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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폴짝기금] 2023 인터뷰: 다시 행복을 찾으러 떠나는 온이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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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네 번째 인터뷰는 온이입니다.

피해자를 돕고 싶은 마음과 야망이 넘치는 온이는 두 번째 폴짝기금도 운동에 사용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요.

운동을 다시 하게 되어 행복한 온이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낙타: 안녕하세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온이: 열림터를 퇴소했을 때가 중학교 때였는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현재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입학했는데 학교 내에서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자퇴는 못 하고 전과했어요. 고졸과 검정고시의 고졸은 생각보다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걸 많이 느껴서 대졸이 되기 위해 이 악물고 다니고 있어요.


🐫낙타: 어떤 것들이 불편했어요?


👩‍🎓온이: 자퇴했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거나, 불량할 거라는 사회 인식이 있잖아요. 주변에 어르신께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몇 년 안 남았다는 희망으로 다니고 있어요.


🐫낙타: 지금은 누구랑,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온이: 지금은 기숙사에 들어가 있고, 다들 좋은 분들이어서 그래서 같이 나가서 밥도 먹고 이렇게 잘 지내요. 만족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자취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수급자라 거주지를 옮기기 어려워서 당분간은 기숙사에 계속 있으려고요.


🐫낙타: 앞으로는 어떤 집에 누구와 살고 싶나요?


👩‍🎓온이: 일단 혼자 살고 싶어요. 누군가랑 만나는 것도 좋지만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나의 주거 공간 만큼에는 나와 고양이만. 인생을 산다면 집사를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저는 원룸은 싫고 최소 투룸에 주방 분리형. 왜냐하면 제가 요리를 해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냄새가 퍼지는 걸 안 좋아해서요. 화이트 톤 말고 우드 톤으로. 미니멀로 살고 싶은데 제가 미니멀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식기 세척기와 건조기도요. 강원도에서 벗어나서 서울이나 경기권에 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강원도는 좀 한정적이라. 교통에서 한계를 많이 느껴요. 그리고 미술관, 전시회도 대부분 다 서울이고. 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어쨌든 조그만 공간 말고 좀 넓은 공간에서 지내고 싶어요.


🐫낙타: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근로 장학생 하고 있잖아요. 수익이 있는데 주거급여가 나오나요?


👩‍🎓온이: 네. 근로 장학생이 급여로 안 따지고 장학금으로 따져요. 근데 문제는 급여가 있어야 청년저축계좌 신청이 가능한데 이건 쳐주지 않으니까 아쉽긴 해요.


🐫낙타: 근로장학생 하는 건 어때요?


👩‍🎓온이: 지금 병원 의료복지사 옆에서 어떤 식으로 업무가 돌아가는지, 환자를 응대하는 법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아직 뭘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거든요. 사회복지학과도 그냥 막연하게 이거 내가 많이 받아보고, 관심 있었으니까, 여기로 전과하면 그래도 뭔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전과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전과하고 나서 성적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대졸 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낙타: 그러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셨어요?


👩‍🎓온이: 공무원이나 아니면 사회복지사나 이런 쪽.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을 따져봤을 때 베스트는 공무원이에요. 안정적이니까. 사회복지사는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저랑 비슷한 환경에 있는 친구들한테는 더 마음이 가요. 근데 공부는 하기 싫어요. 천직은 맞는데요. 진짜로 하면 잘할 수도 있고 이렇게 상담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 한데. 공부는 하기 싫더라고요. 


🐫낙타: 남은 학기에 열심히 하면 학점 회복될 수도 있어요! 나의 안정적인 환경이 다 충족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온이: 만약에 조금 더 안정되어 있다면, 휴학하고 여러 가지 경험해 보고 싶어요. 지금  지역을 벗어나서 나만의 인생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아직은 그래도 제 근방에 조부모님도 있어서 많이 그런 것들을 못 하고 있어요. 퀴어축제에 꼭 참여하거나 제 손으로 꾸려나가고 싶고. 봉사도 다녀보고 싶어요. 최근에 도시락 봉사를 했는데 이 좁은 데에 이렇게 힘드신 분들이 많은데 더 나가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있을지.


