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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2022 폴짝기금 인터뷰: "제 이야기가 알려질수록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멋지게 싸우는 별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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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또우리는 별입니다. 별은 최근 성폭력 사건의 1심 공판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사건의 법적 투쟁을 진행하며 오롯이 피해자만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해요. 별은 인터뷰 해주시며 자신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피해자가 도망다니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수수 : 별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 저는 지금은 엄마랑 가족들과 살고 있어요.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했구요, 이제 취업 준비 중입니다. 코로나에도 걸렸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기침이 진짜 많아지더라구요. 가래가 껴 있는 것 같은데 뱉으려고 하면 나오지는 않고 숨쉬기도 너무 불편했어요. 그러다가 또 물이 들어간 것처럼 코가 아프다가, 머리까지 아파지더라구요. 그때부터는 거의 약을 달고 살았어요. 한 달 지난 지금도 아직 후유증이 있어요. 원래 안 그랬었는데 계속 기침을 하고 가래가 나오고 밤만 되면 숨쉬기 불편해서 잘 못 자고 그래요. 안 그래도 폐랑 심장이랑 유전적으로 좋지 않아서 더 걱정되더라구요.

 

⛺수수 : 정말 후유증이 심하시네요. 그래서 폴짝기금 신청서에 코로나 후유증 검사를 써주셨군요. 저도 신청서 보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갔다고 하는데, 하필 아프게 당첨됐네요. 그래도 대학원 졸업 너무 축하드려요. 혹시 또 다른 안부가 있으신가요?

 

🌟: 사실 저 오늘 첫 공판이었어요. 성폭력상담소에서 재판 관련 소식을 전해주시더라구요. 다행히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전부 다 시인했다고는 해요. 그런데 이제 합의를 할 건지 말 건지 이런 문제를 좀 생각해봐야 돼요. 사실 저는 합의를 해서 만약 가해자가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다른 문제로 형사 사건 기소가 되면 형량에 참고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더라고요. 다른 종류의 범행은 새로운 항목이라 초범으로 여겨진다고요. 그래서 합의를 하지 말고 재판을 끝까지 가야 하나 고민돼요. 그렇지만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건 저한테도 힘든 일이잖아요. 제 상태도 걱정돼요. 또 만약에 끝까지 힘들게 갔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 란 생각 때문에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초범이라서, 혹은 정신병이 있다는 이유로 형량이 감해진다면, 나한테 남겨진 건 뭘까, 이런 생각도 계속 하게 되는거죠. 그럴 바에는 그냥 합의를 어느 정도 보고 이제 너랑 나는 끝이다하는 게 나은가... 오늘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수수 : 합의를 해도 사건은 진행되겠지만, 합의를 한다면 별이 스스로 사건에 대해 관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으니까 계속 싸워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계속 싸운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고... 정말 고민되겠어요.

 

🌟: 맞아요. 이 문제, 저 문제 다 섞여 있고. 복잡하더라고요.

 

⛺수수 : 그래도 다행히 가해자가 다 시인을 했네요.

 

🌟: 맞아요. 처음에 합의해달라고 저희 변호사님께 전화가 왔었대요. 저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당황했는데, 성폭력상담소 선생님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조언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천천히 결정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구요. 근데 가해자가 제시한 합의금이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이라서, 상담소 선생님이랑 변호사님 모두 이럴 거면 굳이 우리가 합의를 해 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저는 또 생각이 많아지고요. 만약에 합의를 해준다고 결심한다면, 저는 최고 금액을 부를거예요. 그걸 주든 안 주든 상관없이 네가 이거 못 주겠으면 난 합의 안 할 거다, 이렇게 할 생각입니다. 60% 정도의 결심이에요.

 

⛺수수 : 응원합니다. 그 마음도 뭔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아이고 오늘 그런 날이었구나. 그런 안부가 있었군요. 그래도 첫 공판이면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있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처음 폴짝기금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처음 진짜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옛날 핸드폰을 보았거든요. 제가 옛날 핸드폰 번호를 살려두고 간간히 보는 이유는 가해자가 그 핸드폰 번호를 알아서예요. 그래서 나 이거 쓰고 있지, 다른 폰 쓰고 있지 않다고 어필하기 위해 살려놨거든요. 그래서 가끔씩만 확인하는데 우연히 폴짝기금 공지 메시지를 읽었어요. 공고 내용을 읽어봤는데, 그 취지가 제게는 되게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지만 나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기금에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신청해봤어요. 근데 의외로 제가 감사하게도 딱 뽑혔더라구요. 아무튼 퇴소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는 거잖아요. 퇴소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단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런 제도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피해자니까, 신상 노출을 걱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이야기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기금의 필요성이 많이 알려질수록, 가해자들이 벌을 많이 받게 할 수 있는 사회 변화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생각보다 지원 금액도 컸어요. 이 정도 금액이면 피해자가 퇴소해서 자격증을 딸 수도 있고, 여태까지 피해받으면서 도망다니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찾아가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발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구요.

