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세 번째 인터뷰는 로나입니다.
16살 로나에게 필요했던 것
🐰로나: 제가 처음에는 말을 좀 잘 안해요. 그래서 좀 어색할 수 있어요. 어제 새벽 1시까지 질문지에 대한 답을 써봤어요. 그러느라 좀 늦게 일어났어요.
🦊신아: 정말요? 이렇게 성실하게 준비를 하시다니..!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요즘 일본어 학과를 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근황 더 여쭤보고 싶어요.
🐰로나: 요즘에는 도서관과 카페를 번갈아가면서 오가면서 일본어 학과 수업을 따라가고 있어요. 집에서는 공부가 도저히 안되더라고요. 아침에 가서 저녁 무렵에 오는데 중고등학생들이 등하교하는 시간과 겹치는데 갈 곳이 있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럭저럭 지내요.
🦊신아: 일본어 학과에 간 이유가 궁금해요.
🐰로나: 저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외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는 공용어인 영어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외국어를 생각해봤는데 그게 일본어였어요. 초등학생 때 어린이 티비 채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더빙해서 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90년대 생이라서 투니버스 황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때가 전성기였어요. 그 재밌는 일본애니메이션 보면서 자란 기억이 일본어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준 것 같아요.
🦊신아: ㅎㅎㅎ 로나 마치 면접 보는 것 같아요. 오늘 왜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해오셨어요. 사는 이야기 하는 건데 그냥 하시면 될텐데요..!
🐰로나: 인터뷰라고 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했어요. 왜냐하면 갑자기 질문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편이라서.
🦊신아: 이렇게 준비 열심히 해오신 것 보면 공부도 엄청 성실하게 하실 것 같아요.
🐰로나: 그래요? 그렇진 않아요.
🦊신아: 로나는 2013년에 입소했었으니까 이사하기 전의 열림터에서 살았었겠어요.
🐰로나: 네 저는 빨간벽돌집에 살았었어요. 죄송한 말이지만 열악했죠. 그때는 벌레도 많이 나오고 열악했어요. 보통 다들 벌레를 무서워하잖아요. 벌레 잘 잡는 언니가 딱 1명밖에 없는 거예요. 곱등이가 되게 큰데 소리지르고 난리났었어요. 저도 소리지르고요. 곱등이 잡으려면 그 언니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신아: 재밌는 추억이네요. 그럼 지금은 혼자 사세요? 아님 엄마랑 같이 사세요?
🐰로나: 혼자 사는데 엄마가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오빠가 살고 있는 집이 따로 있고 제가 살고 있는 집이 따로 있는데 엄마가 왔다갔다 하세요.
🦊신아: 로나는 언제부터 혼자 살았어요?
🐰로나: 16살 때부터 혼자 살았어요.
🦊신아: 16살에 혼자 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로나: 네 16살이면 어리기도 하고.. 중3 때 담임이 저를 많이 걱정하셨어요. 쉼터 살다가 나와서 원룸에 혼자서 사니까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27살이니까 혼자 지낸지 11년 되었어요.
🦊신아: 그때 담임선생님은 도움이 되었어요?
🐰로나: 도움은 안됐어요.
🦊신아: 여러 어려운 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로나: 그런거 있었어요. 술 취한 사람들이 와서 문 두드리면서 “야 이 시발년아” 욕하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저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걱정했어요 취객들이 문열고 들어와서 문두드리고.
🦊신아: 저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어요. 많이 당황하고 무서웠겠어요. 보내드렸던 질문지에도 있는 건데 퇴소 후에 자립생활할 때 어떤 게 어려운 점과 좋은 점 같아요?
🐰로나: 좋았던 점은 여러 명이서 쉼터에서 생활하다가 혼자 지내니까 사생활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힘들었던 점은 제가 혼자 지내면서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아요 새벽이 되면. 근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들어요. 장단점이 연결돼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게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단점이죠.
🦊신아: 지금은 로나님 곁에 누군가 있어요?
🐰로나: 정신과 상담받고 있어요. 꾸준히 한 선생님하고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는 게 치료에 좋은 것 같아요. 제 경험으로는.
🦊신아: 지금 제일 도움 되는 사람은 이 분이에요?
🐰로나: 네. 제가 고2 때부터 받았으니까 9년 되어 가네요.
🦊신아: 로나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뭐예요?
🐰로나: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촌동생과 친한데 걔가 나이가 저보다 어려요. 걔가 이번에 중3이 되었어요. 근데 그 나이가 너무 부러워요. 그때는 뭘 해도 가능성이 있는 나이 잖아요. 그 나이 때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고. 그 아이의 시간이 부러워요.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가 좀 더 어렸으면 좋겠어요.
🦊신아: 아마 학업 중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나봐요. 그럼 열림터에서 막 퇴소한 16살의 로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뭐였을까요?
🐰로나: 지지해주는 사람 1명. 그때는 학교를 안 나가가지고 그래서 학교에도 친구가 없고 쉼터에서도 별로 친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연락하는 사람 없이 외롭게 퇴소했어요.
🦊신아: 또우리들이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외로움인 것 같아요.
🐰로나: 여러 명이서 살다가 혼자서 사니까 외로움은 당연히 오는 것 같아요.
🦊신아: 그럼 지금은 어때요 친구도 가족도 좀 곁에 있는 편인가요 아니면 여전히 외로운 문제가 계속 되고 있나요?
🐰로나: 첫 번째요. 중3 때 보다는 시간이 흘러서 제가 연락 안하던 쉼터 언니들하고도 연락이 닿았어요. 그래서 연락하는 언니가 4-5명이 되어요. 동갑 친구보다 그 언니들이 편해요. 존대가 편하고. 상담 의사선생님도 계시고. 또 뭐 있지 부모님 용돈을 주셔가지고 가족들도 있어요.
🦊신아: 막 퇴소했을 때와는 다르네요. 어떻게 달라지게 되었어요?
🐰로나: 시간이 해결하더라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생각도 좀 더 깊이가 생기고 나이 든 게 헛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때는 가족들도 큰 지지가 안 되었어요. 제가 15살에 집에서 나와서 쉼터에 갔다가 1년 후 퇴소했으니까 심적으로도 힘들었고. 힘들어 하는데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힘들어하는 사람한테는 보통 안 다가오더라고요.
🦊신아: 이어지는 질문 같은데요 쉼터에서 퇴소한 생존자들에게 필요한게 뭘까요?
🐰로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써왔는데 사실 제일 마음에 들어요. 잘 쓴 것 같아요(웃음). 시설에서 살다가 퇴소하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한 상담선생님과의 꾸준한 상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만해도 거의 다섯 번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상담 선생님에 대한 불신도 생기고 마음의 상처도 입었었어요. 어짜피 이야기 해도 이 사람은 금방 떠날 사람이니까. 그런데 상담이 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돈 관련 문제를 국가적으로 지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가해자에 대한 응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다시 일어서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아: 네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 잘 살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는 말씀 동의해요. 저희도 활동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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