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문학동네> 어린이 팀 편집자 최윤미
  • 성문화운동팀 두나
만나고 싶었습니다

<문학동네> 어린이팀 편집자 최윤미

<문학동네> 어린이팀 편집자 최윤미

성문화운동팀 두나

최근 몇 년 간 아동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성/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성/성폭력은 몰라도 된다’는 태도가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분위기도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지요. 아이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도 해오면 당황해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이번 나눔터가 만난 분은 바로 이런 고민을 ‘책’을 통해 쉽게 풀어내고 계신 분입니다. <문학동네> 어린이팀의 최윤미 차장과 나눈 어린이책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실래요?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 표지
“조그맣다고 얕보다가는 큰 코 다쳐요! 고슴도치 가시 맛 좀 볼래요?”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 中-

<문학동네>는 상담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몇 년 전 <문학동네>에서 아동성폭력 관련 책 두 권을 출판하면서 인세 중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정했었어요. 그때 주변 분에게 성폭력 관련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단체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소개해주셨거든요. 그렇게 기부를 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문학동네>에서 후원하는 인세가 적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일정 금액을 더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고요. 그러면서 후원에 대한 태도도 변했답니다. 상담소를 후원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인세나 수익금 일부를 다른 단체에도 후원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에 인세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고요.

올해는 상담소와 함께 어린이들의 성/성폭력 관련 단행본을 출판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올해는 <문학동네>의 후원으로 상담소에서 개발한 대안적 성/인권 교육 프로그램 <인권감수성교실>을 상담소와 함께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인권감수성교실>은 생물학적 지식 전달을 넘어 ‘관계’를 중심으로 성폭력, 성차별 등에 대한 아이들의 감수성과 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인권감수성교실>의 이런 취지와 지난 2년 간 진행했던 시범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책으로 잘 풀어내려고 해요. 그리고 작년 <문학동네 어린이>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kidsmunhak/에서 진행했던 부모를 위한 성교육 <性깔있는 성교육>도 책으로 엮어 보려고 하고요. 이 책들을 통해서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성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아동성폭력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책에서 아동성폭력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아동성폭력 관련 책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높아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종종 받습니다. 예전에 비해 아동성폭력에 대한 책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저희가 아동성폭력 관련 책을 검토하고 만들 때는, 글이나 그림에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아이 안에 내재된 힘을 믿고 북돋아 주고 있는지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내재된 힘이란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힘, 치유하는 힘, 긍정의 힘을 말합니다. 또 성폭력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고 맞서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틀 안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아동성폭력을 다룰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동성폭력을 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이들에게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기보다는 위험 상황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아이들 스스로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상담소 회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세요!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마리-프랑스 보트, 문학동네, 1999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메시지가 아주 분명하고 강하게 담겨있는 책이예요. 제가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상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잘 알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인데요. 이 책에서는 말하고, 웃고, 노래하고, 겁이 날 때는 소리치고, 무서운 일을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입을 맞추는 나의 ‘입’이 무엇이든 마음껏 표현하라고 있는 것이며, 쉽지 않더라도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위험 상황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아이들과 같이 연습해보기도 하고요.

또 주인공 미미가 고슴도치같이 뾰족한 가시를 가진 것도 재미있는데요. 아이를 작고 연약해서 보호해야하는 존재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뾰족한 가시를 내면에 가지고 있는 씩씩하고 적극적인 존재로 이야기하는걸 보면『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는 세심하게 고민해서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출판되면 좋겠어요.

어린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편집자는 방송 PD랑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앞에 드러나는 일이 아니고 안 보이는 곳에서 기획부터 시작해서 작가 만나고, 원고 만들고, 교정하고 삽화에 광고, 보도자료 작성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복잡한 일을 하기 때문에 편집자들은 늘 바쁘고 정신없죠. 특히 어린이 책은 편집자들이 깊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 그렇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이런 다이나믹한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어요.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면서 제일 행복할 때는 책이 잘 나갈 때예요(웃음). 증쇄하면서 작가에게 전화할 때 정말 기분이 좋고 기뻐서 춤을 추기도 하죠. 책이 잘 판매된다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기도 해서 더 즐거워요.

어린이 책은 대부분 좋은 이야기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표정도 밝고 순수한 편이에요. 팀 분위기도 다른 팀들과 많이 다르고요. 좋은 이야기들을 기획하고 읽으면서 내 삶도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내가 만드는 좋은 책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끼죠.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걸 깨닫는 순간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사회가 아이들의 성에 대해 활짝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아이들이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어린이 책을 만든다는 최윤미 차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소는 마음이 든든했답니다. 차장님의 이런 고민과 기대가 가득 담긴 <문학동네>의 어린이 책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