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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피해자를 염려하는가?
  • 소장 이윤상
기획특집 _ 아동성폭력 관련 정부대책의 맹점들

아동성폭력피해자를 염려하는가?

⊙ 소장 이윤상

어린이 성폭력 사건에 우리들은 분노했다. 지난 해 있었던 혜진·예슬 사건, 그 전의 용산 어린이 성폭력 피해 사건 등이 떠오르면서, 왜 해마다 빠지지 않고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인지, 왜 이런 어리고 무고한 피해자가 계속 희생되어야 하는지, 화나고 걱정되는 마음 이루 다 말할 길이 없다.

정책자료가 될 수 있는 통계 하나 제대로 없는 사회

사건이 발생하면 아동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부처 합동 대책 회의가 열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종합대책 마련 회의가 소집되었고 이에 참여한 각 부처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작년에 내놓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대책들의 근간이 되는 자료를 보면,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고 지원하면서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많다. 아동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수치(신고율), 비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많다는 수치 등은 신고율이 10% 미만인 사회●, 아동성폭력의 45% 정도가 친인척에 의한 피해●●라는 사실과 어떻게 조우하는 걸까? 그나마 신고되는 피해는 주로 비면식범에 의한 것이지만, 친족 등 아는 사람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계속 은폐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필요한 지원책은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

● 2007년 여성가족부 <전국 성폭력 피해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발생율은 공식범죄 통계의 168배임. 가장 신고율이 높은 강간, 강간미수 피해자의 신고율도 7.1%임.

●● 2008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_연령별로 본 성폭력 가해자 /피해자 관계   단위 : 명(%)

피해/가해자 관계 / 연령
친족
(법률상)
친족
외인척
기타
동네
사람
모르는
사람
미상
서비스
제공자
소개,
채팅
학교,
학원
인터넷
주변인의
지인
직장내
친밀한
관계
총합계
미상
4
–
2
–
3
3
1
–
–
–
2
1
2
18
성인
12
(1.3)
7
(0.8)
83
(9.0)
19
(2.1)
93
(10.)
43
(4.6)
41
(4.4)
13
(1.4)
65
(7.0)
32
(3.5)
47
(5.1)
351
(37.9)
110
(11.9)
926
(100)
유아·
어린이
110
(44.2)
8
(3.2)
11
(4.4)
27
(10.8)
24
(9.6)
6
(2.4)
1
(0.4)
–
49
(19.7)
1
(0.4)
11
(4.4)
–
1
(0.4)
249
(100)
청소년
47
(19.8)
5
(2.1)
13
(5.5)
8
(3.4)
37
(15.6)
13
(5.5)
8
(3.4)
1
(0.4)
54
(22.8)
14
(5.9)
13
(5.5)
9
(3.8)
15
(6.3)
237
(100)
총합계
183
(12.8)
20
(1.4)
109
(7.6)
54
(3.8)
157
(11.0)
65
(4.6)
51
(3.6)
14
(1.0)
169
(11.8)
47
(3.3)
73
(5.1)
361
(25.2)
128
(9.0)
1430
(100)

※ 연령은 피해시 연령에 따른 분류이며 장기간 지속된 피해의 경우 피해 시작 시기를 기점으로 함

피해를 보고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신고율이 낮다는 것은 피해를 입고도 피해 회복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피해를 외부에 보고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 제 아무리 많은 지원책이 있다한들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신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는 일은 처벌과 지원, 양 측에서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아동성폭력피해를 고소하여 형사사법절차를 진행해 본 부모들 중에는 고소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고해서 경·검찰 조사 힘들게 받았더니 결국 아이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하여 재판 한 번 열어보지도 못하는 사건이 숱하게 많고, 어렵게 기소되어도 유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는 아동성폭력 진술의 신빙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 결국 올바른 조사방법, 과학적 평가방법을 개발하지 못한 결과를 아동성폭력피해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2차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힘들고 고된 형사사법절차를 다 거치고도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면 어느 누구도 사법절차에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진술녹화제도가 법률에 명문화된 지 7년째인데 여전히 몇 번씩 반복되는 진술에 고생해야 하는 어린이, 경찰이 잃어버린 진술녹화 테이프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는 피해자, 성폭력전담수사반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고소인인지 죄인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주눅 들고 눈치 보아야 하는 신세라며 호소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형사사법절차에서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와 인격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피해자의 진술권이나 정보권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여러 해 되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형사절차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가해자의 처벌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다. 피해자는 여전히 증인 정도의 신분으로만 공판에 참석하고, 수사력이나 증거증명력의 미비로 실체적 진실이 입증되지 못했을 때 그 피해를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야 한다.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에게 억울한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신고율 제고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고인이 없어야 하듯,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해를 보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합적인 피해자 지원대책

14년 전 이미 유엔 총회에서는 범죄 피해자 및 권력 남용 피해자를 위한 정의의 기본원칙에 관한 선언문(Declaration of Basic Principle of Justice for Victims of Crime and Abuse of Power)이 채택되었다.