 

⛺수수 : 우연히 본 짧은 공고를 가지고 진짜 많은 생각을 하셨네요. 같이 고민해 주신 흔적인 것 같아서 듣는 저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열림터에서 기금 신청자를 거의 떨어뜨리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더 힘들다고 저희가 선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후원금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신청하는 사람들을 모두 지원하고 싶어요. 작은 곶간이라 너무 많이 신청하면 모두에게 나눠주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번에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럼 이제 왜 이런 내용으로 신청하게 되셨는지 약간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심장과 경동맥 초음파는 아까 코로나 후유증 때문에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댄스 학원은 어떤 마음으로 작성하신거예요?

 

🌟: 제가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근데 고등학교와 대학교 지나면서 놓아버렸어요. 그럴 겨를이 없었으니까요. 엄청 힘들었다가 이제 좀 다시 본래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요즘에 나의 행복이 무엇일까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그게 춤추는 거였던 것 같더라고요.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처럼요. 이게 나의 행복이자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즐거움을 얻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일상적으로 운동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되게 다르대요. 춤도 많이 움직이는 거니까 삶 속 스트레스를 해소도 할 수 있고, 즐겁기도 하니까 해보자! 하고 쓰게 되었어요.

 

⛺수수 : 저는 몸치라서 춤은 잘 안 추거든요. 그치만 항상 멋있다는 생각은 해요.

 

🌟: 그죠, 멋있죠. 저는 잘 추는 사람 보면 막 신이 나기도 하지만 가끔 이렇게 소름이 막 나요. 그래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는 춤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학원도 조금 알아봤는데요, 저희 집 근처에는 썩 마음에 드는 데가 없더라고요. 옆 동네에 선생님들이 되게 멋있어서 거기서 배워볼까 해요. 방송댄스는 못 할 거 같아서 힙합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수수 : 벌써 멋있어. 별이 지금 취준 중인데 사실 직장을 다니고 나면 체력이 없어지잖아요.

 

🌟: 맞아요. 나만의 시간도 아마 없어질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기회에 시도하는 거예요. 일은 한 번 시작하면 쉬기 어렵잖아요.

 

⛺수수 : 맞아요. 그럼 그 다음 질문이에요. 별의 퇴소 후 주거형태가 어떻게 변화되었나요? 퇴소 직후에는 아버지 집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엄마 집에 계시는거죠? 혹시 그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 너무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아빠만 있는게 아니라 아빠 부인과 그 가족이 있었고, 제가 굴러들어간 돌처럼 살았거든요. 아빠 부인이 저를 안 좋아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시작됐어요. 물론 저를 부당하게 대우할 때 저도 가만있지는 않았어요. 엄청 열심히 싸웠죠. 그래도 그런 생활이 계속 되니까 힘들더라구요. 엄마한테 울면서 나 그냥 집 가는 길이 무서운 게 차라리 낫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엉엉 울면서 얘기했더니 알겠다. 이 정도면 너도 집에 들어와도 될 것 같다.” 하셨어요. 가해자에게 추적당할 위험이 있어서 엄마가 한동안은 계속 자동차로 계속 저를 데려다주셨구요. 그래도 원래 살던 집에서 지내기 시작하니까, 마음 상태가 좀 더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집이다. 집에 왔다. 드디어 왔다이런 느낌이 들어서요.

 

⛺수수 : 너무 고생했다. 그래도 진짜 잘 싸웠네요.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나는데 별이 너무 잘 싸워서 속이 다 시원했어요. 그러면 퇴소해서 좋았던 점이 있을까요?

 

🌟: 퇴소해서 좋았던 점은 통금 시간이 없다는 거요. 또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것. 그 두 가지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사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드니까 술에 많이 의지했던 거 같아요.

 

⛺수수 : 집에 살면 술 마시거나 놀다가 늦게 들어갈 수 있는데, 쉼터에서는 그러기가 어렵죠. 지금은 마음이 어떤가요?

 

🌟: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는데요. 이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이상 정신과 약에는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수수 : 필요하면 정신과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은 건강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재판이 사실 되게 힘들잖아요. 본인이 매번 출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고민하고 따질 게 많구요.

 

🌟: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말이에요.

 

⛺수수 : 그러면 마지막 질문이에요. 퇴소한 피해자들한테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 사례에 따라 다를 것 같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퇴소 후에는 쉼터라는 틀을 벗어나서 스스로 살아나가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미래를 계획할 수도 있으니까요. 퇴소 후에는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가정 내에서 피해를 입었다면 가정과 분리시켜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현재로서는 많은 제도가 부모와의 연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는 것처럼 되어 있더라구요. 온전히 피해자만을 위해서 그런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 제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는 가해자의 인권이나 권리, 입장, 상황, 얼굴만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무죄 추정의 원칙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너무 많잖아요. 정리하자면, 쉼터를 나가서 스스로 살 수 있도록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절대 접촉할 수 없도록 하는 분리조치가 강력하게 있었으면 해요. 지금은 너무 미미한 것 같아요. 그 후에는 혼자서 먹고 살아야 되니까, 요즘 국가에서 많이 하는 취업지원제도를 많이 알려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수수 : 맞아요. 별이 얘기해준 게 다 살아가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특별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주어져야 되는 것들인데, 우리나라 제도가 미비한 점이 많죠. 그럼 저희 인터뷰는 끝났습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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