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듣고 싶은 위로의 목소리
열차
참 많은 노래들이 그야말로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노래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다니는 저이지만 이 ‘노래의 홍수’ 가운데에서 저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그래서 오랫동안 듣고 싶은 노래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그런 노래를 만났을 때에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게 되는데 이 글을 통해서 그 마음을 좀 드러내보려고 합니다. 어느 한 곡만 이야기하기에는 좋은 노래를 참 많이 만들고 부르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시와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가수입니다. ‘인디음악’ 하면 생각나는 서울 홍대 부근의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고 가끔은 그 바깥에서도 합니다. 본인의 이름으로는 EP1와 정규앨범을 각각 하나씩 발매했고, 최근에는 시와와 대부분의 공연을 함께 하는 기타리스트 Rainbow99와 함께 ‘시와무지개’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 OST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와는 공연할 때면 잊지 않고 본인의 이름에 대한 소개를 하는데요. 이집트의 사막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시와가 즐겨찾았으나 지금은 없어진 홍대 앞의 맥주바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본인이 이름을 따왔다고 해요.
자신의 또다른 이름을 자신이 가던 곳에서 짓는 것처럼, 대체로 그녀의 노래는 그녀가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가까이 있습니다. 시와의 홈페이지2에 가면 1집 수록곡들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면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나서 들었던 기분이라든지, 여행하면서 본 것들, 일상 속에서 만난 평범하고 작은 것들이 소재가 되어 하나의 노래, 그리고 하나의 앨범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곡을 만들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영감을 받겠지만, 그 누구의 노래보다도 시와의 노래는 ‘시와의 마음 속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합니다. 일기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제가 처음 들었던 시와의 노래가 EP에 수록된 ‘길상사에서’였는데, 길상사는 실제로 시와가 매우 좋아하는 절이라고 합니다. 시와는 자신에게 있어 노래는 표현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3,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었을 때 마음 속에 그림 한 폭이 그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는 ‘길상사에서’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그 곳이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거든요. 길상사에서 시와가 만든 또다른 노래 ‘랄랄라’를 들어도 그렇고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노래들입니다.
이 ‘랄랄라’를 포함해 열 곡이 넘게 수록된 1집 앨범 ‘소요(逍遙)’가 2010년 2월 세상에 나왔을 때, 곳곳에서 나오는 평들에는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시와 1집의 프로듀서를 맡은 오지은의 작업기와, 시와의 1집을 소개하는 보도자료에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뭐가 나쁘냐?’라는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저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형적’이라는 말 자체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기는 것이 대부분이라, 많은 뮤지션들은 ‘전형적인 것에서 탈피했다’라는 말을 듣기 원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시와는 오히려 ‘전형적인 것이 뭐가 나쁘냐?’며 되물어서 허를 찔렀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수많은 공연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 특집’이라는 말을 보지만, 남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은 보기 힘듭니다. 그들은 그냥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흔히 어떤 직업이나 위치를 나타내는 말에 굳이 ‘여성’이라는 말이 강조될 때는 여성이 그 분야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입니다. 이렇게 ‘특수하게’ 위치지어진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다시금 ‘전형성’이라는 말 안에 묶이게 됩니다. 사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들은 남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시와도 2008년, 2009년에 나오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앨범의 리뷰에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다’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고 기가 죽었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그 질문의 의도를 뒤집어서 ‘그게 어때서?’라고 반문하게 된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4 이러한 전형성이 부각되면서 노래 자체가 어떠한지를 보기보다는, 그것이 기존의 틀(이라고 생각되는 음악들)과 비슷한가 아닌가가 어떤 앨범의 주된 평가 기준이 되는 모습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러한 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시와는 먼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전형성이라는 기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본인의 음악에 좀 더 사람들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 시와가 어떤 가수인지 이야기하면서, 홍대 바깥에서도 노래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홍대 앞이 아닌 다른 공연장에서도 공연한다는 말과는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와는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래하는 가수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제가 ‘공정무역의 날’이나 ‘캔들나이트’같은 행사,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의 행사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시와가 그러한 공간에서 노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폭력상담소에서 개최한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에서는 말하기 참여자 분들의 가사에 곡을 붙이는 일을 하기도 했지요.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노래패 활동을 했다는 시와는 어떤 상황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노래로 표현하려는 성향이 맞아떨어졌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5 아마 그래서 지금도 시와는 의미있는 곳에서 노래하고 곡을 만드는 작업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노래만으로도 시와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수이지만, 그녀의 행동이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 합니다.
이런 시와의 트위터6 프로필에는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은 시와입니다!’ 라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노래로 위로를 건네는 시와의 목소리가 없다면, 힘든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무언가가 사라지는 기분일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시와의 노래 안에서 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저도 그녀가 오래오래 노래하기를 바라고 응원하려고 합니다.
길상사에서
<시와>
이렇게
앉아있는 이 오후에도
나무사이로 보인 하늘
아름다운 것들을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들
흘러가는 저 물 소리도
어쩌나
두고 떠나기는
아쉬워한 걸음
입 맞추고돌아서네요
1 Extended Play의 약자. 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의 중간 위치 음반.
2 http://withsiwa.com
3 http://weiv.co.kr/view_detail.html?code=interview&num=2886
4 3의 링크와 동일한 곳에서 인용
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423101936&Section=04
6 twitter.com/withsiwa
※ 열차 음악듣기와 자전거타기를 좋아하는, 그러나 생업으로 삼을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은 아직 못 찾아 헤메고 있는 20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