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2024 세계 주거의 날 결의문
값을 올리는 무한 경쟁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집왔는가? 2009년 용산 망루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으로부터, 2018년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와 2022년 반지하 수해참사, 그리고 전세사기로 인한 희생자들까지 사회적 재난은 계속되고 있다. 부수고 짓기를 반복하며 집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만든 불공정한 경쟁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5년간 집부자 30명이 8천 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상위 10%의 임대소득이 연간 10조 2천 448억에 달한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임금대비 높아지는 전월세와 물가, 공공요금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긴지 오래지만, 쪽방, 고시원 등 집이 아니거나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사는 주거빈곤층이 180만에 달한다. 그럼에도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5%에 불과하다.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의 가장 끝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 장애인과 청소년에게 가장 먼저 제시되는 선택지는 여전히 집이 아닌 시설이다. 원주민에 대한 대책 없는 개발 정책은 철거민들의 집과 가게, 삶을 강제로 철거한다. 전국의 쪽방 밀집 지역과 성매매 집결지는 대부분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은 개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 쫓겨난 이들은 생활권에서 더 멀고 더 불안정한 곳으로 밀려난다.
이윤에 쫓겨나는 삶이 존재함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와 용산정비창과 같은 공공토지를 민간에 특혜 매각을 통한 상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2021년 2월 발표한 동자동 쪽방 지역에 대한 공공개발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또 빚내고 집사고 세살라는 잘못된 정책은 집값과 전세가격 폭등을 가져왔고, 전국 곳곳에 수많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를 양산했다.
우리는 이윤만을 위한 개발과 퇴거에 반대한다. 집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을 끝내고 집이 온전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주거권은 인권’이라는 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자. 우리는 누구나 살만한 집이 있는 세상을 바란다. 불로소득 잔치를 벌이는 소유 중심 부동산 정책에 균열을 내자. 모두의 집을 위해, 한발씩 나아가자. 주거권은 인권이다.
2024년 10월 3일
2024 세계주거의 날 행진 참가자 일동
"집은 인권이다, 모두의 주거권 보장하라!"
2024 세계 주거의 날 다짐의 글
집 없이는 못 사는데 집 때문에 못살겠다!
집으로 돈 버는 세상이 삶의 공간들을 집어삼킨다
폭우와 폭염은 가난한 이들의 집부터 휩쓸어간다
몇 안되는 공공의땅은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기고
공공임대는 하늘의 별 따기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누가 우리 존재를 부정하는가
내 이웃의 집은 여름에는 물에 잠기고 겨울에는 빙판이 된다
내 보증금은 임대인들의 사금융이 되어버렸다
내 동료는 세입자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우리는 도시에 머물고 있지만 유령처럼 취급되고
우리를 끊임없이 쫓아내는 힘은 너무나 거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집과 땅을 소유하지 않았어도
지금 바로 여기에서 살아숨쉬고 존재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존재할 자리는 바로 여기다
우리 모두가 이 땅과 집들의 주인이다
우리, 서로의 얼굴이 되자
쪽방이 아니라, 공공임대에서 공동체를 꾸릴 우리,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머물 우리,
집주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집에서 함께 주인 될 우리,
빼앗긴 남의 땅이 아니라, 되찾은 모두의 땅에 존재할 우리.
집으로 돈 버는 세상이 아니라,
존재할 자리로서 주거권을 보장하는 세상을 향해
함께 외치자.
내놔라 공공임대! 팔지마 공공의땅! 지키자 세입자권리! 주거권보장 지금 당장!
2024년 10월 03일
2024세계주거의 날 주거권행진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