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후기] 2019년 3.8 세계여성의날 여성대회, 상담소는.
2019년 3월 8일, 광화문 광장의 3.8 여성대회에서 상담소 식구들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1시에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기자회견에 참여했고(['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 "'낙태죄' 폐지!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이후에는 광화문으로 이동하여 여성대회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한편, 2시 30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이미경 소장이 <미투 이후 변화와 당부>를 주제로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3시에는 3시STOP! 조기 퇴근 시위가 있었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로 인해 여성들은 3시부터는 무급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조기 퇴근을 하고 광화문 거리에 모여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임금격차와 낮은 여성인권을 알리고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3시 스톱에 연대하면서 상담소 부스를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상담소 부스에는 세 가지 홍보 판넬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한국성폭력상담소 2019년 우리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위계가 만연한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임을 알려온 여성인권운동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소는 2019년에 여성주의 상담, 반성폭력 운동-장 포럼,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 피해와 생계 사이 집담회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회원 소모임이 있을 예정이며 부설 열림터와 부설 연구소 울림의 활동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마 3.8 여성대회에 상담소 부스에 와 보신 분들이라면 부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 이 판넬을 읽어보시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셨을 거예요.
부스에서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대응을 위한 탄원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탄원을 받았습니다. 거침없이 부스로 찾아와 서명을 해주고 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오후에는 서명을 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을 정도였어요. 성폭력이 용인되지 않고, 피해자가 고통과 고립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낙태죄 폐지와 약물 성폭력에 관한 읽을거리도 배포되었으며, 상담소에서 만든 스티커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부스에서는 <반성폭력이슈리포트>와 따끈따끈한 <나눔터>도 실물로 만나볼 수 있었고요.
참여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적극적 합의” 와 “적극적 합의 – 오답노트” 는 성폭행의 기준을 ‘폭행’과 ‘협박’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합의”의 여부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오답노트를 보며 과거 본인의 행동이 적극적 합의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성찰하고 돌아가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열심히 저항했는지에 따라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최협의설'은 피해자의 경험과 진술의 신빙성을 '피해자다움'이라는 통념으로 부인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피해자 관점으로 성폭력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 합의 개념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을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6시부터 3.8 여성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이 미투의 해였던만큼,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미투운동의 마중물이 된 서지현 검사가 수상하였으며, 11팀이 성평등 디딤돌 미투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더 많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더 많은 목소리를 들릴 수 있게 하는 활동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8 기념식이 있고 난 다음 “ONE BILLION RISING –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연이 있었습니다. 자기방어동작을 활용해 십억명의 생존자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자는 의미를 담은 춤이었습니다. 지난 2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했던 2019 ONE BILLION RISING IN KOREA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더욱 특별한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전국공동 퍼포먼스로 진행되어 전국 각지에서 열린 여성대회에서 동시에 춤사위가 벌어졌다고 해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와 회원, 자원활동가와 경기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모여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노래가락과 모습이 월요일 아침까지 활동가들의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안무가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뮤직비디오는 2월 중에 진행된 두 번의 춤추는 토요일, 2월 13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그리고 3월 8일 앵콜 공연까지 알차게 담아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준비 과정과 결과를 담은 자세한 후기도 함께 올라올 예정이오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공연이 끝난 후 행진을 했습니다. 행진 중에는 다양한 구호를 외쳤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야기되었습니다. 남성이 독점하는 정치구조를 비판하고, 성평등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희롱 없는 성평등한 노동 환경을 구성할 것을 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구호도 외쳤구요. 전시성폭력 철폐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해서도, 미투 운동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회 변화도 촉구하며 여성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바쁜 하루 일정이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즐거웁고 꾸준한 3.8 여성의 날과 여성운동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후기는 본 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 수수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