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두 번째 인터뷰는 민기입니다.
다른 생존자들에게 도움 받을 곳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민기
🦊신아
: 요즘 대학을 다니고 계시다고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민기 : 원래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학위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래서 전문대를 들어가게 되었어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어요. 이제 취직준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지금은 침대가 없는데 몸을 다친 적이 있어서 침대가 꼭 필요했었어요. 그런데 침대가 비싸잖아요. 기금 선정되었으니까 그 돈으로 침대도 사고, 또 화장대가 필요했어요. 책상에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화장도 하고 여러 가지 하니까 한번 안 치우면 계속 쌓이더라고요. 공간 분리도 안되고 너무 힘들고. 우울증이 오면 딱 놓게 되잖아요. 그러면 원룸 안에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화장대 같은 게 있으면 아침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되고 깔끔해 보이면 기분도 좋고 그럴 것 같아서 기금을 그런 쪽으로 써보려고요.
🦊신아
: 주거급여를 받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성폭력 피해로 주거급여를 받는 거예요 아니면 소득이나 재산으로 받는 거예요?
다른 또우리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민기
: 제가 주민센터에 대학생이고 소득이 0원이라는 거를 그거를 분기마다 증명 해요.
그러면 대학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더라고요. 그것도 집에 엄청 소득이 많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요새 중위소득이 높아졌으니까 피해자들이 잘 알아봐서 주민센터에 가서 도움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좋겠어요. 저는 가해자가 가족 내에 있으니까 개인정보 노출 안되게 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배려해주었어요. 되든 안되든 여쭤보면 뭐라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잖아요.
🦊신아
: 공유 고마워요. 열림터에서 퇴소하고 나면 가족들이랑 다시 살거나 다른 시설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자립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민기님은 자립하고 나서는 어땠어요?
🐢민기
: 일단은 새벽까지 놀아도 되어서 너무 좋았고요. 그리고 또 제가 콜라를 엄청 좋아한단 말이 에요.
혼자 사니까 불량식품이나 새벽에 놀고 먹는 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딱 그 정도만 좋았어요.
다른 거는 차라리 시설에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설에서 살면 일단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더라고요. 무너지지 않고. 항상 서로 부둥켜주고 있으니까. 서로 마찰이 있더라도 같이 있고, 상처가 다르고 가해자가 다르더라도 서로 같은 피해자이고 ‘쟤가 저렇게 하는건 쟤의 심리상태가 그래서 그런거야’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있으니까. 혼자 사니까 그게 그리웠어요. 솔직히 지금도 매일매일 악몽을 꾸거든요. 가해자들이나 2차 가해자들을 이기지 못했다는 열등감.
그게 꿈으로 계속 나타나더라고요.
그런게 계속되면 생활도 엄청 힘들어 지는데 시설에서 살 때에는 그게 덜 힘들었어요.
그리고 시설에서 살면 밥도 계속 챙겨 먹게 되고 청소도 계속 하니까 깔끔하게 살고요.
서로 같이 있어 주는 것. 그게 제일 좋았어요.
지금도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성범죄가 무서운 부분이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엄청 어릴 때 피해를 겪었거든요. 몸과 마음이 성장하면서 과거의 피해가 저를 붙잡고 있는 괴로움이 엄청나요.
🦊신아 : 혼자 그런 문제를 풀어가려면 어려웠겠어요.
🐢민기
: 네 그래서 인터넷에서 논문을 찾아보고 제가 왜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지 전문가들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이해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신아
: 상담소에서 나온 자료나 책도 읽어봤어요?
🐢민기 : 아니요. 아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그 책 읽었어요. 정말 감동스러운 책이었어요. 저는 재판 진행되면서 두려운 것이 가해자가 감형될까봐 정말 힘들었어요. 뉴스 보면 2심, 3심에서 감형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 때 그런 책이나 돌고래 분 나온 영화(편집자 주 - 아오리 감독, 돌고래 출연 <잔인한 나의, 홈>(2013) ) 보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 저와 같은 재판을 겪으신 분이라 왠지 혼자가 아니라는 큰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판이 끝나고 나서 상담하는 선생님이 연계해주어서 열림터를 알았는데 ‘아 한국은 희망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열림터에 입소하고 나서 좋은 환경에 정말 행복했어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시설들이 있다고 많이 들었는데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도 시설이 있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이 안정감을 느낄 것 같아요.
🦊신아 : 정말 그러면 좋겠어요.
🐢민기 : 네. 가해 환경에 계속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는 그런 현실이 아니라 새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그런 것. 그런 희망이 있다고 좀 알렸으면 좋겠어요. 1366 번호도 있는 걸 많이 알리고, 지하철에 광고도 자주했으면 좋겠어요. 또한 범죄뉴스를 보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겠지만 좀 알렸으면 좋겠고, 지역마다 성폭력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좀 알렸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저는 피해가 정말 어린 나이에 있었는데 도망칠 장소가 없었어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막막했어요. 하지만 현재는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더 많이 알리고, 현실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뀌고 있더라고요.
그림 : (위) 김영서 작가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표지, (아래) 아오리 감독, 돌고래 출연의 영화 <잔인한 나의 홈>
🦊신아 : 시설 퇴소한 피해자들한테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민기 : 피해자들끼리 1주일 정도 같이 살아보는 시간이요. 캠프 같은 걸 해서 우울증이 엄청 심하고 집 안에 있으면 계속 축 쳐질 때 집에서 아예 나와서 새로운 곳에서 기분 전환해서 더 나아지게 하고 그러 기획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신아 : 상담소에 여러 소모임 있거든요. 또우리단톡방에 상담소 소모임 소식 좀 올려볼까요? 수영 소모임도 있고 되게 많아요.
올리면 오실거에요?
🐢민기 : 네 그런데 저같은 게으름벵이는 가고 싶은데 당일날 몸이 안 움직여지네 이러면서 (웃음)
🦊신아 : 그럼 안돼요~ 혹시 폴짝기금 계획서 쓰면서 가구 채우기 말고도 나를 위해서 하고 싶었던 것 있었어요?
🐢민기 : 만약에 가구가 있었다면 헬스를 끊어서 하거나,
면접보는 데 정장을 좀 사거나. 혹시 성형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요?
🦊신아 : 또우리기금으로 성형을 한다고요? 그러면 저희 마음이 좀 복잡해져요(웃음). 저희가 페미니스트인데 성형없이도 잘 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아마도 많은 걱정과 만류를 하게 될 거 같은데요?
🐢민기: 눈이 작아서 쌍커풀 수술을 하면.... 성형은 농담이었구요.
헬스나 한번쯤은 1:1로 상담받는 거 그거를 해보고 싶었어요.
만약에 그런다면 그걸 해보고 싶어요.
🦊신아 : 오늘 인터뷰 어떠셨어요?
🐢민기: 하고 싶었던 말 다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인터뷰를 진행해주시면서 대화를 정리해주시고 확인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제가 좀 말을 두서없이 하거든요.
이제 막 퇴소하는 애들 대부분 어린 나이일텐데,
친구들에게 제가 말한 것이 도움과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우리 기금 선정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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