🐫낙타: 활동적인 거 좋아하세요?


👩‍🎓온이: 네 맞아요. 그런 걸 좀 느끼면 공부에 더 흥미가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사회복지학과에서는 어디서 뭘 하고 와서 그 느낌을 받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야망이 넘쳐요. 재밌게 살고 싶은데 지금 약간 노잼이라. 저번 주에 퀴어 축제를 했었거든요. 근데 가서 본가 농사일 도우러 오라고 해서 집에 가서 모 심었어요.


🐫낙타: 아쉽네요. 한국성폭력상담소도 부스 열거든요. 기회가 되신다면은 같이 퀴퍼 행진하면 좋겠어요.


👩‍🎓온이: 너무 좋아요. 제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거든요. 


🐫낙타: 좋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또우리폴짝기금 신청인데, 처음 신청할 때와 좀 다른 마음이 드셨나요?


👩‍🎓온이: 신청할 정신이 없어서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신청 날짜 얼마 안 남았다고 카톡 주신 거 보고 부랴부랴 제출한 거거든요.


🐫낙타: 그러면 두 번째 신청이라 신청하는 거는 어렵지 않으셨어요?


👩‍🎓온이: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더라면 뭐 하지? 뭐 하지? 하고 힘들었을 텐데 머릿속에 딱 두 개밖에 없었어요. 여행 아니면 PT. 여행이었으면 구체적으로 계획 세워야 해서 힘들었을 텐데 전 PT 선택해서 괜찮았어요.


🐫낙타: 폴짝기금 계획서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계획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이것일까요?


👩‍🎓온이: 첫 번째 또우리폴짝기금 때 PT 받아서 행복했거든요. 근데 올해는 뭔가 조금 다르게 해서 제주도 혼자 여행을 가면 얼마나 재밌고 행복할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역시 PT 받을 때가 제일 행복하겠더라고요. 제가 체력이 안 좋았는데 열심히 가서 운동하니까 나중에는 러닝머신을 날아다녔어요. 아무리 뛰어도 뭔가 지치지 않는 게, 한창 힘들었을 때였는데 그렇게 뭔가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낙타: 헬스도 좋고 여행도 좋네요. 혹시 바꾸고 싶으시다면 지금 얘기하셔도 돼요.


👩‍🎓온이: 좀 고민되긴 해요. 근데 여행은 한 번 가서 추억을 상기하면서 사는 건데, 저는 매일매일 행복하고 싶어요. 전 제가 그렇게 근육이 잘 붙는 줄 몰랐어요. 그때 많이 먹으면서 운동하니까 입이 입맛이 싹 좋아지더라고요. 역시 운동해야 해요. 다시 행복을 찾으러 가려고요.


🐫낙타: 좋아요. 우리 평가 인터뷰 때 잘 기억해 두셨다가 같이 만나서 얘기해요. 다음 질문입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에 자립하면서 힘들었던 점, 좋았던 점을 얘기해 볼까요?


👩‍🎓온이: 저는 퇴소하게 된 계기가 자해 때문이었어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많은사람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을 텐데 아쉬워요.


🐫낙타: 퇴소하면서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입원하는 선택지도 있었어요?


👩‍🎓온이: 네. 근데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러고 집에 갔다가 거의 바로 입원했어요. 조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정신과 친구도 만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퇴원하고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학교에 갔는데 당연히 적응을 못 하죠. 그래서 청소년 자립지원관에서 도움을 받아서 검정고시를 보고 합격하고, 그다음에 자격증도 몇 개 따려고 학원도 다녀보고 그러다가 대학교 원서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안 거예요. 딱 두 곳을 넣었는데 기가 막히게 붙어서 다니고 있어요.


