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열 두번째, 마지막 인터뷰는 은율입니다.
2024 또우리폴짝기금 인터뷰⑫
- 퇴소자에게는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이 꼭 필요해요
👩🌾은희: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은율: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지내요. 지역에 시합이 있을 때 만 해요. 따 놓은 자격증도 있는데 그쪽으로 일이 잘 안 풀려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어요.
👩🌾은희: 소속된 구단이 있어요?
⚾️은율: 00이에요. 시급은 다른 곳에 비해 높은 편이고 주급으로 받고 있어요.
👩🌾은희: 그 비용으로 혼자 생활 가능한지요?
⚾️은율: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안정적인 것 같아요. 진상이나 주폭자가 있으면 경호팀을 부르면 되니까요. 아직까진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은희: 따놓은 자격증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것이에요?
⚾️은율: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하나 있어요. 열림터에서 지원해 주어서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했고 이후에 다시 시험을 보았어요. 시험에 떨어져서 의기소침해 졌었는데 약간의 동기부여가 있어 다시 시도했고 시험에 붙었는데 취업은 잘 안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다른 것을 해볼지 생각 중이에요. 일러스트나 편집 등이요.
👩🌾은희: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제일 큰 고민은 뭔가요?
⚾️은율: 앞으로 난 뭘 하며 살지? 뭘 잘하지? 이게 고민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자꾸 가라앉아요. 그래서 최대한 낙천적으로 살려고 해요. 내 또래들은 이러고 살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지, 하면서 한 번씩 현타가 와요. 내 삶에 대해서.
👩🌾은희: 두 번째 질문이에요.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며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은율: 좋았던 점은 일단 통금이 없다는 것, 자유롭고 터치하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열림터를 퇴소할 당시에는 생각이 짧고 극단적으로 선택을 했었어요. 그 당시 열림터에 있으면서 만나게 된 남자 친구 때문에 퇴소를 하게 되었어요. 만나고 최초 기념일에 외출 금지를 당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열림터를 버린 것이에요. 그때 같이 지내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들켰어요. 숨긴다고 잘 숨겼는데 들켰어요. 그래서 외출 금지를 당했고 외출 금지 기간과 그 기념일이 겹쳤던 거예요. 당시 저에겐 그날이 엄청 소중한데 안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뛰쳐나갔어요. 조금만 더 어른스럽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어요. 그 생각만 하면 후회가 돼요.
👩🌾은희: 더 머물 수 있도록 시도해 보지는 않았나요?
⚾️은율: 그때 저도 혼자 살아보려고 고민하던 시기여서 그러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 집을 구할 여력도 없어서 화곡동 고시원에 들어갔고 PC방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했어요. 원래 야간 알바는 여자를 안 쓰는데 제가 상황을 얘기하며 사정사정해서 할 수 있었어요. 열림터를 나가고 나서가 지옥이었어요. 친구들과 금전적인 사기 문제도 생기고, 나중에는 공장까지 가게 되고, 힘들어서 원래 있었던 00으로 가게 되어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금전사기를 당하고 아주 힘들었어요. 21살은 어린 나이였고 그러다 보니 친해진 동갑인 여자애와 잘 지냈는데 그 친구의 주변인들을 소개받고 꼬임에 넘어가서 제 명의의 핸드폰 두 대를 만들고 그 사람이 소액결제에서부터 있는 것 다 쓰고 핸드폰을 팔아버린 거예요. 핸드폰 기기값, 소액결제, 핸드폰 요금을 다 떠 안았어요. 신용 문제가 생기고 회복하기가 힘들었어요. 갚을만 하면 일이 생기고 하니까...
👩🌾은희: 많은 일이 있었네요. 지금은 다 갚았어요?
⚾️은율: 네 신용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절대 남자친구라고 하더라도 돈도 빌려주지 말고 핸드폰도 빌려주지 말라고 해요.
👩🌾은희: 이런 문제로 재판까지 하는 또우리도 있어요.
⚾️은율: 이런 문제 때문은 아니었지만 퇴소하고 나서 고소는 해봤어요. 통신매체음란으로 고소를 했고 혼자서 마무리까지 했어요.
👩🌾은희: 혼자서 했다니 정말 대단해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요?
⚾️은율: 잘 마무리했어요. 지인들과 게임을 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저는 게임에서 욕을 하더라도 흘려 듣고 넘어갔는데 한 사람이 다른 멤버에게 너무 나쁘게 하길래 그만 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화살이 저에게 왔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신고를 결심했어요. 사실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창피하고 쪽팔렸어요. 처음에 상대방이 합의를 원했지만 말을 바꿨고, 저는 처음부터 합의 의사가 없었어요. 가해자는 구약식 기소 되었고요. 열림터에 도움을 청해보려다 저의 첫 사건도 진술서만 작성하고 진행하지 않았던 이력이 있어 이번엔 꼭 혼자 해보고 싶었어요. 이후 민사로 손해배상도 하고 싶었지만 제가 멘탈이 약한데 그 스트레스를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지금은 고양이 3마리와 동거하고 있어 힘들어도 힘을 내고 버틸 수 있어요. 나는 괜찮은데 얘네는 잘 해주고 싶고 잘 먹이고 싶어요.
👩🌾은희: 그것은 책임감 때문이겠죠. 이번 또우리폴짝기금 사용 계획으로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하셨어요. 영어 공부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것이에요?
⚾️은율: 혹시 계획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은희: 가능해요. 신청서를 다시 수정해서 보내주시면 돼요.
⚾️은율: 올해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셋째 고양이가 아팠고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여유가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 뿐만 아니라 필라테스도 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피아노와 필라테스 둘 다 하고 싶어요. 영어는 또우리폴짝기금 선정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인터넷 강의를 미리 등록했었거든요.
👩🌾은희: 좋은데요. 피아노와 필라테스를 하기엔 너무 소소한 금액이지만 마중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계획서 수정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번 질문은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에요. 개인적인 요소도 괜찮고, 사회가 갖추었으면 하는 시스템을 제안해 주셔도 괜찮아요.
⚾️은율: 자립하고 나면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이겨내고 시작해야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외로울 거예요. 그러다 문득 공황 같은 게 오기도 해요. 자립하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상담 같은 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힘든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도 필요해요. 물론 잘 지내고 이겨내겠지만 힘들고 필요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국가나 사회적으로는 집을 얻어줘야 하나 싶어요. 너무 좋은 집은 아니더라고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도록 하고 월세 정도는 본인이 부담할 수 있는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시설에서 살면서 돈을 모으겠지만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저도 고시원에 있었는데 보증금은 없지만 월세도 부담이 되었어요. 집은 쉴 수 있는 공간, 마음이 편해야 하는 공간이라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은희: 앞에서 말한 것과 연결되는 질문인데 올해 열림터 30주년을 맞아 열림터에서는 피해자의 자립에 필요한 주거 지원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내가 살고 싶은 곳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어 준다면요?
⚾️은율: 방범과 안정성이 1순위이고 집은 따뜻하고 햇살이 잘 들어오면 좋겠어요. 들어왔을 때 환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열림터에 살 때도 들어왔을 때 환한 느낌이었고 그게 좋았어요. 지금 사는 곳은 그 때의 모습이 없어 안타깝네요. 공용공간이면 어느 정도 규칙은 있어야 할 것 같고 최소한의 개입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개입하지 않으면 엉망이 될 것 같고 그래서 한 번씩 와서 엄마처럼 잔소리를 해주는 정도는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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