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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2021 폴짝기금 인터뷰: "할 것이 너무나 많더라구요. 이걸 깨닫고 놀라웠어요" 도전하는 율이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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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아홉번째 또우리는 율이예요. 율이도 직장 잘 다니고 있고, 명상 센터도 등록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답니다. 율이는 폴짝기금을 어떻게 사용하기로 결심했는지 살펴보셔요. 열림터 활동가 조은희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은희: 율이 안부를 나눠줄 수 있나요~

율이: 꾸준히 직장 잘 다니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워크숍도 다녀오고, 커리어 쌓는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최근엔 발목을 다쳐 잠시 쉬고 있어요. 쉬는 와중에 가보려고 아주 유명한 명상 센터 10개월 이용권을 끊었어요. 이런 걸 해보는 일은 스무살 때 열림터 선생님들이 해준 것 외에는 처음이에요. 도전하는 걸 잘 못 하는데 지난 번에 은희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해봤어요. 6월부터 다닐거예요. 그 외에 남친과 만나면서 약간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은희: 어떤 점이 심리치료 같은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율이: 남자친구가 핸드폰만 보고 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나를 좀 봐달라고 떼를 쓰곤 했어요. 그럴 때 남자친구는 그런것 하는 것 아니지~라고 웃으면서 말을 해요. 집에 돌아와서 그런 상황을 생각해보는데요. 아기들은 자기 상태가 안 좋을 때 울어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저는 결핍이 있을 때 떼를 쓰는 것 같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저의 그런 점을 꼬집어 주기 때문에 제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게 마치 심리치료하는 것 같아요. 가끔 제가 핀트가 나가서 불같이 화를 낼때도 조용히 알아차리게 얘기해주고요. 나를 돌아보게 해주어 좋은 것 같아요.

 

은희: 폴짝기금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어요?

율이: 사실 처음에는 내가 뭘하고 싶은지, 뭘 배우고 싶은지 생각을 못하겠더라구요. 나는 필요한게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필요한게 되게 많더라구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폴짝기금 신청서를 보기 전에는 TV에서 연예인들이 이것저것 많이 배우는 걸 보면서 '어떻게 하고 싶은게 저렇게 많을까?' 생각했는데... 신청서를 받고 생각해보니 나는 뭘 하겠다고 찾아보지도 않았고,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고 싶었던 걸 스스로 묻어두었단 걸 알게 되었어요. 할 것들이 너무나 많더라구요. 이걸 깨닫고 놀라웠어요.

 

은희: 율이가 써준 폴짝기금 계획서를 봤어요. 이렇게 계획한 이유가 있나요? 가장 해보고 싶었던 걸 쓴건지?

율이: 사실 쓰고 싶은 게 되게 많았는데요. 지금 가장 빨리해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과를 적었어요. 내 돈으로만 치과 치료를 받기는 힘들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하죠. 아픔을 피하고 싶어서 미뤄왔던 치과 치료를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 수영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은희: 또 다른 것은 뭐가 하고 싶었어요?

율이: 남자친구가 제 신청서를 보게 되었는데요. 제가 영어를 포기했다고 적었더니 '영어를 왜 포기했어?'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영어는 나에게 너무 큰 산이에요. 사실 초등학교 책도 사보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열림터에 있을 때 소은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던 기억이 있네요. 그 선생님 안부도 궁금해요.

은희: 맞아요. 나도 궁금한데 요즘 연락이 안되고 있어요. 로스쿨 다니셨는데 변호사님이 되셨겠죠!! 연락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자원활동 오래 해주셨는데... 연락되면 같이 한번 보도록 합시다. 영어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나도 잘 안되지만... 기초부터 눈높이 같은 학습지로 천천히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율이: 눈높이? 그거 좋을 것 같네요.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은희: 천천히 욕심내지 말고 10년 뒤를 생각하며...

 

은희: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뭐였어요?

율이: 좋았던 점은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것, 그게 최고죠! 힘든 것은 되게 많았어요. 돌아갈 데가 없는 것,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니까 경제적으로 힘들 때 막막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만약 열림터에 안 왔으면 저는 강아지... 유기견처럼 뜰창 안에서 구조되어 입양이나 병원으로 보내지내는데, 저한테 열림터란 보호기관은 그 중간지점 같았어요. 세상을 넓게 보게 해준 곳인 것 같아요. 여러 직업이 있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게 해줬죠. 그렇지 않았다면 아주 좁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살았을 거예요.

 

은희: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요?

율이: 돈보다는요. 직업을 좀 더 다양하게 알 수 있거나, 취직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센터 같은 곳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정적인 것 말고 다양한 것. 손재주가 없거나 몸을 못쓰는 사람들도 일할 것을 찾을 수 있게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 시험 같은 건 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거지원도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열림터 퇴소하고 주거지원시설로 갔었는데, 그런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았죠. 열림터 살 때 요리도 해보고 했는데 식사당번 같은 게 많이 없어졌다는 얘길 들었어요.[각주:1] 아쉬워요. 살면서 기본지식을 배울 수 있는 열림터면 좋겠다 싶어요.

은희: 그때 요리했던 게 도움이 되었어요?

율이: 그때 해먹었던 음식만 먹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안 좋은 점이 있는데요. 요리를 소량만 하는 게 어려워요! 얼마전에 곰국을 끓이는 32cm 솥을 사왔어요. 열림터에서는 여럿이 먹다보니 지금도 대용량만 요리 할 수 있어요.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구요. ㅎㅎㅎ 그 솥에 가득 요리해서 혼자 오랫동안 퍼먹고 있어요.


율이가 한 솥 가득 만든 요리가 뭘지 궁금하네요. 열림터에서의 기억이 지금 율이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율이의 치과치료 도전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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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활인들의 저녁 일정이 많아지며 식사당번제도를 폐지했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식사당번제도가 부활했답니다. '오늘은 내가 뭘 만들어보겠다!'하고 요리의 혼이 넘치는 날도 있고, ' 아 다 귀찮다, 반찬만 꺼내둘게' 하는 날도 있지만 다 같이 밥도 먹고, 기본 요리 하는 법을 스스로 익혀보는 시간을 갖는 중이란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율이에게 알려드립니다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