🐫낙타: 정말 타이밍이 좋았네요. 청소년 시기가 아주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온이: 저는 대학 와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근데 그 후로도 집에 와서 자살 시도를  많이 해서 조부모님 속 많이 썩였거든요. 퇴원하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저한테, 내가 너까지 이렇게 보내야겠냐고 못 살 것 같다고 우리 제발 잘 좀 해보면 안 되겠냐고 하시는 그 말이 제 심금을 쳤어요. 그리고 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워 오신 거예요. 그 친구랑 지내면서도 이제 많이 위로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 감정을 조절하는지도 배워서 노력했어요. 우울을 이해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우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이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막 뛰었어요. 그리고 집이랑 좀 멀어졌어요. 침대에서 일어나기, 햇빛 보기, 규칙적으로 밥 먹기. 칼이 보이면 자해하고 싶으니까 아예 내 눈에서 안 보이게 치웠어요. 약도 꾸준히 먹었어요. 만약에 우울을 같이 나눈 친구가 있더라면 저는 벗어나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입원했을 때 만났다는 그 친구랑 인연을 끊었어요. 자꾸 술 마시자, 담배 피우자, 자살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데 계속 들으면 같이 빠지거든요.


🐫낙타: 결단력이 대단하시네요. 동기부여에 할머니 외에 또 혹시 있을까요?


👩‍🎓온이: 열림터 올 때도 해바라기 센터를 통해서 왔는데 퇴소해서도 얘기 많이 했거든요. 저를 위해 주시는 해바라기 센터 선생님들이 너무 저한테 큰 역할을 해주셨고 그전까지 조부모님은 없었어요. 조부모님은 남동생이 우선이어서 제가 자살 시도하고 정말 위험한 고비까지 몇 번 갔다 왔다 하고 나서부터 저한테 이제 우리 온이~ 우리 온이~ 이렇게 됐거든요. 저는 제가 이렇게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거는 옆에 있던 선생님들 덕분에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낙타: 마지막 질문입니다. 퇴소한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것도 그렇고 사회가 갖췄었으면 하는 시스템 제안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온이: 왜 피해자가 다 입증해야 할까요? 저는 피해자한테 잘못을 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피해자들이 더 뭔가 많은 감정과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까요? 그리고 손해를 보았을 때 찾아가는 방법을 몰랐어요. 어디서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홍보가 되면 좋겠다. 내가 피해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저기 있는 <그때 내 모든 말과 행동은 최선의 선택이었어> 피켓을 보는 데 마음이 움찔움찔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문에 붙어있는 피켓 <그때 내 모든 말과 행동은 최선의 선택이었어>


🐫낙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시면서 이 자리에 오신 거잖아요.


👩‍🎓온이: 맞아요. 아직도 피해를 보았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고 이러는 친구들도 많고 저도 그랬는데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성폭력 피해가 있으면 “쟤가 문란해서 그랬겠지!” 이런 것도 저는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안 그렇거든요. 색안경을 끼고 다들 자기네들끼리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를 쳐다보는데.


🐫낙타: 사실 그건 가해자들의 시선이죠.


👩‍🎓온이: 가해자들이 특히 더 그래요. 그리고 처벌이 강화됐으면 좋겠어요. 아동한테 가해하는 사람들은 나오지도 못하게 해야 해요. 전자발찌는 목걸이로 못 만드나? 부끄러운 줄 아니까 숨기고 다니겠죠. 그러면 왜 부끄러운 행동을 해요? 그리고 초범이라고 해도 형량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회사 생활하면서도 우리 딸 같아서~ 딸 같으면 더 그러면 안 되잖아요. 본인도 본인 딸한테 안 그러잖아요. 그런 썩어빠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도 했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싶어서 나중에 정치를 해볼까... 이번에 여가부 폐지하느니 마느니 할 때도, 여가부에 단편적인 기능만 봐서 그럴 수 있지만 여가부가 하는 일이 많단 말이에요. 해바라기 센터 같은 것도 여가부가 관리하는 건데. 뜨겁게 한 몸 바치다 가고 싶어요.


🐫낙타: 온이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면서 좀 인상 깊었던 단어나 문장 하나 짚어볼까요?


👩‍🎓온이: 그때 내 모든 말과 행동은 최선의 선택이었어.


🐫낙타: 자기가 말했던 거 중에도 있을까요?


👩‍🎓온이: 열심히 살고 있다.


🐫낙타: 좋습니다. 오늘 저희 인터뷰 이렇게 마무리하도록 하고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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