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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폴짝기금] 2023 인터뷰: "해보면 좋지 않을까"-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한 힐링 여행을 계획한 에리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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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첫번째 인터뷰는 에리입니다.

사회인의 모습으로 만난 에리는 현실적인 자립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나눠주었습니다.

에리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수수: 저 감기 걸려서 코 훌쩍훌쩍거리는데 이해해주세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에리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에리: 미용실 일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작년말부터 현장 실습 나가서 올해초에 정직원으로 입사했어요. 고생 많았고 현장 실습할 때도 퇴사각 재고 있었는데,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수수: 그렇군요. 눈에 약간 생기가 없네요. 어떤 점이 제일 힘들어요?

 

🐝에리: 현장 실습 때는 하루 8시간 일을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10시에 출근해서 8시에 퇴근을 하니까, 근무 시간이 더 길어졌어요. 주 5일 일하긴 하지만 쉬는 날도 정해진 게 없어서요. 막내에서 벗어나기까지는 한 1년 정도 남았을 거 같네요. 체력에는 자신 있었는데요. 어우, 못 해먹겠네요.

 

🧙수수: 미용사들은 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그 자리까지 가는 거군요. 예전에 폴짝기금 인터뷰했던 또우리 중에 10년 차 미용사가 있었거든요. 그 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에리: 맞아요. 저는 아직 어려서 이제 막 시작한 거니까요. 그리고 예전에는 더 심하게 일했죠. 어우, 저는 사회인이 되다 보니까 발랄함이 없어졌어요. 발랄함은 필요 없어요. 저 고1 때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까, 오래 됐죠.

🧙수수: 사회인의 비애로구나. 일한 지 정말 오래 됐네요. 지금 자취하고 있죠? 혼자 살아요? 혼자 사니까 어때요?

 

🐝에리: 집에서 학교가 왕복 5시간 거리라서, 오가는 게 너무 힘들어가지고 자취했던 거란 말이에요. 솔직히 한 두 달은 좋았어요. 그 다음은 너무 힘들었어요. 혼자 있는게 제일 좋았죠. 아무 잔소리 없이 나 혼자 생각하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친구들도 불러오고. 근데 이게 한 세 달째 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내가 월세도 내야 되고 밥값도 내가 내야 되고 이러니까 너무 지치는 거예요. 할머니가 자취 초반에 두 달 정도 월세를 도와주셨지만, 그 이후에는 제가 다 했죠. 저는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때가 더 힘들었거든요. 학교 갔다가 쉬는 시간도 없이 그냥 바로 알바 가고 그래서요. 밤 10시에 끝나고, 주 6일 일했거든요.

 

🧙수수: 에리가 열림터에는 중학생 때 있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 정말 어린이였군요.

 

🐝에리: 하하, 그렇죠. 그렇게 자취 시작했다가 몇 번 이사하고 지금은 경기도로 갔어요. 서울은 너무 힘든 거예요. 교통이 편안하고 좋긴 하지만, 제가 작년에 면허를 땄거든요. 와, 가끔 차를 빌려서 타고 이렇게 다니다 보니까 좀 힘든 게 없지 않아 있는 거예요. 너무 막히잖아요.

 

🧙수수: 멋있네요. 저는 아직 면허가 없는데.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월세는 좀 저렴해졌나요?

 

🐝에리: 당연하죠. 진짜 물가 차이가 너무 심한 거예요. 서울에서는 만만치 않았어요. 미용실도 전에 다니던 곳은 텃세가 심했어서 집 근처로 옮겼어요.

 

🧙수수: 착착 차근차근 많은 걸 하고 있네요.

 

🐝에리: 어우, 하지만 직장이라는 건 못 해먹겠어요. 아기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때는 부모가 다 해주잖아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필요 없어요. 전 아기가 될래요.

🧙수수: 하하. 다음 질문도 있어요. 에리는 앞으로는 어떤 집에 누구랑 같이 살고 싶어요?

