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가장 확실한 성적 동의, 적극적 합의 맞춤형 워크숍 ①)
  • 2022-09-01
  • 1933

지난 8월 13일 오후 3시-6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가장 확실한 성적 동의, 적극적 합의 맞춤형 워크숍 ①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를 진행했습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인 맞춤형 워크숍의 첫 번째 순서였어요!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는 "청소년과 함께 놀면서 적극적 합의를 알아가보자"라는 목표로 기획되었고, 바디 커뮤니케이션 교육 단체인 '변화의월담'이 진행했습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처음에는 10대 중후반을 대상으로 준비했는데요, 기획 과정에서 변화의월담의 제안으로 20대 초반 후기 청소년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론 설명을 최소화하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이 적극적 합의를 익힐 수 있을까? 평소 '말이 너무 많다',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는 상담소 활동가들에게 이번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기꺼이 함께해준 변화의월담이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나 '생존을 위한 놀이' 등 다양한 놀이클럽을 진행해온 경험이 있어서 내심 든든했습니다. 기획회의를 하며 상담소 활동가들이 강조했던 점은 단 하나 "참여자들이 적극적 합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그 감각을 좋은 기억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좋은 기억으로 가져가려면? 일단 재미 있어야 한다! 



재미 있어 보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웹툰 작가 AJS님께 웹포스터 일러스트를 요청드렸는데, 정말 재미 있어 보이지 않나요? 아쉽게도 워크숍을 하는 주간에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지고 당일에도 비가 와서 일러스트처럼 청량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워크숍 자체는 일러스트 속 캐릭터들의 신난 표정만큼 재미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참여자들에게 이번 워크숍 취지와 적극적 합의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라운드 룰>을 함께 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나이와 배경을 가진 청소년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처음에는 서로 낯설고 어색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어서 활기찬 분위기로 워크숍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각자 현재 몸 상태를 이야기하는 '체크인'을 한 후, 변화의월담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며 놀았습니다. 변화의월담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설명하면, 일단 해보고, 중간에 서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불편하거나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는지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조금 더 이어가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변주해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을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눈 감은 파트너 손끝으로 안내하기'는 서로 손끝을 살짝 포갠 상태에서 한 명은 눈을 감고 다른 한 명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말로 지시하거나 파트너를 잡아끌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손의 방향과 높낮이 등 미세한 감각만으로 눈 감은 사람을 안내해야 했습니다.


'공 레슬링'은 두 명이 동시에 공을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한 명이 공을 완전히 차지하면 이기는 활동이었습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힘 겨루기를 하는 조도 있었고, 한발로 서서 하거나 앉은 상태에서 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조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공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움직임 관찰하고 따라 하기, 공 주고받기, 공 잡은 파트너 리드해서 움직이게 하기, 파트너 마사지 해주기 등 활동을 했습니다. 웃고, 땀 흘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쉬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며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다 보니 어느새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모든 참여자가 '몸일지'를 작성하고 서로 교환하여 읽는 시간을 가진 후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아래는 참여자들이 몸일지에 작성한 소감 중 일부입니다.


상대방의 동의를 확실히 구하고 상대를 대하니 더 만족스러운 활동이 가능했다.


‘확인’하는 것이 내가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구나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내 상태, 상대방 상태를 확인하고 물어주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어 새롭고 좋았다


중간중간 계속 어땠는지 묻고 제안하는 게 좋았다. 프로그램 들어가기 전에 묻고,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해보고 피드백 나누는 게 실제로 제안도 적극적으로 하게 되고 만족도도 높았다.


적극적 합의가 누군가에게는 내 불편함을 잘 인지하고 전달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내 스스로 잘 묻고 살필 줄 알게 되는 것이라는 게 몸으로 다가왔다.


몸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느낌, 주장이), 정말 다양하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 같은 것을 하는 줄 알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크지 않았는데 활동들 위주로 하다 보니까 더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참여자들이 서로 의사를 표현하고 확인하며 존중하는 감각을 느껴보길 원했던 기획 의도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일회성 워크숍을 넘어 일상에서도 적극적 합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고민도 남았습니다.


가장 확실한 성적 동의, 적극적 합의 맞춤형 워크숍은 9월 3일 <친밀한 관계를 위한 적극적 합의 건강 검진(신청 클릭)>, 9월 17일 <남성을 위한 적극적 합의 보드게임 카페(신청 클릭)>, 9월 24일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적극적 합의 자기방어훈련장(곧 홍보 예정)>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