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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보통의연대] 019. 집필활동가로서 성폭력이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여겨지지 않도록 고민하는 새벽의 인터뷰
  • 2019-12-12
  • 1513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19. 집필활동가로서 성폭력이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여겨지지 않도록 고민하는 새벽의 인터뷰


저는 새벽이라고 하고요. 집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언어 자체는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느낌은 이랬어요. 저는 성폭력이라는 게 일상적으로 저한테 다가오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저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주변인이 따로 있고, 당사자가 따로 있고, 이런 느낌으로 생각되기보다는 딱 구분되지 않는 부분도 사실 있는 것 같아요. 주변인이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들이 제 주위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성폭력 피해자들이 특히나 가족 관계에서 더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기보다는 피해자 탓을 한다거나 그런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되게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Q. 스스로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그렇다고 생각해요.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거리가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성폭력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강간, 행위 그 자체뿐만 아니라 더 넓게 생각하는데요. 애초에 어떤 성 역할에 대한 강요나 성차별이나 이런 것들 자체가 저한테는 성폭력의 연장선, 혹은 어떤 큰 범주로 느껴져요. 그게 내 일상과 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것 같아요. 지금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되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여성혐오가 만연하다. 가령 게임 속 여성 캐릭터는 '벗을 수록 방어력이 올라간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퍼질만큼 노출이 많고 가슴이나 엉덩이를 부각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사진 출처: 『어쩌면 나의 이야기』 토마 마티외, 씨냉


Q.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사적으로 치부돼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사회적 목소리로 연결하는 작업을 해오셨는데,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글을 쓸 때 유의하는 점이 있나요?


저 같은 경우는 스스로 집필노동자라고 말하지만, 집필활동가라고도 이야기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이 읽게끔 하는 게 제 나름의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어려운 지점인데, 내가 뭔가 정의감에 도취해서, 섣부르게,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글을 쓰게 될 경우에는 피해자의 사건을 소재로만 삼게 되잖아요. 한편으로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글 쓰는 태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사건 자체의 묘사를 통해서 가해자를 악인으로 만들고 당사자를 무기력한 피해자로 만드는 게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맥락을 촘촘하게 쓰게 될 것 같아요. 만약 피해자가 동의한다면요. 피해자가 단지 당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어떤 부분에서 자기한테 오는 편견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연대하는지. 그런 것들을 드러내서 피해자를 납작하게 묘사하는 것만은 피하려고 할 것 같아요.


성폭력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것들이 많이 집약된 문제잖아요. 특수한 개인의 문제라는 식으로만은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되게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마치 ‘재수 없는 한 여자가 예전에 재수 없게 성폭력을 당해서’ 이런 식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여겨지게끔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와 형태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다(라고 생각해요.)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강간문화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은 성폭력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드러내고 기록하며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형태 중 하나이다. 사진은 성폭력 생존자가 직접 쓴 소설들. 왼쪽부터 『코끼리 가면(노유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린이한)』, 『다크 챕터(위니 리)』 사진출처: YES24


Q. SNS나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오셨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성폭력 주변인의 모습이 있었나요?


SNS상으로는 긍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우를 접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서로가 피해자라고 얘기하는 경우에 뚜렷한 맥락 같은 건 잘 안 나와 있고, 각자의 맥락에서는 서로가 가해자거든요. 그런 경우에 제가 본 한해서는 주변인들이 딜레마를 겪었어요. 가까운 친분이 있을수록 더 그의 말을 듣게 되지만, 당장 피해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그 맥락을 하나하나 짚어간다는 것도 어렵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딜레마 때문에 주변인으로서 잘 대응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요. 저 역시도 침묵하거나 내가 잘 모르니까 지켜봐야 하나? 안희정 성폭력 사건처럼 (권력 관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주변에서는 성폭력 주변인을 많이 못 봤던 것 같아요. 성폭력이 있을 때 내가 주변인이 돼서 상담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해서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많이 못 봤거든요. 제가 유일한 주변인이 된다거나, 여전히 (피해자가 주변인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들이 더 많았어요.


Q.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도 있나요?


친구가 클럽에 갔다가 술을 되게 많이 먹은 상태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까 성폭력을 당한 후였대요. 가해자는 여유롭게 씻고 있었대요. 그런데 친구는 분명 (피해 당시에) 의식이 없었고, 원하지 않아서 모텔에 끌고 가려는 걸 “싫다”고 표현했던 기억도 나는데, 몸에 힘이 쭉 빠져서 저항하질 못했대요. 가해자가 아침에 너무 여유롭게 인사하니까 ‘내가 너무 쿨하지 못한 건가? 즐기려고 한 건데 지금 이걸 성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건가?’ 이런 혼란을 겪었대요. 나중에 가해자와 헤어진 다음에 보니까 지갑에 있던 현금도 사라지고 없었고, 알려준 전화번호도 다 거짓말이었대요.


그러고 나서 친구가 저한테 연락을 했어요. 친구는 그 이후에 ‘내가 의식이 없는 사이에 혹시 동영상을 찍히진 않았을까, 질 내에 사정하진 않았을까’ 이런 문제들로 더 두려움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뒤늦게 (두려움이) 확 올라왔다고. 그래서 일단 임신하면 안 되니까 산부인과에 가서 사후피임약 처방받아서 먹고, 경찰에도 신고하고, 지역에 있는 해바라기센터에도 연락해서 상담하고, 친구가 그랬던 경험이 있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이 2013년 9월부터 2년간 성폭력 피해자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준강간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다중응답)로 응답자 중 54.3%가 '당황하여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서', 45.7%가 '당시에는 성폭력인지 몰라서'라고 응답했다.


