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일곱번째 또우리는 만두입니다. 만두는 아기를 낳고 육아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기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과 고민, 걱정도 나누어주었구요. 시설에서 퇴소한 생활인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여러 가지 제언을 해주었습니다. 열림터 활동가 조은희가 만두의 의견을 인터뷰로 남겨보았습니다.
은희: 어떻게 지냈나요? 안부가 궁금해요.
만두: 지금 아기가 53일 되었어요. 요일과 시간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고 있어요. 100일까지는 남편과 공동육아를 하기로 해서 아직 괜찮은 것 같아요. 첫 아기라 서투르다 보니 잘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가정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달라 제가 혹시라도 아기를 학대할까봐 걱정도 되고 했는데요. 하지만 걱정했던 것 보다 잘하고 있어요. 공동육아 덕분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은희: 그런 걱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두는 훌륭한 엄마가 될 거예요.
은희: 폴짝기금을 알게 되었을 때 만두는 어떤 생각을 했어요?
만두: 아기 낳고 나니 나한테 쓰는 돈이 아깝더라구요. 내 화장품이나 옷 사던 것이 아기 옷, 아기 먹을 것으로 바뀌게 되구요. 폴짝기금은 반강제적으로 나를 위해 쓰게 하는 돈이란 생각이 들었고, 아기 낳고 한번도 못한 것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은희: 맞아요. 그런 용도로 사용했으면 하는 취지예요. 평소에 돈이 아깝거나, 여유가 없거나, 후순위로 밀려서 못했던 것을 마음 편하게 스스로를 위해 사용하고, 힐링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예요.
은희: 폴짝기금 계획서를 보았는데 이렇게 계획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쓴 건지~
만두: 아기 낳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조건 체력이 좋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야 육아에 집중을 잘할 수 있어서요. 영양제 먹고 운동도 하루에 1시간씩 꼭 해요. 체력 보강을 해서 더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야 아기 옆에서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죠! 아, 그런데 폴짝기금 처음 신청할 때엔 운동센터 간다고 계획했는데요, 혹시 몸 아픈데 사용해도 되나요? 허리랑 손목이... 애기가 이미 5.4kg여서...
은희: 꼭 계획한 대로만 사용해야되는 것은 아니고 수정할 수 있어요. 만두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에 사용하는 것이면 좋겠어요. 애기를 안아 주느라 손목이 아픈거예요? 애기 안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목도 아프게 되면 오랫동안 후유증이 생길 수 있어요. 손목을 덜 쓰는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만두: 안아주지 않으면 울어서요.
은희: 애기가 엄마를 시험하고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울고 있는데 안 안아주나 보자 하고...ㅎㅎㅎ 안아주고 싶다면 팔을 되도록 쓰지 않는 방법으로 업는다거나 앞으로 멘다거나. 내 몸도 소중하니까~
은희: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만두: 좋은 점은 열림터에서 경험했던 거예요. 제 성격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상처도 마주하고, 공감을 받으면서, 부끄러워 숨긴 것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였고 1년을 살면서 무조건적 사랑을 받았어요. 그것을 계기로 주변인들이 내가 많이 바뀌고 편안해 보인다고 했어요. 밝고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남편을 만나고 애기도 낳고, 안정적인 누군가는 원하는 삶,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집을 구하는 방법, 돈을 모으는 방법은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는 거예요. 예.적금, LH, SH 임대주택 입주 같은 것들이요. 자립 할 때 필요한 것이나 집 구하는 조건, 금융정보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스스로 찾아보는 타입이라 잘 했는데 주변의 다른 애들은 몰라서 잘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퇴소자립지원금을 제대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희: 맞아요. 우리도 그런 경우 너무 속상해요. 그런데 또 그런 친구들은 열림터에서 있을 때 돈을 잘 못 써보다가 열림터를 나가면서 해보지 못했던것들을 보상받기 위해서 많이 쓰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의 선택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고, 후회하는 친구도 있구요. 모두 만두처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희: 만두가 생각하기에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만두: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해요. 열림터에서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부족하겠지만 저는 목련 선생님과 반 강제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가족같은 감정적인 체험을 하고 있어요. 다른 퇴소자들도 연결되는 끈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또우리 모임도 있지만요. 근데 또우리모임에는 같은 시기에 열림터에서 지내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오잖아요. 그래서 잘 안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1:1로 관계 맺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피해자에게 잘 자립하고 있는 안정적인 사람을 1:1 연결해 주면 어떨까요? 일상의 정보도 제공해 주고요. 복지정책 중에는 혼자 있는 노인을 케어해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관리해주는 자원봉사자’ 같이 누군가를 후원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사람을 1:1 멘토처럼 연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퇴소해서 잘 살고 있지만 막막한 점이 있었어요. '결혼은 어떻게 해야하지?' '내 얘기를 어떻게 밝혀야하지?' '애를 어떻게 키우지?' 등등요. 열림터 퇴소자 중 결혼한 사람 만나는 기회가 필요했던거예요. 선생님들에게 물어봐도 되지만 같은 입장(생존자)의 사람이 더 잘 말해줄 것 같아요. 저는 또우리들을 위해 그렇게 해줄 의향이 있어요. 도움받았던 것 기회되면 보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은희: 오늘 엄청난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열림터 운영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게요. 만두 같은 훌륭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꼭 연락드릴게요. 인터뷰 감사해요. 폴짝기금은 만두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잘 쓰여지길 바랍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아기에게 나눠주는 만두.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다른 생존자에게도 나누어주고 싶다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만두의 육아 화이팅! 또우리 지원에 대해서 열림터도 또우리들과 함께 계속 고민을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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