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큰 일교차를 보이고 있는 요즘, 열림터는 부지런히 일상을 보내고 다 같이 산책도 즐기고 빈곤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퍼레이드도 다녀왔습니다! 후원회원님들 모두 천고마비의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뚝 떨어진 날씨에 열림터에 사는 열림이들은 벌써 전기장판을 꺼냈습니다. 반소매 반바지 차림에도 전기장판은 꼭 틀고 주무시는데요. 겨울이 되기 전 모기들의 마지막 발악에 완전히 패배하는가 싶더니, 백발백중으로 모기를 때려잡는 스킬을 갈고닦고 있습니다.
열림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해요.
1년 8개월 동안 열림터를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 생활인 A가 퇴소를 했습니다. 퇴소 전날에는 다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고, 곧 있을 A의 생일도 미리 축하하며, 그녀의 퇴소를 응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열림터에 와서 처음으로 불안하지 않고 소속감을 느끼는 생활을 해본 것 같다"며,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 될 것 같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나눠주었어요. 처음 A가 열림터에 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경계심, 불안감이 높았더랬죠. 열림터와 그녀가 맺고 있는 관계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뢰가 생겼달까요. 세상에 좋은 어른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A. 이 유대감, 연결감이 앞으로 그녀가 하는 모든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녀는 또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생활인 A의 생일과 새로운 앞날을 축하하며~
생활인 B의 1심 선고가 끝났습니다. 예상했던 정도의 형량이었고, 다행이란 마음도 들었지만 재판에 참석도 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있는 B가 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B. 정말 괜찮은 거냐고 재차 물어보는 저에게 계속해서 우스꽝스럽게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차라리 저는 B가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B를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B가 치유적 환경에 있지만... 후에는 B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 들어서요. 하지만 모두에게 각자의 때가 있는 것이겠지요. B의 안녕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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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이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 모두가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열림터도 19일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와 빈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물론 상관이 있습니다. 성폭력은 구조적인 폭력이고, 피해의 구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가 겪는 주거의 빈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주거 지원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수가 부족하고 실효성이 없으며 긴급 피난처 성격의 임시 지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안전한 집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과 자립을 하라고 하지만, 피해 회복과 자립을 위해서는 집이 먼저 지원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라! 고, 광장에서 당당하게 외치고 왔습니다.
열림터에서는 계속해서 피해생존자들의 주거권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관심과 응원과 지지와 사랑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