 

🐝에리: 할머니랑요. 아파트는 좀 그렇고 그냥 주택에서 같이 살고 싶어요. 할머니는 제가 자취하려고 할 때 도와줬거든요. 학교가 너무 머니까 고1 때 자취하려고 했었거든요. 엄마는 반대했었어요. 제가 남자친구랑 같이 살까 봐요. 근데 솔직히 왕복 5시간은 너무하잖아요. 일어나서 첫 차 타고 학교 가서, 집올 때는 막히니까 3시간 걸리고. 고1 때는 온라인 수업도 해서 괜찮았는데, 1년 버텼더니 이제 맨날 학교를 가는 거예요. 방학이 너무 그리워지고 학교 가도 수업시간에 자고 막 이렇다 보니까 일상생활이 안 되는 거예요. 주말에도 쉬지를 못 하구요. 계속 자야 되고. 그래서 할머니도 진지하게, 엄마한테 비밀로 하고 자취를 도와줬어요. 보증금도 도와주시구요. 그때 제가 돈이 어딨겠어요. 이사 갈 때도 도와줬거든요. 직접 할머니가 와서 제 명의로 집 계약할 때 보호자 동의해주고 그랬어요.

 

🧙수수: 할머니는 에리를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구나.

 

🐝에리: 맞아요. 아직은 제가 뭐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월세 내고 핸드폰 요금 감당하기가 너무 힘드니까요. 좀 더 커서 같이 살아볼까 해요. 헤어 디자이너가 되면 그래도 수입이 늘어나니까요.

 

🧙수수: 그때 되면 꼭 알려주세요. 머리 자르러 갈 테니까.

 

🐝에리: 다 그 얘기를 해요. 전 그럼 아주 비싸게 받을 거예요.

 

🧙수수: 그럼 멀리서 지켜만 봐야겠네요. 앞으로도 계속 미용사 일을 하는 게 목표인가요?

🐝에리: 네, 해외에서는 펌이랑 염색, 커트를 나누어서 하는데 한국에서는 다 해요. 저도 다 하게 되겠죠. 아직 커트는 아직 안 배우고 있고, 펌이랑 염색은 하고 있어요.

 

🧙수수: 이제 본격적으로 폴짝기금 질문을 할게요. 이번에 폴짝기금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되었나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에리: “이게 뭐지?” 하하. 저는 바빠서 계속 여기 놀러오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신청하라고 해서 했죠.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수수: 맞아요.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에리가 신청서를 열심히 써줬는데요. 폴짝기금으로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한 힐링 여행”을 갈 거라고 하셨네요. 어디로 가시나요?

 

🐝에리: 여수요. 일단 힐링을 하고 싶어서요. 여수 밤바다! 원래 부산 갈까도 고민했는데, 친구랑 갔던 적이 있어서 안 가본 곳을 가려구요. 일단 모찌를 사 먹을 거예요. 딸기 모찌가 유명해요. 그리고 여수 아이스크림 있거든요. 여수당이라고. 그거 먹고 루지 타러 갈 거예요. 게스트하우스도 대충 알아는 봤어요. 제가 아직 근무 일정이 안 잡혀 있어서 확실히는 아니지만요. 여행에 대해서는... 일단 저 먹을 거 밖에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친구랑 갈까도 고민되는데, 일정 맞추기가 힘들어서 얘기해 보고 있어요.

 

🧙수수: 그 정도면 아주 구체적인 계획인걸요.

 

🐝에리: 근데 만약에 폴짝기금을 받았는데, 근무 일정이랑 엇갈려서 여행을 못 가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수수: 일단 에리가 여수당을 먹어야 되니까 여행을 가면 좋겠네요. 그렇지만 만약에 못 하게 되면 여행 말고 다른 하고 싶었던 걸로 쓰셔도 돼요.

🐝에리: 놀러 가고 싶어요. 하루 쉬니까 당일치기도 괜찮겠네요. 어우, 여수 여행 정말 가고 싶어요.


🧙수수: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에리가 중학생 때 열림터에 왔다가, 다시 퇴소하고 집으로 잠깐 돌아갔다가 그 다음에 바로 자취를 한 거잖아요. 자립을 하신거죠. 아까 조금 얘기해주시기도 했지만, 자립하며 가장 좋았던 게 뭔가요?

 

🐝에리: 자립하면요. 친구들 마음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원 없이요. 막 새벽에 잠깐 우울할 때 친구 불러서 잠깐 얘기하고요.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아니면 친구 불러서 재워도 되고요. 내가 돈 내고 사는 내 집이니까, 아무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요. 원래 집 같으면 허락 받았어야 됐는데, 자취한 후로는 내가 재우고 싶으면 자고 가라고 할 수 있어요.

 

🧙수수: 자립하면서 이건 제일 힘들다, 어렵다 생각한 건 뭐예요?

