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지난 8월 8일 오전 9시 30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 위헌 미루지마라" 현수막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다가오는 9월 19일,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동시에 임기를 마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정족수가 필요한데, 한달 뒤면 헌법재판관 중 과반수가 교체되는 것입니다.
사실상 현 재판부의 마지막 선고가 8월 말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법재판소가 하루 속히 낙태죄 위헌 결정을 선고하도록 촉구해왔습니다. 헌법재판관이 재구성되면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이 기약 없이 미루어질 수 있고, 향후 누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느냐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 방향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들이 형법 269조와 270조 낙태 관련 조항에 대한 사회적인 여론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 오는 9월 이후 새로 바뀌는 6기 재판관들이 심리를 더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했다"며 낙태죄 위헌 여부를 이번 재판부에서 결론내지 않기로 확정했습니다. (관련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60500005&code=940301#csidxc8d8bd72d89b8a584e80b7a137caae2 )
이에 항의하고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낙태죄 위헌 미루지마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제작하여 헌법재판소 앞에서 펼치는 등 항의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임신중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받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여성을 나중으로 미루지 마라!"고 외치며 9*3M에 달하는 대형 현수막을 드높였습니다.
짧은 퍼포먼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측의 과잉대응이 있어, 불필요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수막을 끌어내리려는 경찰에 대항하여 더욱 단호하게 현수막을 잡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한편, 이날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한 상원 의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아르헨티나 하원 의회에서 23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찬성 129표, 반대 123표로 가결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인구의 90%가 가톨릭 교도로, 매년 50만 명이 전문적인 의료 조치 없는 임신중지 시술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에 임신중지 합법화를 지지하는 전세계 여성들은 8월 8일 동시다발적으로 온라인 그리고 각국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국제행동을 펼치며 연대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도 아르헨티나의 합법적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오랫동안 재생산권 운동을 펼쳐온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무상 진료와 치료가 보장되는 임신중지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보내온 국제행동 포스터를 번역, 공유하였고,
온라인 상으로는 #8A #SeráLey #ABORTO_LEGAL #낙태죄폐지 해시태그와 함께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를 지지하는 게시글과 인증샷을 올리며 연대를 독려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 상원 통과를 위한 국제연대 행동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를 지지합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먼저 사회를 맡은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김진영님이 "아르헨티나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지지 국제행동 경과"를 보고하였고,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한 아르헨티나의 행동을 지지한니다!"라는 제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 봉혜영님의 발언이 있습니다.
이어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정책교육팀장 나영님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 발언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제연대에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퍼포먼스로는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운동의 상징인 초록색 스카프를 다함께 들어올리고 "지금 당장, 임신중지 합법화하라!"를 뜻하는 구호 "Aborto Legal Ya!", "Abortion rights now!"를 외쳤습니다.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아르헨티나에 보내고 SNS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상원 의회를 현지 시간으로 8월 8일 표결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상원 의회는 15시간의 격론 끝에 찬성 38표, 반대 31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그러나 임신중지 합법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상원 의원 대부분은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안을 거부했지만, 수정안을 만들 가능성은 열어뒀다”고 전했고, "아르헨티나 정부도 형법으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을 인용하였습니다.
오늘날 임신중지 합법화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전세계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묵살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시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도에도 임신중지 시술에 대해 자격정지 최대 12개월 처분을 내리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의료계와 여성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검토하겠다면서 미뤄두었던 개정안을 2년 만에 아무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고시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지 않고 재판부의 의견서 제출 요구에도 '의견 없음'이라고 회신하며 방관해왔으면서, 대중의 관심이 위헌 소원에 집중되어 있는 틈을 타 임신중지를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처벌을 강화하였습니다. 이에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즉시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수술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또다시 여성의 삶과 생명이 인질로 잡힌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앞으로 이러한 사실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낙태죄 위헌을 미룬 헌법재판소와 위 개정안을 '날치기'로 발표하여 여성들을 우롱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