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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폴짝기금] 2023 인터뷰: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도 많이 있다는 믿음"-계획적인 진주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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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두번째 인터뷰는 진주와의 인터뷰입니다.

두 번째 기금사용자 진주는 유학을 준비하다 건강의 비상신호를 감지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몸을 살피는 계획으로 빼곡하게 채워주셨어요. 진주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수수: 안녕하세요? 인터뷰 질문지 미리 받아보셨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안부가 궁금하다는 첫 번째 질문 드립니다.


🦪진주: 열림터에서 퇴소하고 나서 학교 졸업하고, 상담 공부하러 대학원을 갔었어요. 졸업하고 이제 다른 지역에서 상담 관련 일 하고 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열림터에서 카카오톡을 보내줬어요. 폴짝기금에 대해서요. 그때가 막 유학 준비하려고 했던 차였는데요. 고맙게도 폴짝기금 덕분에 유학 관련 시험 접수도 하고 공부를 했었죠. 그런데 코로나 터지면서 유학 준비가 흐지부지 됐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다시 공부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그 가운데 건강을 챙기려고 마음 먹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수수: 그렇군요. 유학하기 전에 몸을 보살피는 시기인 거네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진짜 아쉬웠을 것 같아요. 유학 준비라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마음도 단단히 먹고 이것저것 많이 챙겼을 거 같은데요.


🦪진주: 코로나 때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긴축하게 되면서 유학생을 많이 안 뽑았어요. 그래서 홀딩을 했어요.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했는데 너무 쉬어버려서요. 약간 나태하게 있던 시기도 있었죠. 지금은 그런 시기를 조금 지났고, 건강도 되찾고 의욕도 되찾기로 했어요.

 

🧙수수: 다음 진주님 어떻게 사시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혹시 지금은 주거 형태가 어떻게 되시나요?


🦪진주: 엄마랑 같이 살고 있어요. 엄마 집에 얹혀서 살고 있는 거죠. 열림터 퇴소한 후에는 자립이 필요한 여성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공동주택에서 살았어요. 기한을 꽉 채워서 5년동안 살았죠. 그런데 서울에서 주거비를 대기 만만치 않더라구요. 워낙 월세도 비싼데다 계속 오르니까 돈도 잘 안 모이구요. 그래서 다른 지역을 알아봤는데, 마침 엄마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어요. 주거비가 안 드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별 이벤트가 없는 한 엄마랑 같이 쭉 살지 않을까 싶어요.


🧙수수: 맞아요. 주거비 너무 큰 돈이에요. 진주님이 살았던 공동주택은 아쉽지만 지금은 운영을 중단했대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워진 것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열림터에서도 퇴소하고 서울에서 자취하고 싶은 분들에게 안내할 곳이 많이 없더라구요. 너무 아쉽죠.


🦪진주: 열림터 퇴소한 분들이 거기 많이 갔던 걸로 알고 있는데. 월세가 저렴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거 같아요. 그 공동주택은 매 월 모임이 있었어요. 그걸 좀 불편해 하고 싫어하는 분도 있었는데, 저는 되게 잘 지내다가 왔거든요. 아쉽네요.


🧙수수: 진주님 지금은 상담 일을 하고 계신거죠? 앞으로도 계속 상담 쪽으로 일을 하실 계획이세요?


🦪진주: , 계획대로 유학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강의를 나갈 거예요. 그건 미래 계획이고 지금은 하던 일을 계속 하려구요.


🧙수수: 저는 잘 모르지만 상담은 대화가 중요한 일이니까,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게 엄청 중요한가요?


🦪진주: 맞아요. 언어를 잘 해야죠. , 열심히 해야 돼요.


🧙수수: 파이팅입니다. 폴짝기금은 이번이 두 번째 신청이신데요. 신청하면서 지난 번이랑 좀 다른 느낌이 들었을까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 궁금합니다.


🦪진주: 지난 번에 받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정 기준 있을테니까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써 봤어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약간 마음을 내려놓긴 했었어요. 반드시 되었으면 좋겠다, 는 마음보다는 조금 편하게 기다렸던 것 같아요.


🧙수수: 신청자가 항상 엄청 많지는 않아요. 다들 좀 조심스러우신 것같더라고요. 나보다 이 기금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나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들이 돈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막상 신청했는데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여러 마음들이 있나봐요. 진주님처럼 혹시나~ 되면 좋고~ 하는 마음으로 다들 써보시면 좋겠어요진주님 계획서를 엄청 빼곡하게 써주셨어요. 진주님의 폴짝기금 사용 계획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진주: 건강검진하다가 난소 낭종을 발견했어요. 자궁 내막증의 한 종류인데 혹이 생기는 거예요. 그걸 떼는 수술을 얼마 전에 했어요. 앞으로 몇 차례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해요. 그 치료비와 통원 교통비를 계획했어요. 또 제가 발목을 다친 지 좀 됐거든요. 26개월 정도요. 30분만 걸어도 아파서 정밀검사를 해봤더니 인대가 끊어졌대요. 그것도 수술해야 합니다. 재활치료비를 폴짝기금으로 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보니 제가 걸어다는 종합병원인데요. 위장도 안 좋고요. 일자목에다가 골반도 틀어져 있고요. 거기다 얼마 전에 이제 정기 치과 검진을 받았는데, 부정교합 때문에 치아들이 힘을 받아서 여기저기 깨졌다고 하더라구요. 치료하는 재료에 따라 비용이 다르지만 만만찮았어요. 그것도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에요.


🧙수수: 어우, 진짜 몸을 잘 보살피는 계획이네요. 여기 저기 아프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안 좋지만, 이건 유학 가기 전에 꼭 해야 되는 일 같아요.


