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열림터는 1994년 9월 14일에 개소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서른살이 되었네요.
열림터는 2024년 9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서른 살 생일잔치를 왁자지껄하게 진행했습니다.
잠시 그 날의 분위기를 보여드릴게요.
<오픈하우스>는 생활인들이 호스트(Host, 주인)가 되어 자기 공간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비록 30년동안 열림터가 4~5번의 이사를 했지만, 집은 달라져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방문해주신 분들에게 열림터는 여전히 익숙한 공간이자 추억이 가득한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열림이들(열림터 생활인)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보여드리기 위해
지난 주부터 쓸고 닦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요.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 "정리정돈이 완벽하다",
"청소하느라 고생 많았겠다" 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 주셨습니다.
자랑스레 자신들의 공간을 소개하고 함께 준비한 포스트잇 코너에 방문해주신 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는
열림이들의 모습이 참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진 다음 프로그램들은 다함께 상담소로 이동하여 상담소 1층과 이안젤라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30주년 홈커밍데이는 열림터 생일에 맞춰 날짜를 선정했는데요. 기가막히게 추석명절 직전 주말이었습니다.
열림터는 자주 친정에 비유되는데요, 늘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곳이자, 명절에 가면 한아름씩 선물을 들려보내주는
든든한 엄마집 같은 느낌이거든요. 올해 추석 직전 홈커밍데이는 친정에 들른 것처럼, 오랜만에 서로 얼굴보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날 상담소 이안젤라홀 뒷 벽면은 30년 동안 열림터의 흔적과 기록들로 꽉 채워졌습니다.
사진전 <열림터의 기억들>코너였습니다.
다음 순서는 1,2부로 나누어진 열림이체크인 중 1부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하나의 페퍼민트>의 계보를 잇는 <열림이의 데스티니>는
열림터로 인해 인연을 넘어 운명처럼 다가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30년 전 열림터가 처음 문을 열게된 그때부터 현재 2024년까지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열림터와 함께 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림터에 대해 말해보는 기회였어요.
사실 열림터는 비밀쉼터이다보니, 이곳에서 경험하고 겪어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답니다.
힘들었거나 재미있었거나 슬펐거나 웃긴 일화들이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함께 했던 이들과 관련이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끼리 모여있을 때만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열림터를 말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죠.
지금의 든든한 토대를 만들어 주신 이미경, 조중신, 정정희, 백목련 전 활동가들이
개소 당시부터 30년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열림터의 도전과 생존자 지원 등등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고,
유유, 바다, 선경, 정연, 땅콩, 구구, 민기 등 또우리들도
그간 맘껏 나누지 못했던 열림터에서의 추억을 꺼내보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진 코너는 열림이체크인 2부 <열린오락회>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평해주신, 즐거운 오락시간이었어요.
도파민이 넘쳐흐르던 그날의 현장 설명은 아래 몇 장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열린오락회>는 위 사진에 보여드린 "피플빙고", "몸으로 말해요" 외에도
"5초 듣고 노래제목 맞추기", "모두의 팔씨름" 등등 다양한 코너들이 준비되었었습니다.
참여자들의 초상권과 인권보호를 위해 인물사진을 빼고 나니 <열린오락회> 설명이 다소 심심한 면이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참으로 즐겁고, 재미나고, 열정적이고, 도파민이 넘쳐흐르는 시간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니 믿어주세요.
열림이체크인 1,2부가 모두 끝나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는 <야밤오락타임>이 마무리된 다음에는
<텐트취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또우리들과 격월로 계속해서 만남과 관계를 이어오면서,
또우리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다시 열림터에서 자고 싶다" 였다고 해요.
그 꿈을 이루어주고자 마련된 <텐트취침> 시간입니다.
인원상으로나 원칙상으로나 다시 열림터에서 자는 것은 불가하지만,
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자는 것은 가능하니 함께 잠자는 특별한 시간으로 마련된 코너였습니다.
딱딱한 바닥이라 불편함이 많았지만, 열림터에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던 시간이었죠.
<텐트 취침>에 대해 참여한 또우리 중 구구는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열림터는 역시 한 번에 다 주지 않는다.
열림터에 살 때는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고, 오늘의 취침은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이 참 편했다"
열림터 30주년 홈커밍데이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브런치카페 나들이>였습니다.
전날 <텐트취침>의 피로를 날려버릴 정도로 맛과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서 함께 먹는 브런치는 정말 좋았습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이후, 자립한 또우리들은 열심히 생활하느라 자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카페에서의 브런치 식사입니다. 생존자인 또우리에게 다른 곳보다 더 귀한 대접을 하는 것은 열림터의 기본 태도인 것 같아요.
존중받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경험은 또우리들이 어떤 공간에 가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이상 30주년을 맞이한 열림터의 홈커밍데이 후기를 마칩니다.
앞으로도 열림터의 새로운 도전과 열림이들의 치유 그리고 일상회복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감이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