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사실 저는 초연 <이프덴>을 4번 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재연이 올라온다고 했을 때,
'아 꼭 봐야지!' 했는데 열림터 연말 행사로 뮤지컬 관람이 있다는 거예요!
원래 다른 극을 보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선생님께 적!극! 어필하여 뮤지컬 <이프덴>의 티켓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아, 왜 적극 어필을 했냐면 이 극의 주인공이 '엘리자베스'였거든요.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대학원생인 남친과 결혼에 골인!
10년간 살던 뉴욕을 떠나 남편 박사학위만을 바라보며 뒷바라지.
하지만 결국... 학위 실패, 결혼생활 실패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돌싱 여성입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뉴욕으로 돌아온 뒤의 선택에 따라 '리즈'와 '베스'로 살게 되는데,
이 삶의 과정들을 열림이들과 함께 꼭 보고 싶었어요.
(스포를 좀 하자면) 내일 모레 너 마흔~🎼인 엘리자베스도 이렇게 방황하며 스스로를 "똥멍청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왜 실패하면 안돼? 혼란스러워하면 안돼?
왜 우리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 일찌감치 포기'될' 수도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 열림이들 안에 자리잡았으면 했거든요 ㅎㅎ
무엇보다 다양한 젠더와 커플들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넘버도 물론 너무나 좋았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엘리자베스 솔로 넘버인 'Always starting over'입니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어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가사들이 나오는 'What the fuck'도 진짜 재밌는 넘버죠😆)
'완벽한 피해자'라는 허구의 상에 집착하는 한국사회.
그리고 그 공기같은 혐오에 짓눌려 더이상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생존자가 이곳 열림터에는 더이상 없었으면 했어요.
엘리자베스가 리즈의 삶을 살든 베스의 삶을 살든 아니면 또 다른 삶을 살아도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줄 친구들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결국 스스로를 응원하고 사랑하게 되길 바랐어요.
아마 그래서 저는 계속 이 뮤지컬을 같이 보고 싶었나봐요.
그럼 다음 기회가 된다면 또 봐요. 안녕 ~~~~!
ps. "선택한 순간 되돌릴 수 없어. 날아올라도 추락해도."라는 가사를 들을 때,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재의 나를 탓하는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같이 보러 간 열림이들이 이 가사를 듣고 나와 비슷한 속상함을 느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이젠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옆에서
서로 얘기해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으니 그런 걱정은 일단 넣어두려고요.
제 추천을 듣고 정성스레 티켓팅 해준 활동가 선생님들과
같이 열심히 재밌게 봐준 열림이 및 감이쌤 상아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이만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