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놀멍 쉬멍 걸으며 즐길 수 있다네
어릴 적 가본 제주도, 그 빛깔에 놀라웠던 기억이 생생했던 저는 다시 제주도 까만 돌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떠있었습니다. 그치만 이렇게 들떠있을 수만은 없죠. 어떻게 하면 역시 멋스러운 활동가들의 제주 여행길이라고 소문이 날까, 간세다리원정대의 상담소 기획단 오매와 리무, 그리고 민우회 기획단 썬과 나랑은 여행을 떠나기 세 달 전부터 머리를 꽁꽁 싸매고 고심을 했습니다. 심지어 오매와 나랑은 아무래도 마음이 벅찼던지 홀랑 제주도 답사길에 올랐답니다. 돌아온 둘은 전도사가 되어 활동가들에게 제주 올레길을 소개했습니다. 여행 전 서로를 알기 위해 상담소 활동가들이 민우회 사무실에 놀러가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 했습니다. 자기소개 동영상도 만들어 나누고요. 여행 전 부터도 벌써 많은 걸 했죠?
여성주의상담팀 리무
상담소 활동가 12명, 민우회 활동가 19명. 결코 적지 않은 활동가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획단이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대망의 4월 22일, 간세다리 원정대 출발일이 되어 김포공항에 모인 우리는 각자 비행기 표를 한 장씩 들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다들 들떠 있었지요.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코스는 습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제주 올레 8코스를 함께 걸어 숙소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역시 아름다움이 녹녹히 배어있더군요. 숙소에 도착한 우리들은 바(Bar)캠프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함께 할 사람들을 찾고 이내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 노래하기, 빈둥대며 한라봉 까먹기, 근처 예쁜 찻집 찾아가기 등을 즐겼답니다. 첫날 저녁에는 기획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활동가들의 '놀기' 시간이 있었는데요. 한데 모여 스피드 게임과 절대음감 테스트를 하는 동안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열정적으로 임했답니다. 그러면서 몰랐던 활동가들의 숨어있던 귀여운 모습들도 보고요.
두 번째 날부터는 역시 바(Bar)캠프를 통해 모인 사람들끼리 올레길 코스를 정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기획단은 처음에 기획단 넷이 코스별로 나누어 사람들과 움직여야 하나, 연락망은 어떻게 돌려야 하나, 생각지 못한 사건·사고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지만 제주는 그냥 놀멍 쉬멍 편히 걷다가라고 우리를 따뜻이 품어주었습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모두가 둥글게 앉아서 자신이 만난 올레길에 대해 자랑질을 하는 매우 므흣한 시간이 되었어요. 누군가는 셋째 날 '반드시 저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구요. 밤이 깊어지면서 활동가들의 웃음소리가 커진 만큼 아쉬움도 커져갔습니다. 이제 하루 남았으니까요.
셋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떠나는 활동가들이 많았습니다. 전날 전해들은 올레길 중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생겼거든요. 기획단도 이제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며 여행을 마무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는 어쨌냐고요? 서울에 돌아오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중력처럼 끌리어 제주 올레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기획단들은 활동가들이 남긴 여행 후기를 모아두었습니다. 제주에서 남긴 멋진 사진들과 활동가들의 흔적을 더듬고자 간세다리 원정대의 놀멍 쉬멍 올레길 상영회를 열 계획이거든요.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 활동가들, 다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여전히 우리를 뜨겁게 하는 이 사회가 무겁기만 하지만 끊길 듯 이어지는 기다란 올레길을 걷듯이 그렇게 걷겠지요. 많은 것들을 남기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