Q. 그때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함께했던 건가요?


네. 친구가 초반에 되게 자기 의심을 많이 했었거든요. 특히 경찰의 태도가 “클럽에는 왜 갔어요? 왜 같이 술 마셨어요?”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식으로 신문하니까 친구가 경찰서에만 몇 번을 왔다 갔다 했거든요. 경찰서에 갈 때마다 주눅 들고 ‘내가 되게 이상한 여자인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친구와 전화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나누고,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 경찰들의 인식이 아직 너무 저 아래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가 조금이라도 성폭력 사건 이외의 문제로 자신을 더 상처 주지 않았으면 해서 옆에서 계속 그런 이야기들을 해줬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함께했던 과정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일단 분노했는데요. 경찰들은 오히려 무고죄를 언급하면서 ‘상대측이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다’라고 협박하고, CCTV 확인도 너무 늦게 해서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상담자도 (친구가 피해 이후에 대응을 잘한 부분에 대해) ‘그런 것도 아세요? 대부분은 잘 모르던데’ 했다는 거예요. 친구는 ‘내가 또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는 건가?’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고 기운이 더 쭉 빠졌다고 했거든요.


제가 그때 느꼈던 것은 구조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성폭력 당사자에게는 (피해자를 지지해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구조적인 문제, 문화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생각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성폭력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경찰, 검찰, 법원의 2차 가해는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성폭력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상담 통계 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비율 중 17.5%가 경찰·검찰·법원에 의한 것이었다. 사진출처: 서울신문


Q. 반성폭력 집회에 참여한 경험도 있나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관련해서 미투 집회가 있었어요. 서울에서 사람들과 거리에서 같이 행진하고 구호 외치고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저도 되게 재미있게 외쳤던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이랑 같이 참여했었는데, 많은 사람이 함께 했었어요.


마치 미투 운동을 통해 온라인에서 “이제 나도 말할 수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퍼졌던 것처럼, 오프라인으로 집회에서 얼굴 보고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 되게 든든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술집이나 카페나 이런 데서 보면 성폭력에 대해서 (통념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많이 느끼고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우울할 때도 많았었는데, 그때만큼은 그래도 뭔가 변하고 있고, 다르게 인식하는 지금의 이 외침들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되게 힘이 됐어요.


Q.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성폭력 주변인에게 필요한 태도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연락해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그런 정보들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드네요. 저는 모르거든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산부인과에 가서 정액 채취를 한다거나. 이런 대응 방법을 모두가 기본적으로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났어요.


언론에서 성폭력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런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제일 중요한 건 당사자에게 지지망이 되어주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2018년 8월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선고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서 진행했던 제5차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부정의한 성폭력 수사·재판기관을 규탄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강간 문화를 비판하고 성평등을 촉구하는 집회였다. 안희성 성폭력 사건은 2019년 2월 2심 판결에서 유죄(징역 3년 6개월, 40시간 교육 명령, 관련 기관 취업 제한)를 선고받았고, 2019년 9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Q. 그밖에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기억에 남거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나요?


특히 성폭력 문제가 조직, 그것도 진보적인 조직이나 페미니즘 조직, 퀴어 조직 같은 데서 일어나는 경우에 주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접근이 되게 복잡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히려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처럼 뚜렷하게 권력 관계가 보이는 문제는 주변인들의 역할도 뚜렷할 것 같은데요. 저는 운동권에 있을 때, 오히려 대의나 정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할 때 주변인의 태도가 더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닌데요. 예전에 지역에서 운동을 할 때 제 윗세대 선배들이 다 같이 MT를 갔다가 성폭력 사건이 있었대요. 여학우들은 모여서 대자보를 써서 학교에다 붙이려고 했는데, 하필 운동권 선배가 먼저 알게 된 거예요. 그 선배가 후배들을 다 불러서 일자로 세운 다음에 남학생들한테는 ‘너네 성폭력한 거 사과해’ 하고, 여학생들한테는 ‘너네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공론화하려고 했던 거 사과해’라고 해서 정말 서로 사과시키고 끝난 사건이 있었대요.


어떤 조직이든 당사자가 될 수 있고 주변인이 될 수 있으니까 주변인으로서의 교육 역시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듭니다. 성폭력 예방 이후의 사후대책에 대해서는 이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 역시도 주변인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하려다 보니까 나는 과연 주변인으로서 어떤 걸 알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어렵고요. 그래서 조직 내에서 단지 가해자-피해자 구도를 넘어선 교육 혹은 매뉴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우왕좌왕하고 당황하는 사이에 또다시 계속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필요하지 않을까.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전교조 여성 교사 성폭력 사건에 관하여 피해자 지지모임에서 2008년 사건 발생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의 투쟁 기록을 정리한 백서 『하늘을 덮다』 성폭력 문제해결보다 '조직 보위'가 우선시될 때 조직이 어떻게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피해자 및 지지모임에게 조직적인 2차 피해를 일으키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기록이다. 사진출처: 메이데이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워요(웃음) 성폭력 주변인의 역할이 이렇게 어렵다는 게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제가 새삼 알게 된 점인 것 같아요. 뭔가 배우게 된 점. 저는 이런 주제로 발언이나 성교육을 하기도 하는데, 저도 주변인으로서 역할이나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피해자를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맥락에 맞게 주변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 어렵게 느껴졌어요.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이란 책에서도 피해자를 무조건 지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살피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공감이 선행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고. 나는 어떤 주변인이 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특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주변인 역할 공부하기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2019년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은희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