선하여 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약속했던 각종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여성부, 법무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아동성폭력 방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다고 한다. 삭감된 예산들은 해바라기 아동센터 운영예산, 성범죄자 치료 재활 예산, 성범죄 관련 교육 및 홍보 사업 예산 등이다. 여론의 입맛에 부응하는 말뿐인 대책보다, 진정성 있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지점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의 재검토, 아동성폭력 공소시효 정지 제도, 친고죄 폐지, 형법 개정을 통한 성폭력 관련법의 전반적인 체계 정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의 구축, 성폭력 가해자 교육 및 치료 시스템의 개발, 형사사법관계자 및 정책담당자들의 성폭력 관련 인식 개선 등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지속적인 노력 및 관심이 필요한 정책들이지만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매우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는 사건이 이슈화 될 때마다 검증되지도 않은 자극적인 정책들을 상품판매를 하듯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의 특성을 감안하여 근본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개선책들을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 강화하라!’ 피켓을 든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