 

🐝에리: 일단 돈 나가는 게 너무 많아서 다른 걸 할 수 없었던 거요. 월세, 수도, 도시가스, 전기요금 이런 거 있잖아요. 못 해도 100만 원은 잡고 들어가고, 거기서 100만 원 정도는 식비로 쓰게 되고요. 200만 원을 버는데 이것도 저것도 해결해야 되다 보니까 좀 힘든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가끔 부러워요. 쟤네는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생활비를 안 내도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엄마랑 다시 살고 싶지는 않네요. 절대로 지금이 좋아요.

🧙수수: 그러고 보니 에리가 지금 막 성인이 된거죠? 아유, 시간 참 빠르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열림터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같이 생활하게 공간이잖아요. 이렇게 쉼터에 있다가 퇴소하는 생존자들한테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에리: 돈? 일단 열림터는 나간다는 건, 혼자 살 자신이 있어서 나가는 거잖아요. 근데 돈이 없으면 솔직히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500만 원은 있어야 보증금 넣을 수 있죠. 월세는 보증금에서 까든지 아니면 집 계약하자마자 알바를 하던지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열림터에 더 있고 싶지 않다고 퇴소하면 조금 힘들 거예요. 혼자 살기 위해 퇴소하는 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생각해요. 친구 이런 거 필요 없어요. 현실적으로 삶을 생각하면요. 제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자취하면서 사회 생활하면서 느끼기엔 그래요. 핸드폰 요금이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그런 사소하게 생활하며 쓰이는 돈을 생각해 보면 한 달에 200만원도 턱없이 부족한 것 같거든요.

🧙수수: 저도 현실적으로 돈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고 느껴요. 그런데 일하기 어렵고 당장 보증금도 마땅히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에리: 그러면 단기 쉼터 같은 곳에 잠깐 하루라도 머물면서, 단기 알바를 하길 추천해요. 하루 종일 일해야 하지만, 1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식비만 쓰고 벌면서요. 지방이나 경기도권으로 이사하면 되게 싸게 살 수 있거든요. 원룸인데 보증금 100만 원에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으니까. 한 달 동안 악착같이 벌면 자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수: 그렇군요.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건 힘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네요.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현실적이란 의견으로 들려요.

 

🐝에리: 맞아요. 친구들은 그 다음에 만나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친구가 많았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쉬는 날이 겹치지 않아서 잘 못 만나네요. 주말에 손님이 많으니까 저는 평일에 쉬거든요. 조금 속상한 거 같긴 해요.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데 왜 나는 못 놀지? 다들 주말에 영화 보고 사진 찍고, SNS에 올리는데 왜 나만 일하고 있지... 싶기도 하죠.

🧙수수: 에리는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소위 어른이 된 거잖아요. 오래 살진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구요. 다른 친구들이 나중에 에리처럼 일할 때, 에리는 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것 아닐까요?

🐝에리: 그렇죠. 근데 뭔가 친구들이 ‘쟤는 왜 혼자 저렇게 급하게 가지?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럴까 봐 조금 걱정이긴 해요. 저한테 자격지심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제가 자취하는 것까지 싫어하구요. 그런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요.

🧙수수: 왜 남이 자취하는 걸 싫어할까? 에리는 그게 좀 신경 쓰여요?

🐝에리: 하하,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하는데 괜찮아요.

 

🧙수수: 하하, 그래요. 그럼 괜찮은 걸로. 그러면 우리 인터뷰는 여기서 끝납니다. 사실 열림터도 생활인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쉼터에서 나가면 집도, 돈도 있어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있어야 하고, 친구도 있어야 하는데... 이게 모두 자립의 하나인 거잖아요. 쉽지 않잖아요. 열림터가 다 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가끔 이렇게 꽁돈같은 폴짝기금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돈으로 그동안 많이 신경쓰지 못한 나에게 좋은 거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 그래서 에리가 꼭 가고 싶은 여행 갔으면 좋겠어요. 혹시 여행 못 가더라도 에리만을 위한 무언가에 이 돈을 썼으면 좋겠어요.

🐝에리: 책을 사는 거처럼요? 좋아요. 저도 여행 가고 싶어요.

🧙수수: 네, 그럼 진짜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를 한 문장,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뭘까요?

 

🐝에리: 음.. 자립을 위해 도와준다!

 

🧙수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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