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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김기덕, 조재현 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대한 마땅한 응답이다
  • 2018-08-13
  • 1922
[성명서] 
김기덕, 조재현 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대한 마땅한 응답이다
: ‘거장의 민낯, 그후’에 부쳐

○ 지난 8월 7일, MBC 은 영화감독 김기덕과 영화배우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1163회 ‘거장의 민낯, 그 후’를 방송했다. 이는 3월 6일 방송된 ‘거장의 민낯’의 후속편 성격으로, 1편에서 증언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2차피해와 이를 시청하고 어렵게 용기를 낸 추가 피해자, 스탭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방송을 통해 많은 피해자들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성폭력이 행해졌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김기덕은 피해자들을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후속편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하기도 했다. 조재현측 역시 지난 2월 출연하던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겠다던 입장에서 ‘누구도 성폭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후속편 방송 후 입장발표를 통해 피해자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고, 돈을 갈취당했다고 말하는 등 특정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처럼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할 생각이 없다. 피해자들이 마주한 현실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피해자들이 나서기를 주저했던 바로 그 이유다.

 또한, 방송이후 김기덕측이 피해자들에게 언론에서 익명에 숨지 말고 ‘실체를 드러내라’, ‘실명을 공개하라’는 주장을 하는 현실은 더욱 문제다. 이는 성폭력특별법 등 여러 법에서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의 신원을 보호 하기위한 여러 특례 규정들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신원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사회적 낙인과 비난뿐아니라 지난 방송이후 명예훼손 등 고소를 당한 피해들처럼 피해가 더해질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신원 공개를 요구하는 가해자들의 주장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 김기덕이 피해자들의 증언이 허위사실이라며 제출한 '방송금지 가처분소송'은 기각됐다. 법원은 기각의 근거로 “PD수첩이 다룰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각각의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김기덕 감독이 영화계에서 갖는 명성과 지위가 상당한 점, 저명한 감독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인 영역과 관련된 부분으로만 볼 수 없는 점, 해당 프로그램이 미투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논의가 미진한 영역으로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 등을 기각사유로 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김기덕과 조재현 외에도 수많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가해행위를 부인하며 ‘무고죄’ ‘명예훼손’ 등을 거론하는 것에 휩쓸리기 보다는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문제제기 후에는 어떤 추가 피해를 겪고 있는지, 의심받거나 공격받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게 됐는지, 자신의 침묵으로 또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난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는지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 성폭력은 한 인간의 ‘악마성’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문화를 묵인하고 관행으로 여기는 조직 안에서 탄생한다. 김기덕과 조재현 역시 각각 감독과 배우라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폭력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를 침묵해온 ‘관행’이 이를 지금까지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시켜 온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진실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또다른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용기를 냈고, 침묵의 관행은 끝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들의 용기에 응답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성폭력 가해자들은 처음에는 '죄송하다' 사과를 했다가 나중에는 사건 자체를 부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행태를 보였다. 김기덕, 조재현은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또한, 김기덕, 조재현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미투운동 속 가해자들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고발이 제대로 입증되지 못한채 흘러가는 가십거리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 또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끝나지 않았고, #MeToo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가해자들의 판에 박힌 듯한 변명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변화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2018년 8월 10일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