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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숙직일기] 일상 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회복
  • 2026-09-06
  • 31

<일상 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회복>



최근 생활인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시설 생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생활인들이 일정 기간 머물다 퇴소하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시설에서의 시간이 충분한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던 적이 많았다. 급한 위기 상황은 벗어나지만 내면의 상처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퇴소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소 기간을 연장하여 1년 이상 생활하는 열림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설에 적응하고, 활동가 및 다른 생활인들과 신뢰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치유와 성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안전한 공간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생활인들은 공동생활 속에서 다양한 갈등과 부딪힘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서로 타협하고 이해하며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때로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때로는 보살핌을 주고받으며 각자가 지닌 분노, 우울, 무망감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시설 생활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중요한 성장의 시간으로 보인다.


활동가들 역시 생활인들의 건강한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하루 한 끼 챌린지’, 마음을 돌보는 필사클럽등을 제안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챙기고 있다. 또한 서로를 보살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여성주의적 가치 안에서 존중과 연대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 숙직을 하며 생활인들의 작은 변화와 성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치유와 회복은 특별한 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 신뢰를 쌓고 서로를 지지하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느낀 하루였다. 앞으로도 생활인들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림터 활동가 조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