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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 1강 후기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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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 1 후기



좋은 질문은 더 나은 이야기를 이끌어 냅니다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적이거나 편견에 치우친 문제적’ 질문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적절한 답을 찾는 것보다 질문 자체를 바꾸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이러한 문제적’ 질문들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뒤집어보고 새롭게 구성해보기 위해 6회에 걸쳐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여섯 가지 키워드(교차성연애섹스시민권비혼)에 관한 강의&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지난 6 21 (저녁 7첫 번째 강의&워크숍이 열렸습니다이 날의 키워드는 교차성으로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시는 퀴어활동가 나영정님께서 섹슈얼리티교차성 페미니즘으로 이해 넓히기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해 주셨습니다.





섹슈얼리티는 섹스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19세기에 소개되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여전히 논쟁적인 개념입니다이는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의 포괄성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한데요어떤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섹슈얼리티에 대한 입장차가 크기 때문입니다초기 성과학에서는 본질주의적 관점에 기반해 이성애남성의 섹슈얼리티만을 정상적인 기준으로 가정한 반면사회구성론은 섹슈얼리티를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관리되는 정치적 사안으로 간주합니다.


페미니스트들 안에서도 어디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섹슈얼리티의 본질적 구성교차적 구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합니다남성 지배의 문제를 우선시하면서 섹슈얼리티를 가부장적 구조와 관련지어 분석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는 한편정신분석학적 페미니스트들은 개별 주체의 수준에서 성적 욕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주목합니다퀴어 페미니스트들은 인간의 성적 욕망의 다양성과 우연성에 대한 설명에 집중합니다섹슈얼리티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피해억압차별 뿐 아니라 쾌락과 즐거움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실천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섹슈얼리티특히 성적시민성의 문제를 사유하는데 있어 보다 통합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합니다일례로 만일 우리가 섹슈얼리티 관계에서 다른 요소들은 고려하지 못하고 동의 여부에만 초점을 둔다면이 때 다뤄지는 동의는 나의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가 없는 이들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해지게 됩니다이처럼 동의선택참여쾌락 등 섹슈얼리티의 실천과 관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수행될 수 없으며서로 상호의존성을 지닐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교차성(또는 상호교차성개념을 사유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처음 교차성 개념을 제시한 이는 흑인 페미니스트 킴벌리 크렌쇼입니다크렌쇼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복합적으로 겪는 흑인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차별의 문제에서 인종과 젠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렇다고 교차성 개념이 인종과 젠더의 문제만을 다루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그보다는 차별 개념 내에서도 지배적인 개념들이 존재하며이러한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종속을 단일 범주 축을 따라 일어나는 불이익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가를 질문함으로써기존 정체성 정치의 한계적 측면에 문제제기 하고 나아가 차별구제와 권리운동 방법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반차별 법과 인종차별 및 성차별 구조의 경계면에서 흑인 여성이 주변화되는 방식을 인종성별계급성적 지향나이신체적 능력(장애여부등을 토대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든 사람이 층층이 쌓여 있는 지하실에 비유한 크렌쇼의 설명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끝으로 나영정님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장애여성공감에서의 활동특히 발달장애인의 경험을 재단하는 성교육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다루셨는데요본 강의가 교차성에 대한 개념적 이해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교차성이라는 렌즈를 경유해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이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새롭게 질문해 볼 수 있도록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논의였습니다우리는 발달장애인이 성적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할 게 아니라 그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어디에 초점이 맞춰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 사회의 논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접근해 볼 필요성을 시사해주었습니다발달장애인에게도 실패할 권리’, ‘위험할 권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번 강의의 핵심을 압축한 표현이었습니다중요한 것은 안전한 섹슈얼리티라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는 위험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직시하고잘못된 선택 또는 위험에 처했을 때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것그것이야말로 위험할 권리인 것입니다.




강의 후에는 내가 통과한 벽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통과하지 못한 벽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가지고 1시간 동안 참가자들과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6개의 모둠을 구성한 뒤 함께 강의&워크숍을 준비한 퍼실리테이터들이 각 모둠 별로 팀리더가 되어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모둠의 구성원들 각자가 생각하는 답을 포스트잇에 써서 전지에 붙인 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하고, 그러한 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논의해 보았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며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 기획단에서는 워크숍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었는데요, 실제 워크숍에서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한만큼 더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모둠 별 논의결과를 적은 전지를 벽에 붙여서 참가자들이 다른 모둠에서 논의한 내용도 볼 수 있게 했으나, 3시간 안에 다 끝내기에는 강의 내용도 워크숍 내용도 워낙 풍부했던터라 시간관계상 여유롭게 둘러보신 분들이 많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끝으로 참가자들이 각자 본인이 생각한 을 없애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을 색종이에 적어가는 것으로 워크숍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의 첫 번째 시간이 끝났습니다. 7월과 8월에도 첫 번째 시간 못지않게 알차고 흥미로운 주제의 강의&워크숍이 기다리고 있으니, 오셔서 저희와 함께 페미니즘 관점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바꿔 보는 건 어떠실까요.


<이 글은 워크숍 기획단(페미니스트 퍼실리테이터) '선미'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