🦪진주: 맞아요. 유학 가면 비용이 비싸서 치료를 못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 때문에 유학을 미룬 게 좋은 선택이었던 거죠.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도 진료 하나 다녀왔어요. 발목 인대도 갑자기 끊어지면 통증이 극심해서 잘 알아차린대요. 저는 발목을 여러 번 삐어서 인대가 원래 늘어나 있었대요. 서서히 끊어진거라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거라더라고요. 유학을 갔으면 정밀검진을 못 했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다행인 것도 같아요.


🧙수수: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으아, 듣기만 해도 뭔가 아픈 계획. 여러 군데 치료할 계획을 잡으셨지만, 혹시 치료비 하나가 크게 나왔으면 그걸로만 사용하신 걸로 쳐도 괜찮습니다. 취지는 동일하니까요. 그리고 영수증 모으는 것도 일이잖아요다음 질문은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지난 번에도 여쭤봤던 것 같긴 하지만, 사람을 부단히 자립하는 과정을 거치니까요.


🦪진주: , 열림터에 입소했을 때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되게 많았을 때였어요. 그런데 열림터 사람들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분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지지해주고 내 편이 되어줬어요.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도 많이 있다는 믿음이 생길 수 있었죠. 성폭력 사건 이후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려던 찰나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퇴소할 수 있었어요. 그 믿음이 제가 타인과 관계 맺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마음의 문을 닫아서 폐쇄적이 될 뻔했는데, 조금 연 다음 세상과 만난거죠. 다른 사람들이랑 다시 관계를 맺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수수: 맞아요. 열림터가 그런 역할을 좀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아요. 진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뭐라고 할까요... 사람이 어른이 되어 자립한다는 것은... 혼자서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도 같이 키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주: 맞아요. 그 때의 사건으로 제가 완전히 폐쇄적이 됐으면 전반적인 삶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 같아요.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수수: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자립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으세요?


🦪진주: 저는 소송이 끝나지 않은 채로 퇴소했거든요. 그때는 열림터에 6개월까지 살 수 있었고, 기한이 다 돼서 퇴소했어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는데, 소송이 덜 마무리된 시점에서 나가는 게 좀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좀 불안했어요. 또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이랑 정도 많이 들었는데 퇴소 후 만날 수 있는 정기 모임이 없었어서 아쉬웠어요. 같은 시기 살았던 친구들과 기수 모임처럼 만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수: 맞아요. 퇴소 생활인의 모임은 요즘에야 막 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생활했던 시점이 달라서 조금 어색할 수는 있죠. 동창회 같은 걸 하면 좋겠네요.

 

🦪진주: ○○, ◆◆, □□ ... 모두 기억해요. 공동주택에 같이 산 친구도 있구요. 지금은 다들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는지 연락이 잘 안 되지만 카톡이 남아있어요. 어떻게 다행히 열림터에서 제 번호를 알고 있어서 저는 열림터랑 연락이 됐네요. 운이 좋았어요.


🧙수수: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쉼터를 퇴소한 피해자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난번에도 여쭤봤지만, 혹시 또 제안해주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진주: 저는 또우리모임도 되게 좋은 것 같고요. 그리고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한테 지원되는 내용에 대한 정보가 잘 공유되면 좋겠어요. 저도 상담 현장에 있으면 주거지원이나 여러 정보를 알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열림터에서 일하는 분들은 생활인보다 정보가 많을 테니까요, 알려주시면 좋겠단 마음입니다.


🧙수수: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죠.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카톡방을 운영하는데, 이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을지 찾아보고 있어요. 진주님도 혹시 생각나시면 제안해주시면 좋겠어요. 카톡 친구 추가가 안 되어 있거나, 번호가 바뀐 경우에는 정보를 알려드릴 수 없더라구요. 진주님이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또우리 분들께도 열림터 카톡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그러면 저희 사전에 준비한 인터뷰 질문은 다 끝났습니다. 혹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으실까요?


🦪진주: 그냥,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폴짝기금에 두 번이나 된 거요. 열림터 퇴소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계속 모임 연락을 주시고, 기금 지원 알려주시는 것들이요.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좀 그런 든든한 느낌이요. 카톡 친구가 돼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연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에요. 열림터에서 생활할 때는 정서적으로 지지를 많이 받다가, 퇴소하고는 좀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물리적으로 멀어지니까, 지지받는 느낌이 좀 덜하더라도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 게 좋아요. 인연과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제 가해자가 친족이거든요. 그래서 가족 상이 있을 때도 만나게 되고, 가족 결혼식 있을 때도 보게 돼요. 거의 10년 정도 지났는데도 가해자와 마주칠 때마다 제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아니, 딱 만났는데 말을 걸더라고요. 너무 화가 너무 많이 나서요. 그래서 제가 사건에 대해 더 말하고 싶은가보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작은말하기 프로그램에 저도 신청할 수 있나요?

 

🧙수수: 그럼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있는 작은말하기 신청 링크에서 신청하시면 돼요. 마감이 아주 빨리 되는 편인데, 마침 이번엔 자리가 있다고 해요. 그리고 타 지역에서 오시는 생존자 분들에게는 교통비, 숙박비도 지원해요. 파발마 기금이라는 건데요. 이것도 한 번 담당자에게 문의해보세요.

 

🦪진주: , 벌써 이렇게 정보를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수수: 하하, 그럼 진짜 마지막으로. 혹시 이번 인터뷰를 한 문장,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뭘까요?

 

🦪진주: ... 따뜻? 따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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