범죄 피해자 및 권력 남용 피해자를 위한 정의의 기본원칙에 관한 선언문

Declaration of Basic Principle of Justice
for Victims of Crime and Abuse of Power

· 공감과 존중으로 대우, 타당한 조치와 고통 경감을 위한 방안을 법률로써 보장

· 고통 경감을 위한 사법적·행정적 조치 마련, 피해자 권리에 대한 정보 제공

· 사법적·행정적 절차에는 절차에 대한 정보 제공 | 피해자의 견해와 입장 포용 | 법적 절차를 통한 조력 | 피해자 사생활 보호, 불편함 최소화, 안전보장을 위한 조치 | 사건처리 지연 방지책이 포함되어야 함

· 피해자에게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갈등 해결을 위한 비공식적 기제(조정, 조정 등) 마련

· 가해자의 손해배상에는 재산상의 손실 보상, 피해 때문에 발생한 비용 상환, 서비스 비용, 권리 회복 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함

· 형사처벌 외에 손해배상명령 제도 마련

· 환경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에는 환경복구, 인프라 복구, 공공기물 수선 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함

· 공무수행 과정에서 범법 행위를 하였을 때 국가는 손해배상 책임

· 가해자가 보상을 할 수 없을 때 국가가 이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 필요

· 피해자 보상을 위한 국가 기금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 필요

· 피해자는 물적, 의료적, 심리적, 사회적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함

· 제공받을 수 있는 보건·사회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접근성 보장

· 경찰, 사법부, 공중보건, 사회 서비스 관계자는 피해자의 요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훈련을 받고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야 함

· 서비스와 조력 제공과정에서 사회적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함

피해자를 위한 조치가 법률로써 보장되어 있어야 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피해자가 충분히 고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유엔 선언문에 명문화된 지 십수 년이지만 우리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재판과정에서 오늘도 2차 피해에 시달리고 가해자의 무리한 합의요구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별다른 안전 대비책 없이 무방비 상태로 견뎌야 한다.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나 안전보장을 위한 형사상의 조치에 대한 요구는 현재로서는 사치에 불과하다.

성폭력 피해 사건을 많이 지원해본 경험 있는 일선 상담소의 지원을 받게 되면 그나마 약간의 심리적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 않다. 각 상담소의 한정된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원역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일선 성폭력상담소에 지원되는 국가의 예산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시민들의 후원금과 재능기부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국가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까지 얻어내지 않는 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조차 받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11월 2일 배상명령 대상을 성폭력범죄로 인한 피해에까지 확대하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이 공포되어 내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형사소송법상 집행되는 벌금 수납액의 5% 이상을 재원으로 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본 안이 통과되면 연간 750억 규모의 피해자보호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사회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조치다.

유엔 선언문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 지원 범위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기본 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물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이며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및 시민사회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권감수성을 가진 지원 대책

어떻게 해야 피해자가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 것일까? 피해 때문에 발생한 비용(장단기 의료비용, 심리적 치유에 필요한 비용, 경제력 상실 등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 비용 등)에 대한 걱정 없이 피해회복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불어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비난받거나 의심받는 일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의심하고 낙인찍는 사회라면 피해자가 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 자체, 가해자를 신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피해자는 그저 숨어서 전전긍긍하며 누가 자신의 피해를 알게 될까봐 두려워 이유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낙인과 싸우는 것이 피해자 지원책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모든 지원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피해자가 편견과 정면으로 싸우든, 편견 때문에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하든 바로 그 상황을 지원하고 차별과 편견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가 선택한 치유의 과정이 진정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다른 피해자가 용기 내어 치유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 피해를 개인이 당한 불의의 사고정도로 인식하고, 단기적이며 가시적인 효과만을 생각하는 생색내기 정책으로는 피해회복을 통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피해자에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 절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인권감수성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아동성폭력 재발 방지대책 관련
관계부처 대책 중
아동성폭력 피해자 지원대책

·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확대

· 해바라기아동센터(아동성폭력전담센터) 및 원스톱지원센터의 기능 강화 및 확대 추진

· 아동·여성폭력피해자 중앙지원센터 설치(전문화된 피해자·가해자 프로그램 개발·보급 및 아동성폭력 진술분석전문가 양성)

·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가해자가 피해자의 집/학교/통신수단 접근금지)

· 피해아동 대상 드림스타트 서비스 우선 제공(보건, 복지, 보육 등 통합서비스 제공)

· 성학대 피해 아동 전용 그룹홈 설치

· 아동성폭력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지원 확대(의료비 지원 확대 등)

위 내용은 여성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성폭력 피해자 지원책 중 요지를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